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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K-KYUNG CHOI&갤러리 현대 50주년기념전

전시 이야기

국제갤러리 <WOOK-KYUNG CHOI>(2020.6.18-7.31) & 갤러리 현대 <50주년 기념전 2부>(2020.6.16-7.19) 



전시회를 선택할 때 작가전과 테마전 중 어떤 것을 선호하시나요?


저는 선곡도 그런데, 특정 가수보다는 어느 날 우연히 꽂힌 '노래'를 찾아 듣는 편입니다. 장르도, 가수도, 국적도 연도도 가리지 않고 멜로디가 좋거나 가사가 와 닿거나 뭐가 되었든 한 지점이라도 마음에 들면 골라서 반복적으로 듣죠.

미술 전시도 그래요. 대부분 '테마'를 보고 선정하는데 그래도 꼭 봐야 하는 작가전은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국공립 박물관 미술관이 휴관 상태인 요즘 가벼운 산책 삼아 보면 좋을 전시가 있어 소개드립니다.

전시 소개 이미지 출처: 갤러리 현대, 국제갤러리


삼청동 국제갤러리 K1에서 진행중인 <WOOK- KYUNG CHOI>와 갤러리 현대 본관과 신관에서 열리는 <50주년 기념전 2부>는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K1의 재개관전으로 선택된 작가 최욱경은 꼭 알아야 하는 우리나라 화가이고  갤러리 현대 전시는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 작가 최고 가격을 경신한 김환기 화백의 <우주>를 선보인 1부의 후속 전시지만, 단독 테마전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1987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 리플릿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최욱경(1940-1985)은  현대 추상 화가입니다.   4남 3녀 중 다섯째로,  남녀 차별 없는 교육을 실천하신  부모님의 아낌없는 후원을 받으며 어려서부터 소질을 보인 그림 공부를 할 수 있었죠.  1950년 여름 김기창, 박래현 부부의 화실에서 받은 개인 지도를 시작으로 서울예고 시절 김창렬, 문학진, 정창섭에게,  이화여대 재학 중 김흥수, 장운상의 지도를 받는 등 그 시절 다른 스타일의 화풍으로 한국 화단을 빛냈던 여러 스승들로부터 배웠어요.(이후의 작가 약력은 위의 이미지 속 내용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



1987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 리플릿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그는 오래 살았다면 더 좋은 작품을 많이 했을 것 같은 기대감과 아쉬움을 동시에 주는 작가입니다. 오래돼서 정확한 기억보다는 인상만 남아있지만 어느 날 어느 자리에선가 그의 작품을 보고 반했어요. 가로로 1m 정도 되는 추상화였는데 선명한 색면들이 바람결에 나부끼며 춤추는 듯한 느낌의 작품이었죠. 그 한 폭에 담긴 자유로움에 꽂혀서 지금도 '최욱경'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꼭 보려고 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국제 갤러리, 갤러리 현대 등에서 작가 회고전을 했었는데, 모두 다 최소 5년~20여 년 전이라 아마 작품을 직접 못 본 분들이 더 많으실 거예요. 화풍을 이해하고 가면 좋을 듯해서 다른 전시 작품 이미지 몇 점을 먼저 보여드립니다.


출처: 1996년 7.13-31일 갤러리 현대 최욱경 회고전 도록  (이번 전시 작품은 아닙니다)



"내가 찾아서 도달하려는 것은 설명적인 것이나 읽을 수 있는, 그렇다고 또 상징적인 그림은 아니다. 

그것은 감성 본연의 그 자체를 시각적 용어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마치 음악이 갖고 있는 완전 추상성 같은 것으로 이것이 그림을 통하여 나로 하여금 새처럼 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줄 것이다. "


                                   - 최욱경, 「절제되고 압축된 감성의 단순성을」, 『공간』(1985.5) p.39 인용                 


총 40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1960년대 추상회화와 콜라주 컬러 작업과 1960년대부터 1975년경 사이 제작된 흑백 잉크와 차콜을 사용한 흑백  드로잉 작업으로 나눠집니다. 사이즈가 크진 않지만 공간을 꽉 채우는 힘을 지닌 작품들이죠.  


2020 국제 갤러리  전시 작품 © 네버레스 홀리다


유화, 아크릴, 목탄, 콩테, 오일 파스텔, 잉크 등 다양한 재료가 혼재된 컬러 작업들은 미국 크랜브룩 미술학교 시절 초기작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요.  그의  화풍은 세 시기로 구분되는데,  미국 유학을 떠난 1963년부터 일시 귀국한 1971년을 1기로, 한국에 머물다 다시 미국으로 가서 본격적으로 작가로 발돋움하는 1978년까지를  2기로, 귀국한 1978년부터 삶을 마감한 1985년을 3기로 봅니다. 화가로서 산 20여 년 동안 500여 점의 작품을 창작했는데, 그중 연대가 확실하게 적힌 작품은 100여 점, 기존 자료로 연대 추정이 가능한 작품이 반 정도라고 하죠. 


1기에 속하는 이번 전시 작품들은 당시 세계적인 유행이었던 미국 추상표현주의 양식을 많이 담고 있어요. 당시 한국 화단은 전후 유럽의 앵포르멜(프랑스 중심의 현대 추상회화, 주관적 성향) 이 지배적이어서 대개는 파리로 유학을 갔는데, 최욱경은 미국을 선택했죠. 화폭 위에 담긴 작가의 물리적 창작 행위를 중시한 미국의 추상표현주의는 한스 호프만, 웰렘 드 쿠닝, 로버트 마더웰 등의 대표 작가가 있고, 이 시기 최욱경 역시 그들의 영향을 받으며 창작활동을 이어갑니다. 특히 확대된 콜라주 collage 형식인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1925-2008)의 컴바인 페인팅 combine painting 스타일의 작품도 있어 당시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를 보여줍니다.


2020 국제 갤러리  전시 작품 © 네버레스 홀리다



흑백 톤의 작품을 전시하는 두 번째 공간에서는 종이 위에 잉크, 차콜, 콩테를 이용해서 그린 것들로 일반 종이가 아닌 광택지를 사용한 작품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기계를 이용하는 인쇄와 손으로 그리는 드로잉이라는 서로 이질적인 두 매체를 혼용한 예가 된다고 하죠. 작가 친필 텍스트가 담긴 작품도 있어요.


평면의 사진으로는 잡히지 않는 깊이와 재질을 현장에 가면 오롯이 체감할 수 있으니 꼭 전시장을 찾아서 보시길 권해드려요.  시야가 시원했고 작품들이 좋아 바캉스 온 느낌이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서양 회화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민화나 단청 색 등 한국적 재료, 구조, 색채에 대한 작업들도 많이 했어요. 그 작품들도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으면 좋겠고요.


 K1은 전시공간, 카페 및 레스토랑, 웰니스 센터가 결합된 복합 문화공간이기도 하니 시간 여유가 된다면 다른 시설들도 즐겨보세요. 


갤러리 현대 50주년 2부 출품작과 1부 홍보 이미지 출처: 갤러리 현대 홈페이지


1970년 4월, 인사동에 개업한 현대화랑(현 갤러리 현대)은 전문적으로 미술품을 거래하던 화랑이 없던 시절 한국 전통회화와 현대미술을 종합적으로 다룬 최초의 전문 화랑입니다. 작품 판매 수수료로 운영되는 화랑 경영 구조를 우리 미술시장에 도입했고 작가도 후원했죠. 이중섭과 박수근 등 작고 작가를 재조명하는 전시는 물론 한국 현대미술을 해외에 알리는 데도 노력한 50년의 세월을 반추하는 전시 지금 열리고 있는 <갤러리 현대 50 2부>입니다. (참고로 갤러리 현대, 학고재, 아라리오, 국제갤러리(1982년 인사동 설립, 1987년 삼청동 이전)는 한국 대표 갤러리예요. ) 


한국 미술 사상 최고가(132억)를 기록한 김환기의 '우주(Universe 5IV-71 #200)가 지난해 경매 이후 최초로 한국에 전시돼 주목을 끈 1부에서는 김환기 외에도 백남준, 이우환, 천명자, 박수근, 이중섭에 이르는 한국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였죠.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와 동시에 존재했던 화랑이었던 만큼 깊은 인연을 맺어 온 작가들도 많았는데요, 이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40명의 7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 전시가 1부였어요. 이전에 소개했던 의미 있는 작품들을 다시 만나보는 자리였죠.

가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람이 많이 몰려서 평균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대기한 후에 입장이 가능했어요.


2부 전시 작품 이미지 출처: 갤러리 현대 홈페이지


현재 진행 중인 2부 전시는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현재까지, 갤러리와 동행한 한국 작가 16명(팀), 해외 작가 13명의 작품 70여 점을 선보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행으로 홈페이지 사전예약을 통해 작품 관람이 가능하고 전시장 전관에서 사진 촬영 금지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가까운 곳이 신관이고 동십자각과 가까운 쪽이 본관으로,  전시는 신관을 먼저 관람한 후 확인 스티커를 받아야 본관 입장이 가능하죠.  신관에서는 동시대 미술 트렌드를 주도한 갤러리의 역할과 역사를 벽면에 인쇄된 연도와 자료 사진으로 볼 수 있게 해 뒀고 그에 맞는 작가들의 신작과 구작을 함께 전시하고 있습니다. 본관에서는 한국 실험 미술가들의 대표작을 선보이고 있고요. 


쭉 훑어보기만 해도 당시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국내외 작가의 회화, 사진, 조각, 미디어, 설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백문이 불여일견!

갤러리는 상업 미술을 다루는 곳이라 소위 팔리는 작품 위주로 선을 보이는데,  현재 작품들은 구작부터 신작까지 두루 있어 지루하지 않고 미술관급 전시라고 불러도 무방할 가치가 있으니 꼭~ 가보세요. 


그리고 데스크에 있는 작품 소개 및 전시장 구조를 담은 전단도 꼭~ 손에 들고 즐거운 관람 하시길 바랍니다. 


의료진께 보내는 감사 이미지 © 네버레스 홀리다


어느 분의 솜씨 인지는 모르겠지만 국제갤러리 부근에 의료진께 표하는 고마움을 담은 판화가 붙어있더라고요. 

늘 고생하는 그분들께 꽃향기를 함께 담아 보내드립니다.  



우리 모두가 조금 더 노력하면 모두가 행복한 날이 곧 오지 않을까요? 나만 편하면 되는 세상은 아니니 모두를 위해 배려하자고요~

오늘도 되새겨 봅니다. 기본 개인위생 철저 및 사회적 거리두기!  


모든 실내 기관은 마스크 없인 입장 불가입니다. 꼭 챙겨가세요.  




https://www.kukjegallery.com/KJ_exhibitions_view_1.php?page=current&ex_no=225&v=1&w_no=0

https://www.galleryhyundai.com/exhibition/view/20000000013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최욱경 #현대50 #덕분에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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