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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툴루즈 로트렉 Toulouse-Lautrec>

전시 이야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툴루즈 로트렉 Toulouse -Lautrec> 전 (2020.1.14 - 2020.5.16)



지난 몇 달은 COVID-19 영향으로 계획했던 것들을 제대로 실행하기 어려우셨죠?

여전히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진행 중이지만 지나다 보면 마스크 없이 삼삼오오 평소와 다름없이 즐기는 사람들도 적진 않더라고요. 산책로가 가까운 동네에 살다 보니 몇 주 전부터 꽃구경 · 데이트 · 산책 등 봄을 즐기러 나온 분들을 자주 만나는데,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지 않고 다니는 분들이 너무 쉽게 보여요.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지금, 긴장의 끈을 너무 확 놓치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경험해 봐서 알잖아요 방심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좌)  전시 연장 홍보 포스터  출처: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 (우) 전시이미지 © 네버레스 홀리다


새해가 되면 체크하는 몇 가지 중에 '한 해 동안 예정된 전시 스케줄 살펴보기'가 있습니다. 굵직굵직한 대형 전시는 보험 · 운송 · 홍보 · 디스플레이 등의 이유로 대부분 빨리 확정되거든요.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서울시립미술관 역시 홈페이지에 연중 전시 계획을 올려놓기 때문에 쭈~욱 홅어보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은 따로 적어두거나 캡처해두죠.


<툴루즈 로트렉> 전시도 기다렸던 것 중 하나였어요. 좋아하는 화풍에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작가라는 이유가 제일 컸지만, 다양한 작품으로 구성된 150여 점의 작품 수 그리고 국내 첫 단독전이라는 타이틀도 와 닿아 오픈하고 얼마 안 돼서 전시장을 찾았죠. 전시 기간이 꽤 길었는데 예기치 않은 변수를 만나 어느새 종료일이 성큼 다가왔지만, 다행히 전시 기간이 조금 연장되었고 또 생활 방역 단계로 접어들면 마스크 쓰고 가셔도 좋을 것 같아 소개드립니다.



Firos 부부 이미지 출처 (좌)https://www.mcall.com  (우) https://kbfus.org


이 전시는 2007년부터 그리스·미국·이탈리아 3개국 13개 도시에 이어 14번째로 진행되는 순회전입니다. 작품은 모두 Firos collection이고요. Paul Firos와 Anna-Belinda Firos 부부는 잘 알려진 컬렉터이자 자선사업가로 약 1600여 점(2018년 9월 기준)의 소장 작품 중 Maurits Cornelis Escher(1898-1972)와 Toulouse-Lautrec의 작품 비중이 제일 크다고 하죠.


Firos 부부는 소장품 전시를 위해 그리스 아테네에 첫 프라이빗 박물관인 Herakleidon Art Museum(2004)을 세웠고, Pan Art Connections, Inc. 를 설립해 다양한 전시(기획) 및 소장품 대여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팬 아트 커넥션즈는 Paul Firos가 설립자이자 회장을 맡고 있어요. 서울 전시 소식 역시 팬 커넥션즈 홈페이지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전시 출품 작품 외에도 그들의 컬렉션 범위와 다른 작가의 하이라이트 작품도 볼 수 있으니 각각의 사이트도 참고해보세요.


<툴루즈 로트렉> 전  전시 홍보 이미지 출처: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


툴루즈 로트렉(1864-1901, Henri Marie Raymond de Toulouse-Lautrec Monfa)은 프랑스 알비 Albi 태생으로 귀족 가문 출신입니다. 주요 후기 인상파 화가로, 아트 누에보 일러스트레이터로, 석판화가로 이름을 남겼고 현대 상업 포스터의 시초로 더 폭넓게 알려져 있죠. 에드가 드가(Hilaire Germain Edgar De Gas, 1834-1917)의 영향을 받았고,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 18693-1944),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Amedeo Modigliani, 1884-1920) 등에게 영향을 준 작가이기도 합니다.


로트렉은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근친혼의 영향으로 선천적으로 타고난 여러 질병들을 겪게 됩니다. 부모님도 1촌 사촌지간이었고 그의 동생은 태어난(1867) 이듬해 사망하게 되죠. 이후 부모님은 갈라서고 로트렉은 거의 유모의 손에서 자라게 되는데요, 8살 때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파리로 떠나면서 연습장에 스케치나 캐리커처를 자주 그리죠. 다행히 그의 재능을 알아본 부모님들은 그에게 가끔씩이라도 미술 수업을 받도록 합니다. 그의 초기작에는 (서커스장에서 본) 말들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이와 관련된 작품을 전시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좌) 나무 위키 (우)https://www.toulouse-lautrec-foundation.org/biography.html


1875년, 체질적으로 허약했던 로트렉의 건강을 이유로 그는 엄마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요양과 치료를 반복하지만, 13,14세 때 발생한 왼쪽과 오른쪽 대퇴골 골절로 그의 삶은 전환기를 맞게 됩니다. 완벽히 치료될 수 없었던 골절 탓에 그는 결국 어른의 상반신과 아동의 다리 길이( 70cm)를 지닌 키 154m의 성인으로 이후의 삶을 살아가게 되죠.(숫자는 로트렉 재단 기준). 의사들은 그의 병을 잘 알려지지 않은 유전질환으로 보고, 선천성 골 계통 질환의 하나인 피크노디소토시스pycnodysostosis(a.k.a Toulouse-Lautrec Syndrome) 혹은 골석화증(osteopetrosis), (연골형성부전증 achondroplasia) 계열의 이형 장애(variant disorder) 혹은 골형성부전증(osteogenesis imperfecta) 혹은 구루병의 악화 (Rickets aggravated)라고 추측했다고 합니다. 

신체적인 불편함으로 또래 남성들이 하는 '물리적' 일상 활동에 참여할 수 없었던 그는 더욱더 그림에 몰두하였고 ,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파리로 옮겨가게 됩니다. 이후 미술학교에 다니며 예술가로서의 삶을 준비하죠.


인트로 © 네버레스 홀리다



전시는 20세기 초 황금시대를 이르는 '벨 에포크의 몽마르트 거리를 재현한 인트로'를 포함한 8개의 소주제로 나뉘는데 인트로와 마지막 7 섹션을 제외하고 전시장 내 사진 촬영 금지입니다.


인트로 전시 이미지 © 네버레스 홀리다


물랭루주와 몽마르트 거리를 재현한 인트로는 미디어와 사진, 설치로 입체적인 분위기를 마련했습니다. 전시를 다 보고 나면 '아... 인트로 가 가장 포괄적인 공간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여겨볼 만한 것들이 많습니다. 로트렉이 삽화를 기고했던 잡지 『 Le Rire 』(1894)를 포함하여 그 시기의 로트렉 관련 서적들을 아카이빙 해뒀고, 당시 파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짧은 영상들과 뒤에서 여러 번 반복적으로 나올 이미지들이 맛보기처럼 전시되고 있습니다. 그의 연보와 동시대 작가들을 정리한 이미지 자료는 당대 작가들과 달랐던 그의 화풍의 독창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또 앞으로 보게 될 전시에 대한 배경지식도 담고 있으니 찬찬히 꼭 읽어보세요.


인트로 전시 이미지 © 네버레스 홀리다


섹션 1 '연필로 자유를 사다'는 그가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그린 연필 드로잉 작품을, 섹션 2 ' 상류사회를 조롱하다'는 희극적 또는 비극적으로 묘사한 여인들을 그림으로써 더 많은 위선과 가식으로 똘똘 뭉친 상류사회를 조롱하는 작품을, 섹션 3 '몽마르트의 작은 거인'에서는 19세기 말 파리의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보여주는 작품을, 섹션 4 '추한 것이 아름답다'에서는 무대 위의 연기자들과 댄서들을, 섹션 5 '이상보다는 진실을 그리다'에서는 로트렉에게 청탁 들어왔던 잡지 일러스트· 만화·그래픽 디자인 작품을, 섹션 6 '나는 단지 기록할 뿐이다'에서는 로트렉의 청소년기 작품을 선보입니다. (섹션 1-6까지는 사진 촬영 금지이니 작품 이미지는 직접 전시장에서 확인해 주세요~)


섹션 7 전시 이미지 © 네버레스 홀리다


섹션 7 '현대 그래픽 아트의 선구자:상업미술을 순수 미술로 승화시키다'는 그가 남긴 31점의 포스터 작품과 설명, 그 외 자료들을 보여줍니다. 예술성과 상업적인 메시지를 잘 담고 있는 포스터는 '미술작품이 상업적인 소비를 위해 제작되고 활용된 직접적인 첫 사례'로 꼽히는데, 지금 보면 색달라 보이지 않아도 19-20세기 초 파리를 생각하면 굉장히 혁신적인 구도와 폰트를 사용한 디자인들이죠. (머릿속으로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과 아르누보 스타일의 알폰스 마리아 무하(Alfonse Maria Mucha, 1860-1939)의 화풍을 떠올려보세요~)


로트렉은 풍경이나 정물보다 '인물'에 집중해서 그린 작품이 많습니다. 사창가 여성들, 물랭루주의 배우, 가수, 댄서들 보헤미안 생활방식을 고수하던 예술가, 작가, 철학가 등의 인물을 중심으로 도시의 이모저모를 관찰하고 그려내었죠. 실제로 보면 큰 사이즈의 작품들도 많은데 당시에는 그의 포스터가 붙기를 기다렸다가 떼어가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예술성을 알아봤거나 좋아하는 대상이 그려진 포스터였을 테니.. 어떤 분위기였을지 충분히 상상이 되죠?

섹션 7 전시 이미지 © 네버레스 홀리다



“I paint things as they are. I don’t comment. I record.” 

 Toulouse-Lautrec 



그의 인물 그림은 '기록'으로 기능하지만 구체적인 묘사 없이 캐리커처나 상징 요소들만 그린 획기적인 구도의 작품도 많습니다. 원래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추하게 그려진 그림들도 다수 존재하는데, 그럴 때도 그림을 보면 누구나 대상(모델)이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이름이든, 특징적인 오브제나 대상물을 함께 배치해 두죠.



로트렉은 채 20년도 되지 않는 화가로서의 삶 동안 737점의 캔버스, 275점의 수채화, 363점의 판화와 포스터, 5084점의 드로잉 그리고 소량의 세라믹과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창작합니다. 물론 분실된 작품들도 있는데, 숫자 파악이 어렵다고 해요.

섹션 7 전시 이미지 © 네버레스 홀리다



1901년, 알코올 중독과 매독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한 그의 나이 36세. 그의 사후 어머니와 아트 딜러 Maurice Joyant는 그의 작품 홍보를 위해 애썼고, 어머니의 기부를 기반으로 1922년 고향 알비에 로트렉 박물관을 오픈합니다. 원래 주교가 사용하던 궁전으로 현재 천 점이 넘는 로트렉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하니 갈 일이 있으면 한번 들러보세요.

섹션 7 전시 이미지 © 네버레스 홀리다


기대만큼 충족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성의 있는 구성과 효율적인 전시를 위해 사용한 매체, 도슨트 투어 등은 추천할 만하니 직접 관람해 보세요. 작품이 많긴 하나 다양하지 않고, 그마저도 이미지가 중첩되고 느낌도 비슷비슷하다 보니 몇몇 대표 이미지가 무한 반복되는 느낌...이지만...

사실 모든 평가(감상)는(은) 개인 취향의 반영이잖아요.



전시에는 소개되지 않지만 그의 다른 화풍을 보여주는 작품들 몇 점 함께 소개드립니다. 다음엔 좀 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상단 왼쪽부터 <At the Moulin Rouge, The Dance>(1890, 필라델피아 뮤지엄 오브 아트), <At the Music Hall Loie Fuller>(1892, 개인 소장),  <At the Nouveau Cirque the Dancer and Five Stuffed Shirts>(1891, 필라델피아 뮤지엄 오브 아트),  <La Goulue Arriving at the Moulin Rouge with Two Women>(1892.MoMA),   <In Bed, The Kiss>(1892, 개인 소장), <Portrait of Vincent van Gogh>(1887, 반 고흐 뮤지엄) 이미지 출처: https://www.wikiart.org/




끝으로 전시를 보러 가기 전에 먼저 봐 두면 좋을 영화 2편 소개드립니다. 두 편 모두 로트렉이 조금씩 등장하는데요 서술 방식은 많이 다릅니다. 화가로서의 그의 면모를 보는 건 어렵지만 시대 배경과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거예요. 특히 '물랭루주'(2001) 속 니콜 키드먼은 로트렉의 대표 모델 중 한 명인 제인 아브릴 (Jane Avril, 1863-1943 )을 연기했고 '미드 나잇 인 파리'(2011)는 좋아하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우디 알렌..... 감독의 사회적 이슈 때문에... 인용할까 말까 고민하다 그래도 그 당시 파리 예술가들의 분위기를 저 영화만큼 잘 표현한 작품도 드물어서 일단은 씁니다.


툴루즈 로트렉이 등장하는 영화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요즘 '집 안에 머물기'를 강조하다 보니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각종 콘텐츠들이 온라인상에 많이 풀렸죠. 전시, 공연 등과 관련한 유료 콘텐츠가 한시적 무료 제공되어 양질의 문화생활이 가능하기도 했고요. 저 역시 유튜브나 네이버를 통해 국립극단, 정동극장,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제공하는 국내 콘텐츠와 NT LIVE, Show must go on, RCO, MET, Musical Moment 등에서 제공하는 해외 콘텐츠로 그래도 집 안에 머물기가 조금은 수월했어요.


저는 이미 봤지만, 그래도 더 많은 분들 보시라고 아래 정보 공유드립니다. 꼭! 보세요! 정말.... 최고입니다. (안 보면 후회하실 거예요~100%, 저도 다시 볼 거거든요~)



우리,

변함없이 애써주시는 모든 의료진분들, 관련 공무원분들, 우편 및 택배 기사님들, 좋은 마음으로 나눔에 실천하고 계신 모든 분들, 그리고 사회의 규칙을 잘 따라 주는 모든 분들에게 서로서로 고마워하는 마음 잊지 말고


5월, 슬기롭고 바르게 잘 보내보자고요~




https://pan-art-connections.com/label/paul-firos/

https://www.herakleidon-gr.org/plan-a-visit

https://www.albi-tourisme.fr/en/toulouse-lautrec-museum

https://www.toulouse-lautrec-foundation.org/



#툴루즈로트렉 #ToulouseLautrec #예술의전당 #몽마르트 #물랭루주 #한가람미술관 #미드나잇인파리 #예술포스터 #포스터 #MoulinRou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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