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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We will be alright>

전시 이야기

파라다이스 집 PARADISE ZIP  <에디 강 Eddie Kang. ZIP - 'We will be alright' > (2020.03.25- 2020.06.27)



 " 난 너와 같이 마주하고  난 너와 같이 살아 숨 쉬고  난 너와 같이 같은 곳에서  여기가 천국인 거야."

                                                                                             -   싸이 PSY  <낙원>(2002) 중 -



천국은 멀지 않고 가까이에 있는데, 어느 때보다도 더 먼 것 같고 멀어질 것 같은 요즘입니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한마디 ' We will be alright.' 



(좌) 전시 일정 (중)  (2019)(우) 파라다이스 집© 네버레스 홀리다


'파라다이스 집(PARADISE ZIP)'은 파라다이스 문화 재단이 운영하는 복합 문화공간입니다. 호텔·리조트·카지노 사업을 하는 파라다이스 그룹이 모체죠. '파라다이스 문화예술이 압축된 집'이라는 의미로, 80여 년의 세월을 견딘 주택을 건축가 승효상(1952-)이 리모델링을 맡아 공간을 재정비했습니다. 하얗게 칠해진 2층 건물을 마주하면 서로 다른 건축 자재가 만들어낸 표면의 느낌과 직선과 곡선의 형태 그리고 세워진 방향 등이 눈에 더 잘 들어와 재밌더라고요. 네모 반듯한 아파트가 표준인 시대를 살다 보니 이런 옛날 가옥들이 너무 신선하면서도 초월적인 공간처럼 보이네요.


현재 COVID-19 영향으로 대부분의 박물관·미술관·갤러리는 홈페이지 사전 예약이나 전화예약을 통해 정해진 시간에만 입장 가능하지만 파라다이스 집은 사전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합니다. (전시 관람 

무료)

1층 전시장 이미지 © 네버레스 홀리다


에디 강 Eddie Kang(b.1980-, 강석현姜錫鉉)은 개인의 정서적 경험을 바탕으로 창조한 여러 캐릭터를 통해 자신과 사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가입니다. 'We will be alright’에서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제작한 유화·드로잉·판화 36점을 선보이죠. 그의 대표 캐릭터인 '러브리스 LOVELESS'·'믹스 MIX'·' 예티 YETI'를 통해 '우린 모두 괜찮을 거예요' '모든 것은 다 잘 될 거예요'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이 전시는 섹션 구성 없이 층별 분류만 되어있어서 안내 데스크에 놓인 인쇄물을 참고해서 자유롭게 관람하면 됩니다.


2003년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대학에서 필름, 애니메이션, 비디오를 전공한 그는 화가인 어머니와 같은 '작가'가 되고 싶었다고 해요. 결과적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은 물론 LG, 아모레퍼시픽, FnC코오롱, MCM 등의 기업들과 아트 컬래버레이션도 숱하게 한 유명 작가 반열에 올랐으니 꿈이 이루어진 거죠. 팝 아트 계열이지만 정확히는 밝은 색감으로 만화 같은 형태를 그린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과 만화 comix를 합친 '애니마믹스(Animamix)' 작품으로 분류되는데, '애니마믹스'는 2000년대 들어 서양의 팝아트와는 다른 형태로 아시아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만화적인 기법을 차용한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 경향을 두고 미술평론가 및 큐레이터인 빅토리아 루 Victoria Lu가 명명한 신조어입니다. 이미 2007년부터 아시아 국가에서 애니마믹스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으니 알아두면 좋은 용어죠. 작가의 창조물이자 그 자신이기도 한 캐릭터가 작품 속 주요 뮤즈로 등장하는 만큼 캐릭터의 의미를 알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나의 수많은 감정들이 모여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캐릭터가 태어난다.  

나의 감정들은 지극히 감성적으로 추억이나, 점점 잊히고 멀어져 가는 순수함에 관한 이야기 

또는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관한 이야기 등이 모두 작품에 반영됐다"



LOVELESS  전시 이미지 © 네버레스 홀리다


러브리스 LOVELESS는 학대와 파양의 상처가 있지만 작가의 가족이 된 이후 사랑으로 치유된 강아지 캐릭터입니다. 작가가 그려내는 '사랑 · 희망 · 용기· 회복 · 대담함'의 아이콘이죠. 러브리스의 창작 모태는 ' 꼬망이'로, 그는 2003년 봄부터 2008년 가을까지 작가에게 기쁨과 사랑과 추억을 공유해 준 몰티즈 종의 수컷 강아지입니다. 작가는 버림받은 상처를 고스란히 토해내던 꼬망이를 데려와 가족과 함께 사랑으로 보듬었고 서로에게 익숙해질 무렵 꼬망이의 뇌 수막염(뇌 병변 장애?)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수술은 물론 극진한 간호로 돌봤지만 결국 꼬망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는데요, 꼬망이와의 첫 만남부터 죽음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잊지 못할 추억과 감정들, 생명의 존귀함을 다시 되새기게 되었고 그 기억과 경험을 살려 작품 속 러브리스를 탄생시켰죠. 표정과 신체의 변화 등을 통해 꼬망이의 성장을 작품 속에 그려내었지만 아쉽게도 이번 전시에서는 그 부분을 비교해 보긴 어렵습니다.


작가는 "작품에서 꼬망이가 들고 있는 풍선은 희망, 꿈, 목표의 상징"이라며 풍선이 멀어져 가는 것은 '상실'이 아닌 '꿈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작품 관련 기사를 보다가 "거의 못 움직이던 꼬망이가 나중에는 기적처럼 움직이고 자신이 처음 배변하던 장소로 가서 대소변을 가리는 것을 보고 눈물이 났어요"라는 인터뷰를 봤는데 얼마 살지 못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저 역시 들어본 적이 있어서 저 마음이 어떤 건지 너무 이해가 되더라고요. 동물 병원에서 진단받고 돌아오던 길에 정말 차 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그즈음의 몇 달은 정말 눈물이 마를 새가 없었죠. 몇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가장 효과 있는 눈물 버튼입니다.


출품작 중 파란 바탕에 분홍색 선으로 그린 안경 쓴 인물 초상화 한 측면에 꼬망이가 등장하는 작품이 있는데요, 원래는 가로세로 각 1m를 훌쩍 넘는 캔버스에 아크릴로 그린 작품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약 40cm 정도의 목판인쇄 에디션으로 만나게 됩니다. 하늘색 바탕은 추상 화가인 어머니의 작품을 생각하면서, 분홍색 선으로 묘사된 인물은 작가의 딸이 그린 작가의 얼굴을 그대로 다시 그렸고, 자신의 분신인 꼬망이까지 등장하는 3대의 흔적이 공존하는 이 그림, 제목이 <DNA>(2018)입니다. 

MIX 전시 이미지 © 네버레스 홀리다


또 다른 유기견인 믹스 MIX는 '순수'와 '천진난만'을 대표하는 캐릭터입니다. 버스에 버려져 있던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와 가족의 인연을 맺었다고 하죠. 스토리가 있는 작품을 지향하는 작가는 어린 시절 장난감과 인형을 유달리 좋아했고 어른이 되어서도 목각 인형과 로봇 등을 꾸준히 수집했다고 합니다. 기다림, 추억, 그리움이 담긴 이 대상들은 작가의 작품 속에 각각 인격화된 캐릭터로 등장하며 다양하게 변주되는데, 이들 모두에게 고유의 이름과 스토리를 부여하고 의장등록을 마칠 만큼 애정을 쏟았다고 하죠. 초기 작업에서는 작가가 직접 손바느질로 만든 봉제인형을 평면회화에 붙이는 콜라주 작업으로 이들이 등장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입체가 아닌 평면 캔버스에 필선으로 표현됐어요.


 “나에게 창작 작업은 순수한 마음을 되찾고, 잊힌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마법의 주문과 같다”

 “마음속 불안과 상실감을 잠시나마 잊고 스스로 긍정의 마법을 거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YETI 전시 이미지 © 네버레스 홀리다


예티 YETI는 보이지 않게 우리 주변 곳곳에 존재하며 우리를 지켜주는 존재입니다. 차가운 도시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캐릭터로 히말라야에 산다고 전해지는 전설 속의 설인雪人을 차용한 캐릭터죠. 1층 전시에서는 단독으로 등장하다가 2층에서는 소녀와 함께 등장하는데 외로워 보이지 않아 좋더라고요.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수호천사'로 더 이상 지난날의 따뜻했던 기억들을 추억하지 않고 앞만 향해 나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추억을 되살리는 마법과 같은 주문을 건다고 해요. 


주요 캐릭터 외에도 일본에서 활동할 때 철교 아래 해파리를 보고 그린 해파리 캐릭터, 행복하게 웃는 세포들을 그린 ‘happy cells’, 캐릭터들이 머리에 뭔가 하나씩 쓰고 있는 ‘masked’ 등 일상과 유년시절의 기억들을 상기시키는 이미지들도 있습니다.


전시 이미지 © 네버레스 홀리다


이밖에도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수집한 지도, 엽서, 호텔 메모지에 그린 드로잉 작품들도 함께 전시하고 있어요. 

 5월 21일(목) 오후 5시, 전시 연계 이벤트로 작가의 드로잉 퍼포먼스가 진행된다고 하니 이때 가면 자연스럽게 작가를 만날 수 있겠죠? 그리고  현장 SNS 이벤트에 참여하시면 러브리스 마그넷도 받으실 수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마스크!  꼭 쓰셔야 합니다. 




http://www.p-zip.org/kr/

http://topclass.chosun.com/board/view.asp?catecode=J&tnu=201902100027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3/2018050302031.html

http://platform.ifac.or.kr/webzine/view.php?cat=10&sq=755&page=2&mod=last&Q=&S=&sort=



#PARADISEZIP #EddieKang #에디강 #파라다이스집 #wewillbealright #러브리스 #LOVELESS #MIX #믹스 #예티 #YE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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