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무비패스 #10
미리암(레아 드루케)와 앙투안(데니스 메노체트)은 별거 중이다. 미리암은 이혼을 원하지만 앙투안은 아이들을 볼 권리를 주장하며 다시 화해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해 보인다. 폭력적이고 감정적인 앙투안을 아이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법의 명령대로 주말마다 아빠와 시간을 보내는 줄리앙(토마 지오리아)은 항상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이다. 그렇게 적대감을 받던 앙투안은 줄리앙을 앞세워 미리암과 식구들이 이사한 집을 알아내고 급기야 총으로 위협하며 그들의 주변을 맴돈다.
영화는 미리암(레아 드루케)과 앙투안(데니스 메노체트)의 이혼 조정 장면으로 시작된다. 우리는 이 부부가 어떻게 만나서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자리까지 왔는지는 모르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황이 매우 안 좋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이 문제다. 미리암은 아이들이 애들 아빠와 완전히 떨어지길 바라지만 앙투안은 아빠의 자격으로 주말에 아이들을 보겠다고 주장한다. 서로의 첨예한 대립 상황을 볼 때 누구 말이 사실인지를 떠나 이 아이들, 참 괴롭겠다 싶다.
역시나 아빠를 대하는 아이들의 태도가 다르다. 줄리앙은 만나는 것부터 싫어하고 만나서도 대화가 없다. 대꾸는커녕 눈도 안 마주친다. 법으로 정해놓은 일이니 어쩔 수 없이 하긴 하지만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괴로운 티를 팍팍 낸다. 아빠도 마찬가지다. 줄리앙에게 잘해주기보다는 이 상황이 짜증 난다. 사실 줄리앙은 핑계고 그가 정작 보고 싶은 것은 미리암이다. 하지만 미리암은 만나주지 않을 뿐 아니라 전화 통화도 하지 않는다. 미리암에 대한 분노는 결국 줄리앙에게도 미친다. 줄리앙에 대한 사랑보다는 줄리앙을 통해 아내와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더 크지만 그 방법은 완전히 잘못됐다. 계속 싸움의 단초만 제공할 뿐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어디서부터 틀어졌을까? 알 수 없다. 영화가 보여주는 상황은 그렇게 살아온 두 사람의 어느 한 부분이다. 부연 설명이나 배경 설명은 없다. 현재 두 사람이 겪고 있는 문제와 상황만 전달할 뿐이다. 그래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수가 없다. 앙투안은 폭력적이고 거칠고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는 듯한 뉘앙스가 풍긴다. 미리암은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거칠게 나오는 앙투안이 무섭고 아이들을 지키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렇게 보면 앙투안의 잘못이 커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앙투안이 미리암을 더 사랑하는 것도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그 사랑을 지지하거나 그 방식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미리암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지칠 대로 지쳤다. 이 관계를 어서 끝내고 싶다.
그럴수록 앙투안은 더 광기에 사로잡힌다. 줄리앙을 앞세워 몰래 이사한 집을 알아내고 딸의 생일 파티에 불쑥 찾아오는가 하면 다짜고짜 눈물을 흘리며 미리암에게 용서를 구하기도 한다. 물론 미리암은 이 모든 상황에 진저리가 난다. 그런 미리암을 보는 앙투안은 더 미쳐간다. 급기야 새벽에 이사한 집으로 찾아와 문을 두드리더니 대답이 없자 엽총을 쏘며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출동한 경찰에 잡힌다.
과연 둘의 관계가 이렇게 끝나 버릴까? 미리암과 아이들은 앙투안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채포 된 앙투안은 법적으로 금지하는 일들을 지키며 미리암과 아이들에게서 떨어질까? 아마도 법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끊임없이 미리암의 주변을 맴돌 것 같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제목은 말 그대로 이 상황을 말한다. 총까지 쏘는 상황을 만들었지만 그걸로 영화가 끝나버리지만 계속 드는 생각은 저게 끝이 아닐 것 같다는 것. 앙투안은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 역시 일이 해결되기보다 그저 문을 닫아 보이지 않게만 만든다. 문 너머의 상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결혼이란 게 저런 것일까? 아니 결혼만의 문제는 아닐 거다. 사람의 관계라는 것은 항상 저랬다. 관계를 맺을 때는 몰라도 관계가 끊어지기는 쉽지 않다. 얼마 간 연락을 안 한 사람이라도 그 관계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며, 싸우고 헤어졌다고 해도 모르는 사람이 될 리 없으니까. 그래서 우리가 맺는 관계는 누가 죽지 않는 이상은 끝나지 않는다. 심지어 죽어도 추억으로 남아 유지가 된다. 그러니 미리암과 앙투안의 결혼 생활(둘은 아직 이혼 전이다)은 끝나지 않고 저런 지옥이 반복될 확률이 높다. 아마도 지긋지긋하게 평생을 따라다니겠지. 헤어 나오고 싶어도 불가능하고 해결하겠다고 해도 답이 없는 그런 늪이 되고 말 거다. 그렇게 관계가 전개돼 버렸으니까.
그렇다고 우리가 관계 맺기를 그만둘 수는 없다. 사람을 만나고 친구를 사귀고 연애를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다. 우리는 다양한 형태로 계속 관계를 맺는다. 우리의 삶 자체가 관계 맺기의 연속이니까. 한 번 맺어진 관계는 쉽게 끊기 어렵지만 그런 관계들이 각자의 삶의 한 축을 담당한다. 누군가를 만나 어떠한 관계를 만들고 그 관계 속에서 좋고 나쁨을 경험하며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성장한다. 좋게든 그렇지 않게든.
영화에서 앙투안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생각으로는 아이들과 관계 개선도 하고 아내와도 다시 합쳐서 잘 지내고 싶지만 겉으로 나오는 행동은 폭력적이다. 자기감정을 너무 앞세워 소통이 불가능하고 생각과 다른 행동으로 일관하면서 알아주기만을 바란다. 사람 마음이란 게 이렇게 공감이 어렵다. 어차피 모두가 다른 사람의 속을 알 수가 없으니까.
(사진 제공 : Daum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