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뚝딱, 220만원 결제

아이슬란드 감기 #2

by 김제르
아이슬란드에서 감기에 걸린 건 아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바이러스에 감염된 건 맞다. 놀라운 대자연에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아기자기한 시내에 반해 몸져 누울 정도다. 바이러스가 잔뜩 퍼졌는데 아프진 않다. 이건 분명 감기 같은데..


그레이라인 메인 화면


2화 : 뚝딱, 220만 원 결제


12월 초의 아이슬란드는 춥다. 기온은 -10도를 왔다갔다 하지만 바람이 많이 불고 눈이나 비가 자주 내리는 등 예상하기 힘든 날씨다. 눈보라가 심하거나 눈이 많이 쌓이면 도로가 폐쇄되거나 길이 얼고, 길 주변의 웅덩이가 눈에 덮이면 제대로 확인이 어려워 차가 빠지는 사고도 허다하다. 게다가 해가 짧아 5시 이후에는 불빛 하나 없는 암흑 도로를 달릴 각오도 해야 한다. 버스 투어를 선택한 나의 결정은 아이슬란드 초보자에게 탁월한 선택이었다.


버스 투어 상품을 고르기 전에 우선 기간을 정하고 왕복 항공권, 여행자 보험, 공항 리무진, 숙소 등을 알아봤다. 갈 때는 KLM 네덜란드 항공을 타고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까지 갔다가 8시 반을 대기한 후 아이슬란드 항공으로 갈아타고 3시간을 날아 케플라비크 공항에 도착한다. 가격 때문에 일부러 8시간 30분을 대기하는 건 아니다. 저 정도 대기를 하거나 2번 이상 갈아타는 게 보통이다. 올 때도 같은 방식이었지만,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대한항공(코드셰어)을 타고 인천 공항으로 왔다. 대한항공이라고 특별히 다른 건 없다. 승무원이 한국인이고, 기내 영화들에 한국어 자막이 있다는 것 정도?


게스트하우스 오로라


숙소는 부킹닷컴을 통해 게스트하우스 오로라로 정했다. 호텔과 게스트하우스를 놓고 고민을 하다가 혼자 다니는 여행인 데다가 숙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아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했다. 그 중 게스트하우스 오로라를 택한 이유는 조식 제공 때문이다. 물가가 비싼 아이슬란드에서 한 끼라도 공짜로 해결할 수 있다면 땡큐니까. 비록 욕실과 화장실이 공동이었지만 방이 따뜻하고 비교적 지내기 편했다는 후기들에도 합격점을 줄 수 있었다. 숙소를 정해놓으면 투어 진행 시 픽업 장소를 미리 설정할 수 있다. 물론 미정으로 해놓고 나중에 얘기해도 되지만 미리 정해두는 것이 편하다.


숙소를 정한 뒤엔 투어 상품을 골랐다. 아이슬란드 투어 회사로는 그레이라인(http://grayline.is)과 레이캬비크 익스컬젼(http://www.re.is)이 대표적이다. 난 그레이라인을 선택했다. 상품 보기가 편했고 유로화가 먼저 나와서 계산하기도 좋았다. 가이드는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가끔)가 있는데 영어도 별로지만 프랑스와 중국어는 전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영어를 선택했다. 투어는 골든 서클, 블루라군, 워터폴스&블랙샌드, 요쿨살론, 스나이펠스네스, 오로라 투어 등으로 정했는데 투어 내에서도 이동이 있어 여러 곳을 볼 수 있다. 마지막까지 <왕좌의 게임> 촬영지 투어를 놓고 고민했으나 3시리즈까지만 봤다는 이유로 포기했다.


biskupstungnabraut


이렇게 항공권과 숙박, 투어 등 미리 결정할 것들을 모두 결정하고 결제까지 하니 220만 원 정도가 나왔다. 아이슬란드까지 가는 것 치고는 저렴한 느낌이다. 12월이 비수기라는 이유도 있었다. 이틀 정도 투어를 알아본 뒤 사이트를 다니며 결제 몇 번 했더니 아이슬란드 여행 준비가 끝나 버렸다. 220만 원도 훅 써버렸다. 돈 벌기는 어려운데 돈 쓰기는 쉽구나. 하지만 여행에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 여행은 내 히스토리의 굵직한 이슈로 기록될 테니까. 여행의 모든 것을 다시 느끼고 기억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날의 시간들은 분명 내 삶에 큰 옵션이 될 거다. 무료하고 평범한 삶에 한 두 가지 사건 정도는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준비는 끝났다. 나는 출발 당일 0시 55분에 비행기를 탄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8시 30분을 기다려야 하는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그 역시 여행의 한 부분일 터. 나름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아이슬란드 여행을 위한 100곡의 음악과 읽고 싶은 책 2권도 챙겼다.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진짜 출발이 코 앞으로 다가오니 두근두근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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