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6.30
25주차에 진입했다. 불면증은 아니고 부쩍 잠을 설치는 요즘이다. 대학생 때부터 항상 손에 컵이든 텀블러든 들고 다녔던 나는 ‘액체녀’라는 별명까지 있을 정도로 수분 섭취를 많이 했고, 그에 비해 넉넉한(?) 방광 사이즈를 갖고 있어 나노 방광인 절친에게 부럽다는 말까지 종종 들었을 정도이다. 하지만 임신하고 배가 점점 불러오며 방광이 눌리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나는 나노 방광인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어 버렸다. 특히 자기 전에는 수분 섭취와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을 계획적으로 준비하지 않는 한 오밤중에 잠에 깨어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이 부지기수다. 아주 가끔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밤 새벽 2~3시 쯤에 꼭 한번씩 깨어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이다. 잠을 설치는 것에는 방광 문제만이 주요 원인은 아니다. 요란스러운 꿈도 한 몫을 한다. 원래부터 꿈을 많이 꾸는 사람이고, 꿈을 해석하며 의미 부여를 했던 나였지만 임신하고 부터는 꿈의 빈도와 요란스러움이 지나쳐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살아간다. 요란스러운 꿈을 자주 꾸는 것도 임신증상의 일부라는 것도 놀라운 부분 중 하나이다. 어쨌든 요란스러운 꿈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지 꽤 되었는데, 최근 일주일 동안 꾼 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요란스러워서 밤 잠을 계속 설치게 한다.
또 추가된 주요 증상은 일주일 전부터 밤마다 재발하는 입덧이다… 입덧이 돌아왔다니. 낮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인데 밤만 되면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해 고생을 한다. 임신 5개월 차까지 먹다가 남은 입덧약이 있어 먹을까 싶다가도, 지금 먹어봤자 5~6시간 뒤에나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참아본다. 입덧약을 먹는 것보다는 차라리 잠을 빨리 자겠다고 잠을 청해본다. 침대에 누웠지만 마치 흔들리는 나룻배 위에 누워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울렁거림, 그 익숙한 듯 익숙하고 싶지 않은 불쾌함을 견디며 그저 빨리 잠에 들기만을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임신 황금기라는 선배들의 주장 답게 지금이 황금기임에는 틀림없는 사실 같아 보인다. 30주차가 넘어가면 감당할 수 없이 배가 커지기 때문에 생활에 제약이 많아질테니 지금을 충분히 즐기라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주말만 되면 공원으로, 수목원으로, 근교로, 백화점으로 남편과 함께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예전에 살았던 광교에도 다녀오고 결혼 준비 이후로 특별히 가지 않았던 서울도 다녀왔다. (서울 출퇴근하는 사람이라 주말에 서울 가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데도 말이다!) 20대 때나 좋아했던 서울의 핫한 거리들(가로수길, 도산공원, 압구정…)에서 시각과 감성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브런치를 먹으며 남편에게 말했다. “왜 요즘은 연애시절처럼 데이트가 하고 싶지?” 남편은 “정말?”이라며 화색을 띄었는데 내 말의 의도를 아마 조금 다르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정말로 왜 요즘 20대 시절처럼 소위 말하는 ‘핫플’을 가서 예쁜 사진도 찍고 데이트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 궁금증과 함께 이것 역시 임신 증상의 일환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의도였다면, 남편은 아마 내가 연애시절과 같은 설레임의 마음으로 데이트를 하고 싶어하는 심경 변화의 일환으로 받아들인 거라 생각한다. 때로는 적확한 사실을 파헤치지 않는 것이 이로울 때가 있기에 굳이 그것을 따지지 않고 “응”이라고 대답하고 브런치를 마저 먹었다.
이렇게 25주차의 증상들이다. 나노 방광이 되었고, 요상한 꿈을 더 자주 꾸고, 잠을 설치고 있으며 입덧이 약간 재발했고, 연애시절처럼 데이트가 하고 싶다. 그리고 임신 황금기다. 그래도 큰 이슈 없이 무탈한 하루들 덕분에 평온한 마음으로 돌아다니는 요즘이라 쭌이어에게 문득 안부인사를 한다.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마워. 덕분에 엄마랑 아빠랑 좋은 추억 많이 쌓고 있어.” 몸의 작은 힘듦 같은 것은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역시 아기의 건강이 최고라고 생각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