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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르 Jan 17. 2018

브레인스토밍, 제대로 하자

저기요? 저도 말 좀 할게요

아이디어를 모으는 작업


나는 정기적인 회의는 싫어하지만 아이디어를 나누는 브레인스토밍은 좋아한다. 지금까지 기자나 컨텐츠 기획/제작 관련 일을 해왔기 때문에 생각을 나누는 작업에는 꽤나 익숙한 편이다. 크리에이티브는 한 사람의 천재적인 두뇌에서 나올 수도 있지만, 천재가 없다면 여러 의견들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단점을 지적하고 장점을 키우면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자율성이다.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브레인을 스토밍 할 수가 없다. 부장이나 과장이 나서서 몇 가지 얘기를 하면 부하 직원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 말을 기준으로 삼아 얘기를 하게 된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는 셈이니 그 범주를 벗어나서 생각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 봐야 먹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거나 무시당하는 기분도 싫기 때문이다. 또 브레인스토밍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눈치 주지 말고 자유롭게


하지만 부장이나 과장 등 진행을 해야 할 사람들이 먼저 입을 떼지 않으면 한동안 회의실엔 침묵이 흐를 거다. 이것은 평소 회사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는데, 자기 생각이나 의견을 말하는데 눈치가 많이 보이는 회사라면 더더욱 윗사람이 먼저 가이드라인을 주기를 바라게 된다. 먼저 말했다가 자기 말이 기준이나 방향성이 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팀원들은 현안에 대해 완전히 이해한 상태가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찌 됐던 전반적인 진행과 주제에 대한 설명은 윗사람들이 해주는 것이 맞다. 다만 분위기를 잘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브레인스토밍이 나름 편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브레인’에 포커싱을 하느라 ‘스토밍’을 못 하는 경우도 많다. 여러 사람이 함께 아이디어를 얘기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자기 검열을 과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얘기는 별로겠지?” “뭔가 부족해 보여” “다른 사람의 이야기랑 비슷한가?” “뭔가 신박한 아이디어가 없나” 스스로 검열을 해대느라 작은 아이디어도 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브레인스토밍은 발표 자리가 아니다. 우선 작은 아이디어라도 내놓고 그 이후에 뺄 건 빼고 더할 건 더 해서 발전시키면 된다. 그리고 첫마디부터 굉장한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다. 우리는 천재가 아니다.


사소한 생각들이 모여 대단한 아이디어가 된다


브레인스토밍에서 윗사람들의 태도도 중요하다. 어차피 굉장한 아이디어나 혁신은 100개의 제안 중 하나만 채택된 결과물이다. 선택받지 못한 99개의 아이디어가 있었기에 성공적인 1개의 아이디어가 나온 거다. 그 99개의 아이디어를 무시하거나 타박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다양한 생각이 나올 수 있게 솔선수범 아이디어를 내보는 것도 좋다. “체면이 있으니 좋은 아이디어만 내야지”하는 생각 역시 자기 검열이다. 윗사람부터 사소하지만 다양한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이 브레인스토밍의 분위기를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얘기하면서 스스로의 기발함에 혼자 도취되진 말자. 최소한 주제를 이해하는 차원에서의 이야기가 필요할 테니까. 또 목소리 큰 사람에 휘둘리지도 말고,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동조하지도 말자. 당연한 얘기에 포커싱이 되면 변화나 혁신을 추구하기가 어렵다. 당연한 생각 안에서 가장 안전한 선택만 하게 되기 때문에 ‘아이디어’라는 차원에선 신선함이 떨어진다. 물론 그 당연함이 바탕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지향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수평 구조의 회사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때로는 젊은 사람들의 신선함이나 트렌드가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윗사람들이 정해놓은 방식만이 정답은 아니다.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이야기가 있어야 모두가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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