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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곤증

by 김정미

카페인을 끊었더니

점심 식사 후 졸음이 몰려온다

눈꺼풀 무거운

이 느낌이 반갑다


요 며칠

잠이 쉽게 들지 않아 애쓴 탓인지

졸린 이 기분이 나른하니 좋다


잠이 안 와

생각이 많았던 것인지

생각이 많아

잠이 들지 못한 것인지


감은 눈앞에

화려하게 펼쳐진

생생한 생각의 실사판을

강제로 시청해야 했던

고문 같던 시간들


자야 한단 생각에

조금 전 그 생각을 몰아낼

또 다른 생각을

덧붙여 출연시키고

복잡한 생각의 장면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엉망진창이 되어

잠은 더욱더 달아나는데

일어나야 할 시간은 정해져 있어

쫓기는 불안한 마음


그래서 나는

눈꺼풀 무겁게 내려앉은

이 졸음이 무척 반갑다

졸릴 때 졸린

자연스러움을

무엇하러

억지스럽게

깨워왔을까


억지로 깨어있지 않기로 다짐하니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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