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변화가 두려운 30대 예비신부

24. 9. 10

by 글쓰는 엠지MZ대리


글을 쓰지 못한 시간이 오래되고 있다. 글쓰기는 기도와 같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상황을 다시 보게 된다. 이를테면 어떤 상황의 감정을 모두 알고 있는 주연에서 관찰하는 제3자가 된다. 나의 감정에 집중하던 것에서 맥락, 상황, 타인의 입장도 살필 수 있게 된다. 어려서부터 나는 기도하는 사람이 좋다는 말을 했는데 그런 사람은 타인과 상황에 대한 이해심이 폭넓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살아보니, 아니 글쓰기를 하다 보니 기도와 글쓰기도 모두 ‘자아성찰’이라는 맥락에서 같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기도하는 사람과 글쓰는 사람을 모두 좋아한다. 어라, 나는 둘 다 해당하는데.



20대와 30대의 차이, 퇴보?


어제 오늘 우연히 만난 컨텐츠들이 나에게 주는 메시지가 일관적인데 마음이 불편하다. 모두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 지금 너무 겁 먹었어. 용기를 가져!’



솔직한 나의 심정? ‘말이 쉽지!’이다. 어제는 회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하는 업무는 수십, 수백명의 사람들과 연결되는 일인데 시스템 오류가 많아 매번 고생을 하다가 오프라인 엑셀 파일을 취합해서 더블 체크를 하고 업무 시간도 수시간을 줄여 놓았다. 나를 위한 일이기도 했지만 연관된 사람들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디지털 부서에서 이 업무를 중단하고 다시 백퍼센트 시스템에 의존해서 디지털화 할 것을 요구했다. 방향은 맞다. 다만 애초에 그렇게 하지 않았던 이유, 시스템의 오류, 관계된 수십명의 잔업 등 문제가 엮여 있기에 그럴 수 없다고 했다. 담당자와 나의 언쟁은 박빙이었다. 불편하고 오류가 있더라도 디지털화로 가는 방향이 맞다는 그의 주장과 정확도와 업무 시간 단축을 위해 지금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나의 팽팽한 대립. 그의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다만, 애초에 그렇게 하지 못한 실무자들의 이유와 합의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고집을 부린 것도 인정한다. 그 순간 그에게 나는 다소 꽉 막힌 사람처럼 보였을 거다. 내가 고집을 부린 이유가 정말 효율성 때문만 이었을까? 언쟁에서 밀리기 싫었던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둘 다 아니었다.



나는, 두려웠다.



변화가 두렵다. 두 손으로 이 문장을 썼다는 사실에 놀랍고, 이것이 내 심정이라는 사실에 두 번 놀랍다. 나는 변화가 두렵다. 이미 너무 많은 변화가 내 삶에 일어나고 있고 또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변화는 싫다. 우스갯소리로 “현상유지가 목표야!”라고 떠들어댔던 말은 진심이다. 하지만 나는 현상유지에 실패한다. 매번 실패한다. 직장에서의 삶, 가정에서의 삶, 사회에서의 삶은 모두 예측불가함과 변동 가능성을 동반한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언제부터 이렇게 움츠러든걸까? 나는 이것이 스스로의 동기결여라고 생각했다. 오로지 내 문제다. 회사에서 소극적으로 되어가는 것도, 삶의 변화가 두려운 것도 모두 내 안의 에너지가 작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의 컨텐츠가 나에게 말해준다. 20대에는 앞만 보고 간다. 도전하고 꿈꾸고 잃을 것도 크게 없다. 그런데 30대가 되면 갑자기 많은 것이 바뀐다. 가정을 이루고 출산을 해야 하고 집도 사야한다. 앞만 보지 않고 주변도 살펴야 한다. 잃을 것이 많아짐에 따라 움츠러든다. 그리고 커다란 일침을 가한다. 그것은 현상유지가 아니라 퇴보라고. 그 말을 듣고 나는 눈이 왕눈이 만큼 커졌다. 내가 퇴보하고 있다니.



정말 내가 퇴보하고 있는걸까. 그 대답에 쉽사리 동의하지 못하는 것도 얄팍한 나의 자존심일 수 있지만 30대인 내 앞에 놓여진 과제는 20대처럼 간단하지 않은 일들이다. 20대에는 내일 당장 떠날 수도 있고, 이사도 나 하나만 생각하면 된다. 상대적으로 퇴사와 이직도 자유롭다. 30대의 문제는 좀 더 복잡하다. 이미 중간 관리자급이 된 이들은 퇴사도 이직도, 심지어 보직 전환도 쉽사리 할 수 없다. 이 일이 단순히 ‘해보고 싶어서’하는 것인지 커리어 방향성과 맞는지 생각해야 한다. 가정을 꾸릴 예정이거나 꾸린 경우라면 이는 좀 더 복잡해진다. 이사문제도 마찬가지다. 나의 편리성이나 가격만을 보고 선택할 수 없다. 배우자의 직장, 자녀의 학교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런 우리 30대에게 당연히 변화는 두려운 일 아닐까.



변수는 삶에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변수 자체가 삶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변수를 통제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변수 앞에서도 평정을 잃지 않는 초연한 태도라고.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온전한 나의 태도로 체화시킬 자신이 없는 나는 소리 없이 다짐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자고, 변화를 제거하려 들지 말자고.



어제의 변화거부 사건을 오늘의 글쓰기로 자아성찰 하는 나, 꽤 괜찮은 사람 아니야? 교만함은 20대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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