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카스틸리오니,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전

전시 이야기 

<카스틸리오니,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Achille Castiglioni and brothers: Master of ltalian Design>(2020.01.17(금)-04.26(일))


몇 달 전 이 전시를 볼 때만 해도 전시 기간이 정말 꽤 길구나... 생각했는데 어느새 다가왔네요. 4월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 전시장을 찾기 불편한 요즘, 찍어둔 사진 듬뿍 올려드릴 테니 사진으로 나마 아쉬움이 조금이라도 달래지길 바라봅니다.

 홍보 이미지 출처:예술의 전당 홈페이지


<카스틸리오니,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Achille Castiglioni and brothers: Master of ltalian Design>(2020.01.17(금)-04.26(일))은 건축가 · 디자이너인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Achille Castiglioni(1918-2002)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아시아 최초 특별전입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의 최고 영예인 ‘황금콤파스상’ 8회 수상, 150개 이상의 제품 디자인, 단일 제품 1500만 개 판매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는 카스틸리오니는 알레산드로 멘디니 Alessandro Mendini(1931-2019), 지오반니 알레시 Giovanni Alessi, 엔조 마리 Enzo Mari(1932-), 필립 스탁 Philippe Starck(1949-)과 같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존경하는 ‘디자이너의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탈리아 산업디자인 협회(ADI ㆍ Associazione per il Disegno Industriale)가 주관하는 황금콤파스상 (Compasso d'Oro Award)은 세계적인 이탈리안 건축가·산업 디자이너인 지오 폰티 Gio Ponti((1891–1979)의 의견을 수렴해 1954년에 제정된 이래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이 있는 디자인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죠. 스포츠카 ‘페라리’, 디자인 거장 ‘알렉산드로 멘디니’ 등이 이 상을 받은 바 있고, 2015년 참여 기준이 확대되면서 조리 기기 디자인 부문에서 LG 전자의 냉장고도 수상을 했죠.


이미지 출처: (좌) https://www.utilitydesign.co.uk/blog/designer-of-the-month-achille-castiglioni/(우) 전시이미지


밀라노 태생의 아킬레 카스틸리오니는 밀라노 공과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2차 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4년, 이미 이탈리아 산업디자인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형 리비오(1911-1979), 피에르 지아코모(1913-1968)와 함께 건축 사무소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디자인 사업을 시작합니다. 일상과 주변인에 대한 관심과 관찰에서 나온 평범하지만 생활의 편의를 극대화한 제품들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과 실용성으로 오랜 시간 동안 질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클래식 중의 클래식입니다. 그 영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정부에서 그의 모든 오리지널 작업과 아카이브를 문화재로 등록해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 전시는 그의 제자이자 공간 디자이너인 이코 밀리오레+마라 세르베토(MIGLORE + SERVETTO ARCHITECTS)가 직접 전시 큐레이션과 공간 디자인을 맡았는데, 이들 역시 황금 콤파스상 3회 수상 및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미국 IDEA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레드닷 어워드(1955년 독일에서 시작) 11회 수상에 빛나는 디자이너들이죠.

2017년 막스마라 전시  전시장 이미지 출처: http://architettimiglioreservetto.it/portfolio-posts/coats-max-ma


'밀리오레+세르베토'는 2017년 DDP에서 열린 <coats!> 전 공간 디자인을 담당했었고 이를 통해 또 하나의 레드닷 수상을 추가하죠. 옷에 크게 관심이 없는 저였지만 보고 나니 막스마라에 큰 관심이 생겼던, 그동안 봤던 루이뷔통, 샤넬, 구찌 등 브랜드 전시 중에서도 꽤 괜찮았던, 일반인은 물론 의상 전공자들에게도 기념할 만한 규모의 전시였어요.


<카스틸리오니, 이탈리아의 거장> 전시는 space 1. 카스틸리오니의 세계, 2. 카스틸리오니와 밀라노, 3. 창조의 과정 - 익명의 디자인, 레디메이드, 형태-기능, 전시디자인, 4. 아이콘 5. 아트 마이닝 존:헌정 전시 <포스터의 숲> 5개의 테마로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대부분이 제품 스토리 위주로 구성되어 찾아보고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저는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올 때마다 모바일로 가격 검색을 하면서 봤어요. ㅎ 혹시 살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한번 검색해보세요, 제품으로 생각하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작품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현실 가능성 없는 가격은 아니거든요 )


space1. <카스틸리오니의 세계> 전시이미지©네버레스 홀리다


도입부인 space 1. <카스틸리오니의 세계>에서는 그의 디자인 성취를 보여주는 텍스트들이 투명 배너에 적혀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투명 배너 사이를 걸어가는 동안 그가 디자인한 대표 작품들을 텍스트로 먼저 만나게 되죠.  벽면이 유리인 데다 색상이 다채로워서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는 이 공간은 실제로 사진을 찍으면 색지가 섞여 있는 만화경 속에 들어앉은 느낌이 많이 나서 오묘~하게 좋더라고요 무드가. 

 58년의 경력, 67회의 수상, 산업디자인과 설치미술, 건축분야에서 진행한 1000여 개의 프로젝트 등 그를 설명할 수 있는 핵심적 단어들을 지나 재현된 스튜디오 앞에 서면 엄청난 공력을 지닌 작가구나... 하는 생각이 그냥  듭니다.   


전시 중인 아르코 램프 © 네버레스 홀리다


 아르코 램프 Arco Lamp(1962)는 가장 사랑받은 제품 중 하나로, 거실에서 무언가를  읽기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천장 조명의 역할을 하면서도 움직일 수 있는 스탠드 조명을 고안했다고 하죠. 가로등과 같은 커다란 아치 형태의 램프로 약 65kg의 대리석 지지대에 구멍을 뚫어 두어 그 사이로 막대(빗자루 등)를 넣어 두 사람이 들고 원하는 곳으로 이동이 가능하게 한 스탠드 조명으로,  빛이 수평 2m 수직 2.5m까지 닿습니다. 



space 2. <카스틸리오니와 밀라노>에서는 카스틸리오니 형제들의 주 활동 무대였던 밀라노를 중심으로 새로운 형식, 기술, 재료, 디자인 프로세스에 대한 연구와 도전에 주목했던 결과물들을 보여줍니다. 특히 우리 주변에서 친숙하게 만나왔던 제품의 디자이너들을 알아가는 유익함이 있더라고요.

space 2. <카스틸리오니와 밀라노>


또 Zanotta, Alessi, Flos, Brionvega, Karakter 등 카스틸리오니와 함께 독특하고 혁신적인 제품들을 발표했던 인터내셔널 브랜드의 한국 독점 벤더 기업들이 전시를 협찬하고 있습니다.


space 2. <카스틸리오니와 밀라노> 전시 이미지 ©네버레스 홀리다


space 3. <창조의 과정>은 레디메이드, 형태와 기능의 결합 등을 통해 만들어진 과정의 결과물들을 보여줍니다. 산업디자인에서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선별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보면  우리 친숙한 디자인들이 많아서 새삼 반갑더라고요. 

space 3. <창조의 과정> 전시 이미지 ©네버레스 홀리다


1968년의  롬피트라타 스위치 Rompitratta Switch는 정말 의외의 제품이었어요. 워낙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어 주변에서 흔히 보다 보니 '원래부터  존재'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지  유명 디자이너의 작업 결과물이라고 생각하진 못했었거든요. 디자인에 대한 카스틸리오니의 생각을 잘 반영한 제품입니다. 물론, 이 스위치 외에도 바닥 스위치 등 다양한 디자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space 3. <창조의 과정> 전시 이미지 ©네버레스 홀리다


1957년 고안된 셀라 의자 Sella Chair(saddle)는 벽면에 부착된 유선 전화기를 사용할 때 느낀 불편함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진 디자인입니다. 자신에겐 적합한 의자였지만 긴 통화를 즐긴 아내에겐 불편한 의자여서 덕분에 아내의 통화시간이 줄어 전화 사용료를 아낄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죠. ^^. 지름 33cm 반원형의 무쇠 중앙에 수직의 긴 철제 관을 꽂고 그 위에 자전거 안장을 결합해서 만든 71cm 의자는 대부분의 전화기가 집이나 벽에 부착되어 모든 사람들이 서서 통화를 했었어야 했던 1950년대에는 유익한 발명품이었죠. 


전시장에는 공원 벤치 아래 있는 잔디가 잘 자라지 않는 것을 보고 최대한 잔디를 가리는 면적을 줄인 ‘알루나지오 Allunagio’ 의자와  트랙터 의자에서 영감을 받은 ‘메차드로 Mezzadro’ 스툴 등 디자인 제품을 직접 시연해볼 수 있도록 해두었는데, 생각보다 좋은 것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있긴 합니다. 그 시대에는 좋은 디자인이었을지는 몰라도 또 현재의 눈으로 보면 살짝 불편한 것들도 있긴 하니까요.  


space 4. <아이콘> 전시 이미지 © 네버레스 홀리다


space 4. <아이콘> 은 카스틸리오니 형제에게 국제적 명성을 안겨준 제품들을 선보입니다. 전등, 가구 및 액세서리 등 산업 디자인 분야의 상징성을 띄고 있는 작품들이죠. Angela(1922-1987) & Luciana Giussani(1928-2001) 자매에 의해 만들어진  안티 히어로 만화 시리즈 『 Diabolik 』(1962년 초판 발행)에는 생활 소품으로 종종 카스틸리오니의 제품들이 등장하는데요, 이 장면을 확대해두어 색다른 느낌을 연출하고 있죠. 그 외에도 디자이너 스티븐 과르나치아 Steven Guarnaccia(1953-)의 일러스트레이션과 작품을 같이 배치해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용되는지에 대한 이미지 해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space 4. <아이콘> 전시 이미지 © 네버레스 홀리다


생활과 밀접한 집기, 소품들이다 보니 정말 갖고 싶어 지는 것들이 많아지더라고요 전시를 보다 보면. 역시 보편적 창의력이라는 게 있긴 한 거 같아요, 세월이 지나도 그 가치에 대해 공감이 되는 걸 보면. 작가의 작품들은 모두 카스틸리오니 재단 홈페이지에서  설명을 제공하고 있으니 여유될 때 홈페이지를 참고하길 권해드립니다. 서울 전시에 온 작품들 외에도 인상 깊은 제품들이 많이 있거든요. 


벽면에 거울을 부착하여 공간을 확장한 space 5.  <포스터의 숲> 은 국내외 디자이너 34인의 헌정 포스터를 전시하고 있어요.  스위스 키아소 Chiasso에서 선공개되었던 전시로  영국, 스위스 등 24명  한국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10명의 아트 포스터, 영상, 일러스트로 구성되었습니다. 


space 5. <포스터의 숲> 전시이미지


안상수 작가의 포스터 작품을 보다 보니 2017년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날개, 파티>가 떠올랐어요. '안상수체' 디자이너 안상수와 그가 교장으로 있는 파주 타이포그래피 학교를 중심주제로 한 그 전시에서 안상수 작가의 '원 아이 one-eye(한쪽 눈을 가리고 사진을 찍어 보내는)' 프로젝트 얘기를 들은 적 있거든요. 안상수 작가는 인터뷰에서


“1988년 금누리 교수(국민대)와 함께 만든 잡지 ‘보고서 보고서’ 창간호 표지에 쓰기 위해 찍었던 제 사진이 출발점이 됐어요. 별 뜻 없이 재미 삼아한 제스처였는데, 한 눈을 가려도 그 사람의 특징은 충분히 드러난다는 걸 깨닫게 됐죠”라고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는데, 한쪽 눈을 가린 카스틸리오니의 포스터를 보니 그 역시 원 아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수도 있었겠죠? (이건 각자 찾아보자고요~)


(좌) 2017 전시장에서 (우) 1988년 인터뷰 잡지 ‘보고서\보고서’의 창간호 표지 출처-중앙일보


요즘 뉴스 시작은 늘  COVID-19.  급작스럽게 닥친 불행에 가족·친구·가까운 지인과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채 허망하게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는 치명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국가로 우리 모두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들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죠.  

마음이 아픈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지켜주세요. 예외라고 생각하지 말고 '모두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그리고 나와 가족을 위한 '개인위생 '

자유와 방종은 다른 겁니다. 



세상 어디에도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습니다.  






http://www.achillecastiglioni.it/

https://acmasterdesign.modoo.at/

http://www.sac.or.kr/SacHome/exhibit/detail?searchSeq=41210

http://architettimiglioreservetto.it/

https://www.diabolik.it/le-creatrici.php

https://www.stevenguarnaccia.com/ironworks



#카스틸리오니 #이탈리아디자인의거장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AchilleCastiglioni #Master #Italian #Design  #전시 #아르코램프




작가의 이전글 <호텔 社會> vs <강남 모던-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