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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르 Dec 05. 2017

직장 상사가 인생 상사는 아니다

일에서만 상사세요. 제 인생에선 제가 상사죠.

직장 상사로서는 인정한다


물론 일을 못하는 상사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상사들이 갖고 있는 경험이나 일에 대한 노하우는 충분히 존중할 만하다. 존중을 넘어서 도움이 되거나 배울 점이 있기도 하다. 거듭 말하자면 일을 잘 하는 상사의 얘기다. 회사라는 곳은 일을 하기 위해 모인 공간이기 때문에 경험이 많고 일을 잘하는 이들이 나의 상사가 되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은 즐겁다. 하지만 일에 관해서만 그렇다. 딱 일에 관해서만.


나이가 많다는 것이 상사로서의 자격은 아니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 상사가 될 수도 있고, 나이가 많은 사람이 잘못된 경험을 하거나 어설픈 노하우를 갖춘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일을 못하는 상사와 함께 일 하는 건 꽤나 짜증나는 상황인데 여기에 더해 그들의 상사스럽게, 꼰대스럽게, 선배스럽게 구는 행동은 더 참을 수 없다. 일에 대한 옳은 지적은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은 차단한다. 직장 상사라는 이유로 인생을 더 잘 살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인생 선배라고 쉽게 조언하지 말라


직상 상사나 선배들은 간혹 후배나 부하직원의 인생에서도 자기가 상사라는 착각을 한다. 인생 경험이 많고 연륜이 쌓였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인생은 일이 아니다. 답이나 방법이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자의 경험은 모두 '다른' 경험이 된다. 후배가 선배의 인생을 따라가는 것도 아니요, 부하직원이 상사처럼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선배가 지닌 인생의 노하우에서 도움이 되는 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 모든 경험은 각자의 상황이나 처지에 따른 개인화된 경험이다. 각기 다른 인생을 살고 있기에 조언이란 걸 쉽게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착각한다. "내가 살아봐서 아는데", "내가 해봐서 아는데" 식의 오지랖이 후배나 동생의 인생에 대한 참견으로 이어진다. 인생의 경험은 각기 다른 출발점과 기준을 갖고 있다. 케이스가 다 다르다는 얘기다. 삶에 대한 큰 틀에서는 도움이 될 만한 얘기가 있을 수도 있지만, 사사건건 참견하지는 말자. 특히 회사 밖에서의 삶에서는 인간 하나하나가 주체적인 존재가 된다. 누구에게 의존적이거나 시키는 대로 할 이유가 없다.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잖은가.


잘못된 태도나 언행에 대해서는 지적해야겠지만 사소한 옷차림, 헤어스타일, 취미, 관심사에 대해서 감놔라 배놔나하지 말자. 특별히 규칙을 어겼거나 반사회적인 행동이 아닌, 상사가 개인적으로 싫어한다고 해서 하지말라고 강요하지 마라. "아니야", "틀렸어", "하지마"라는 말을 쉽게 하지 마라. 그리고 일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각자가 하나의 인격체로서 동등하다는 사실도 잊지 마라. 후배들의 존경도 강요하지마라. 후배들이 회사에서 나에게 일을 배운다고 해서 회사 밖에서 나에게 인생까지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후배들에게 배울 수도 있다. 일에서의 경력자가 반드시 인생에서의 경력자가 되란 법은 없다.


후배가 조언을 구할 때만 하자. 나서서 해줘봐야 각자의 인생은 다른 거다. 그리고 조언을 하더라도 충분히 듣고 하자. 조언부터 하고 나중에 듣는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나이가 많다고, 직장의 선배라고 후배들의 인생에 쉽게 참견할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다. 일 외의 삶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상사들 역시도 후배였을 때 선배들의 그런 참견이 싫었잖은가? 나이 좀 먹었다고 모두의 상사가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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