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제르 Nov 12. 2018

<베일리 어게인>, 나를 알아봐 줘

브런치 무비패스 #22


<베일리 어게인>, 나를 알아봐 줘


소년 이든(브라이스 게이사)은 탈진 직전의 강아지 베일리(조시 게드 목소리)를 구한 인연으로 함께 성장한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베일리는 이든의 품에서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베일리는 경찰견 엘리로, 소울메이트 티노로 환생하고 3번째 환생에서는 이든을 찾아가기까지 한다. 하지만 노년이 된 이든은 베일리를 알아보지 못한다. 이에 베일리는 이든의 옛 연인 한나(페기 립튼)를 찾아주고 자신과 놀던 때의 묘기도 보여준다. 이든은 자신을 찾아온 강아지가 베일리라는 확신을 하게 된다.


반려견과 함께 하는 관객들에겐 이보다 좋은 영화가 없을 거다. 나보다 인생 주기가 짧은 나의 반려견이 몇 번의 환생을 거쳐 나를 기억하고 찾아와 준다면 이보다 더 환상적인 일이 있을까? 사람끼리의 일이라도 충분히 감동적인 로맨스가 가능한데, 심지어 내가 애정을 듬뿍 준 사랑하는 반려견이 그렇다면 정말 환장하리만큼 좋지 않을까? 물론 영화 속 베일리의 생각이나 반응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기대하는 것들이고 인간에 의해 해석된 것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베일리 어게인>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니까 인간이 원하는 방향으로 연출되는 것이 마땅히 정상적인 일이다.



영화가 기본적으로 설정한 것은 생애 주기다. 인간보다 오래 살지 못하는 강아지이기에 어렸을 때 만난 주인의 노년기를 함께 할 수 없다. 그래서 베일리는 3번의 환생을 통해 노년의 주인을 찾아 간다. 중간중간 다른 주인을 만나지만 최초의 기억인 이든의 냄새와 기억을 갖고 있다(고 설정한다). 다른 주인을 만나 다른 삶을 경험하지만 베일리가 향한 종착점은 이든이었다. 그리고 간절히 원했다. 이든이 자기를 알아봐 주기를. 그것이 베일리가 태어난 목적이자 삶의 재미라는 듯이 말이다.



반려견을 화자로 내세워 반려견의 시각으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다룬 영화들은 꽤 있었다. 하지만 <베일리 어게인>의 태마는 모습은 바뀌되 영혼은 같다는 설정이다. 이든의 반려견에서 경찰견으로, 소울메이트로, 버려지는 개로 3번 환생한다. 다양한 삶을 경험하지만 이든과의 행복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베일리는 항상 이든을 그리워한다. 여러 주인을 이든과 비교하기도 하고 이든과 지내던 시절의 냄새를 맡으며 이든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다. 그러다 결국 이든을 만난다. 비록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베일리는 행복한다. 이제 이든과 함께 놀 수 있으니까.



인생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왜 태어났는지, 삶의 즐거움과 행복은 무엇인지, 누구와 함께 하는지, 내가 이루려는 목적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살아간다. 베일리는 주인들의 반응을 관찰한다. 자신의 어떤 모습을 좋아하는지부터 주인이 힘들어할 때는 그걸 해결해줄 방법을 찾으려 한다. 공감하고 소통하기도 하고 주인이 기뻐하는 일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도 한다. 함께 놀아주는 것, 사람으로 치면 같이 이야기하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 그것이 바로 베일리가 찾은 인생의 가치다.



나의 삶 속에서 가치와 의미를 찾는 것, 인생의 재미와 상대를 위한 마음은 모든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과 동물도 예외가 아니고, 보살펴 주는 입장과 보살핌을 받는 입장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좋아할 만한 일을 찾고 그것을 하면서 상대의 웃음을 보기를 원한다. 내가 무엇인가 해서 상대가 행복해한다면 그것은 다시 나의 행복이 된다. 비록 인간과 반려견의 관계가 인간에 의해 해석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왜곡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철저히 인간의 입장에서라면 반려동물은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존재고 나는 그런 반려동물을 보살펴 주는 존재다.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는 관계다.



이날 극장에는 아마도 많은 반려인들이 왔을 것이다. 영화의 재미나 의미를 떠나 이들은 커다란 스크린에 귀여운 강아지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수 없이 리액션을 했다. 여기저기서 '귀여워'라는 탄성이 나왔다. 영화 내용과 상관없이 시도 때도 없이 반응이 나와서 관람에 방해가 될 정도였지만 그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 정도로 영화의 성격은 명확했다. 반려견과 주인의 관계를 이상적으로 그려냈으니 누가 봐도 훈훈한 이야기일 수밖에.


<개 같은 내 인생> <길버트 그래이프>로 알려진 라세 할스트롬의 영화를 오랜만에 봤다. <하치 이야기>에서 보여준 동물에 관한 이야기에 <초콜릿> <디어 존> 등에서 다룬 상대를 향한 마음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큰 임팩트가 있거나 대단한 사건을 다루지는 않지만 일상 속에서 사소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능력은 좋다. 비록 예전보단 좀 덜 하지만.


(사진 제공 : Daum 영화)

작가의 이전글 <청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