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제르 Nov 22. 2017

'욜로'보단 '워라밸'

먹고는 살아야지

하고 싶은 일을 찾자


'뭘 하면서 살아야 할까?', '무슨 일을 해야 즐겁고 행복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부분이지만 사실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관심사와 흥미와 즐거움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은 힘들다. 물론 전혀 관심 없는 일을 참으면서 하루하루를 견디지는 않겠지만, 적당히 흥미있고 적당히 능력되고 적당히 내세울 만한 직업에 급여까지 괜찮으면 웬만해서는 그 직업을 택한다. 직업 선택에 있어서 먹고 사는 문제는 자아실현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한 달에 150을 벌어도, 500을 벌어도, 1000을 벌어도 먹고 살기는 한다. 버는 돈이 0가 아니라면(0도 다양한 방법으로 먹고 살긴 하더라) 그럭저럭 살긴 한다. 적게 벌면 적은 대로, 많이 벌면 많은 대로 각자 불편함이 있고 사정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인생 길게 봐야 한다. 지금의 직업이 50~60살 이후의 직업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 어떤 분야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하면 그 분야를 벗어나기 힘드니 싫은 일을 참으며 오래 할 수도 없다. 그러니 흥미와 즐거움, 행복을 위한 일을 선택해야 한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다만 여기에는 '경제력'이 전제 된다. 돈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가 결국 자신의 일도, 행복도, 인생의 나머지 부분도 결정하게 된다. 이것은 비단 금액의 문제가 아니다 돈을 대하는 태도와 각자의 철학에 따른 기준 설정이 중요하다.


욜로도 돈이 있어야 하지


얼마전 JTBC에서 방영된 <효리네 민박>이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부러워한 것은 이효리의 삶의 방식과 철학이다. 느리지만 여유롭게 살아가며 자신의 삶 속에서 진짜 행복과 가치를 찾아가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지지를 보냈다. 아마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더욱 동경했으리라. 하지만 이효리도 <라디오스타>에서 밝혔듯이 이것이 경제적인 여유를 바탕으로 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삶의 방식이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도 다르지만 그 기본 바탕은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경제력이다. 그 액수와 기준은 각기 다르지만 우선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최근 몇 년 사이 '욜로'라는 말이 유행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자는 의미를 갖고 있지만 그 말에는 일에 대한 개념이 많이 축소돼 있다. 욜로 라이프를 즐기기 위해서는 그 삶을 지탱할 생산활동이 필요하다. 욜로가 지닌 자기결정권이 있는 삶에 근접하려면 프리랜서가 적합하다. 아니라면 돈을 꽤 모았거나 저작권이나 인세, 임대료, 돈 많은 부모 등 어디선가 돈 나올 구멍이 있어야 한다. 그 돈의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 작든 크든 생계를 위해 억지로 뭔가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9 to 6'(여기에 야근이 더해지는) 직장인에게 욜로는 위로의 의미는 되지만 삶 자체를 바꾸기엔 힘들다는 걸 인정해야 할 거다.


자기주도적인 삶이 가치를 갖는다


그래서 요즘은 '욜로'보다 '워라밸'이다. 워라밸은 워크와 라이프의 밸러스라는 의미로 욜로의 삶을 살 수 없는 이들에게는 보다 현실적인 애기이긴 하다. 요즘은 한달에 500만원을 받으며 야근에 주말 출근까지 하는 것보다 250만원을 받더라도 개인 시간이 어느 정도 확보되길 원한다(물론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다). 아등바등 돈만 벌다 지나가는 시간도 내 인생의 시간인데, 그렇게 흘려버리고 싶지는 않다는 얘기다. 물론 각자 인생의 기준이 다르니 일반화는 쉽지 않다.

하지만 워라밸 역시도 기본적인 생산활동을 전제로 한다. 뭔가 수입이 있어야 밸런스도 맞출 것이 아닌가? 그냥 놀며 자신이 욜로족이네 워라밸족이네 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중요하다. 어딘가에서 돈 나올 구멍이 있다면 돈이 안 돼도 즐거운 일이라면 기꺼이 할 수 있겠지만,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돈과 관련 없는 일에 많은 시간을 쓰기엔 부담이 있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선택해야만 한다. 하기 싫은 일을 참고 버티며 하고 있는 사람은 이미 일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없는 상태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그 일의 양이나 급여를 스스로 조절해야 일 외의 다른 시간까지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다. 자기에게 맞는 즐거운 일을 선택해야 일과 삶 모두에서 행복해질 수 있다.


얼마라도 돈이 있어야 욜로든 워라밸이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부분만 신경쓸 수는 없다. 급여나 사회적 시선이 아닌 좋아하는 일, 오래 흥미를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보수가 적더라도 행복하게 오래 할 수 있다. 실업자 100만 시대에 마음대로 직업을 고른다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자기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원하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 삶의 균형을 지키는 자기주도적인 인생을 살아야 내 삶의 의미나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착하다'는 말을 들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