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맨체스터 시티

축구보러 영국갔다 #06

by 김제르
축구를 좋아합니다. 특히 리버풀을요. 스티브 맥마나만 선수 때문에 리버풀을 알고 좋아하게 됐으니 족히 20년은 넘었네요. 박지성이 맨유에 갔어도, 손흥민이 토트넘에 갔어도, 리버풀과 붙는 맨유나 토트넘은 그저 적일 뿐이죠. 하지만 축구 그 자체를 좋아합니다. 팬심은 어쩔 수 없지만 축구는 최고의 흥분과 감동을 주니까요.


IMG_6846.JPG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


#06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맨체스터 시티


제목을 쓰고 보니 맨체스터 더비라도 직관한 것 같지만 사실은 두 팀의 경기장에 관한 얘기다. 맨체스터에 간 가장 큰 이유는 두 팀의 경기장과 주변 분위기를 보기 위해서였으니까. 낮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를, 밤에는 맨체스터 시티의 홈구장 시티 오브 맨체스터에 다녀왔다. 같은 맨체스터에 있긴 하지만 올드 트래퍼드는 서쪽 끝에, 시티 오브 맨체스터는 동쪽 끝에 있어 거리는 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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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6842.JPG 옛 공장 지대를 지나 경기장으로


우선 숙소를 나와서 시내를 좀 걷다가 올드 트래퍼드로 가기 위해 트램을 탔다. 잠깐 걸어가 볼까 싶기도 했지만 허더즈필드에서의 개고생이 떠올랐고, 여긴 가는 길에 뭐 볼 것도 없다. 어차피 트램을 타고 가도 내려서 좀 걸어야 하는 코스여서 체력을 아끼자 싶었다. 트램으로 3 정거장, 왕복 티켓이 6파운드나 했다. 영국이 교통비가 꽤 비싸구나 실감했다. 근데 표 검사를 안 한다. 1~2 정거장 정도는 그냥 탔다가 내려도 되겠다 싶은 수준이다. 괜히 순진한 관광객들만 털리는 거 아닌가 했는데 다들 열심히 티켓을 사긴 한다. 이러다가 갑자기 검사해서 벌금을 많이 때린다고 하니 애초에 조심하는 게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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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6847.JPG 에릭 칸토나가 날 맞아주는구나


익스체인지 키에서 내려 시내를 걸어 운하를 건너 공장지대를 지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에 도착했다. 주택가 사이에 있는 에버턴이나 아스날과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경기가 없는 대낮이라 주변이 한산하다. 버스를 대절해 투어를 온 중국인 관광객과 저지를 입고 즐거워 보이는 한국인이 몇 명만 보이는 정도다. 역사와 전통의 팀답게 레전드의 동상이나 사진들이 눈길을 끌었다. 경기장 자체는 오래되고 낡았지만 자부심이 느껴졌다. 많은 우승 트로피가 있고 많은 레전드가 있는 팀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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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6859.JPG 알렉스 퍼거슨 스탠드의 위용


경기장 주변을 돌며 외관을 둘러보고 샵으로 들어갔더니 몸수색을 한다. 경기장도 아니고 상점 이용하러 왔는데 몸수색이라니. 얼마 전 있었던 맨체스터 테러 때문인가? 여하튼 유난스럽다. 샵은 넓고 물건도 많았다. 즐라탄, 포그바, 루카쿠 등과 함께 알렉시스 산체스의 유니폼이 보인다. 당시 산체스가 막 이적을 했던 때라 관련 제품을 전진 배치해놨다. 저지는 물론이고 각종 생필품도 많았지만 하나도 사주지 않았다. 발 닦개를 사서 매일 발로 문질러 줄까 잠깐 생각했지만, 적의 재정에 도움을 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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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6865.JPG 경기가 없어 조용한 매치데이 바


주차장과 평소 팬들이 이용하는 통로 쪽으로 나오다가 뒤늦게 알렉스 퍼거슨 스탠드도 봤다. 맨유의 진짜 레전드는 저 양반이지. 그렇게 경기장 구경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스타디움 투어를 할까도 싶었지만, 역시나 적의 재정에 도움을 줄 수 없다! 경기장을 나와서 좀 걸으면 공장지대 쪽에 레드 스퀘어라는 매치데이 바가 보인다. 아마 티켓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며 보는 곳이리라. 근데 분위기가 폐공장 입구 같다. 역시 공업도시! 간단히 주변을 둘러보고 다시 트램을 탔는데 안내방송도 북부 사투리로 들린다. 물론 그렇지는 않겠지. 그저 내 듣기 능력을 한탄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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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6723.JPG 돈 들인 티가 팍팍 나는 신축 경기장,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


시내에서 다시 시간을 좀 보내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맨체스터 시티는 이날 경기가 있었기 때문에 경기 시간에 맞춰서 경기장 구경을 가기 위해서였다. 시티 오브 맨체스터로 가는 길은 좋았다. 에티하드 캠퍼스라는 이름으로 주변 인프라를 잘 조성해놨다. 트램은 물론 큰 도로도 끼고 있고 지하철역도 바로 옆이다. 외곽지역에 있긴 하지만 길을 잘 닦아놔 걸어가기도 좋았다. 숙소에서 도보 30~40분 거리여서 그냥 걸었는데 경기가 있는 날답게 같이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도로를 행진했고 휩쓸려서 경기장에 도착했다. 맨시티가 성적이 좋으니 팬들의 표정도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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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6743.JPG 주거지와 공장을 지나 외곽으로


에티하드 스타디움은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의 약어로 지은 지 얼마 안 된 건물답게 멋진 외관을 자랑한다. 통유리 전면이 시선을 끌고 주차 시설과 주변 편의 시설도 잘 연결돼 있다. 경기장 옆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부대 행사도 진행한다. 경기 전 선수나 감독 인터뷰는 물론 팬들과 함께 하는 이벤트 게임도 중계한다. 스크린 옆 무대에선 공연도 펼쳐진다. 비가 조금 왔지만 다들 아랑곳 않고 즐겼다. 스크린 주변은 물론 매점에도 사람들이 가득했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1등 팀 팬들의 여유가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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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6724.JPG 경기장 주변 시설도 잘 해놔서 팬들이 즐기기 좋다.


경기장 주변을 다니다가 암표상도 만났다. 경기 시간 다 됐는데 경기장을 두리번거리며 다니니 표가 없는 티가 너무 났나 보다. 곁으로 다가와서 "티켓?"이라고 말을 건다. 처음에는 경기를 볼 생각이 전혀 없어서 무시했는데 나중에는 가격이나 물어볼걸 싶었다. 하지만 암표 중엔 가짜 표도 많다고 하니 조심하자. 대신 샵에는 들렀다. 라포르테가 이적한 직후라 그의 유니폼이 떠억허니 문 앞에서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적의 재정에 도움을 줄 수 없다!


맨체스터에는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 꽤 많은데 거리에는 꽁초가 거의 없다. 아무데서나 피우지만 아무 데나 버리지 않는다. 트램 안에서 시끄럽게 통화하는 어르신들은 서울이나 맨체스터나 다 존재했다. 처음에는 귀가 잘 안 들려서 그러겠지 싶었는데 가만 보니 스피커폰이더라. 쿨한 양반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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