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빅 아이즈: 마거릿 킨 회고전>

전시 이야기 

마이아트뮤지엄 <빅 아이즈 BIG EYES:Margaret Keane Retrospective>(2020.05.13-09.27)



혹시 영화 <슈렉> 속 '장화신은 고양이' 캐릭터를 아시나요?

장화신은 고양이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스코티시폴드 scottish fold 종의 장화신은 고양이는 원래 온순하고 상냥한 성향의 동물이래요, 대담한 면이 있는. 영화에서는 거칠고 까칠한 캐릭터로 매섭게 눈을 뜨다가 순간 애절함과 순진함을 장착한 눈빛을 발사하는 반전 매력으로 수많은 관객을 사로잡았죠. 일상생활에서 가족과 친구에게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비기이기도 해서 저는 때때로 어려운 부탁과 사과가 필요할 때 이 표정을 사용합니다. 실사는 몰입도가 떨어지지만 이미지의 힘은 커서 ~ 아주 효과가 좋아요.



우리 신체 기관 중 소리 문자인 '말'로 내용을 전달하는 입을 제외하고, 의견과 감정을 가장 효율적으로 잘 전달하는 기관은 '눈'이죠. 맹자의 말에서 시작되었다고도 하고 속담이라고도 하는 "눈은 마음의 창이다."라는 말처럼, 얼굴 근육 대신 눈빛 근육(?)의 긴장과 이완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 순정만화 속 주인공들은 왜 그렇게 눈이 큰지', '완구 인형의 눈들은 왜 저리 비현실적인지'와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면 이 전시가 그 의문을 조금은 풀어 드릴 거예요.


<빅 아이즈> 전시 포스터와 영화 포스터  출처: 마이아트 뮤지엄, 네이버 영화


강남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전시 <빅 아이즈 BIG EYES>는 화가 마거릿 킨의 회고전입니다. 마거릿 킨 Margaret Keane(1927- : 본명: Peggy Doris Hawkins)은 미국 테네시 내슈빌 출생으로 1960년대 '빅 아이즈' 캐릭터로 신드롬을 일으킨 작가죠. 2014년 개봉한(한국은 2015년) 팀 버튼 감독의 <빅 아이즈>가 바로 마거릿 킨의 삶과 작품을 토대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와 전시인 데다 120여 점의 작품 구성도 다양해서 작가의 화풍과 인생사를 톺아보는 재미가 꽤 있습니다. 영화에 등장한 작품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고요.

근래에 인지도 높은 이름만 내세운 부실한 전시가 많아 시간과 돈이 아까웠는데, 내실도 있고 작품도 좋아 관람료가 아깝지 않았던 전시였어요. 무엇보다 원화가 주는 아우라가 느껴져서 좋았고요.


전시는 ' 빅 아이즈와 키치' , '또 다른 자아, 긴 얼굴의 여인', '이름을 되찾은 화가', '슬픈 눈에서 행복한 얼굴로' ,'킨의 현재와 그 영향력' 5개의 소주제 구성으로, 자극적인 화풍이 아니라서 누구와 보셔도 무방합니다. 처음 전시 소식을 접하고 가까운 지인에게 같이 가자고 했었는데 "눈이 너무 무서워"라는 말로 거절하더라고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다시 권하진 않았는데, 전시를 보고 나니 "좀 더 설득할걸"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시다면 참고하세요~


"내가 아이에게 그리는 눈은 나 자신의 가장 깊은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눈은 영혼의 창이다. "


'빅 아이즈와 키치 ' 전시 작품  © 네버레스 홀리다


섹션 1 '빅 아이즈와 키치'에서는 작가에게 유명세를 안겨준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어요. 10살에 할머니께 유화 그림을 선물할 정도로 그림에 소질을 보인 작가는, 딸의 재능을 일찍 발견한 부모님 덕에 본격적으로 미술 공부를 할 수 있었죠. 학업을 위해 떠난 뉴욕에서 첫 남편과 결혼 몇 년 후 이혼하고, 딸과 함께 다시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미술 학업과 생계를 위해 일을 병행하던 중 문제적 남자 월터 킨을 만나게 됩니다.



화가의 꿈을 품은 부동산 업자 월터 킨과의 결혼 생활 10여 년 동안 마거릿의 '빅 아이즈' 작품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물감이 마를 새도 없이 팔려나갔죠. 1950-60년대는 추상미술과 팝아트 등이 유행하던 시기로 구상 회화가 환영받진 못했어요. 더군다나 그 당시는 여성화가의 사회적 위치가 낮을 때라 작품들도 저평가되었고요.


'빅 아이즈'는 딸을 모델로 그린 그림으로 화폭 속 아이들의 커다란 눈엔 작가의 감정이 담긴 작품입니다. 월터 킨은 '그리는 재능'은 없지만 천부적인 '이미지 메이킹의 촉'을 가진 사람으로, 우연한 기회로 신문에 노출된 '빅 아이즈 작품들'을 '전후 시기 버려진 아이들의 슬픔'이 표현된 대상으로 포장하며 대중의 공감을 형성했고 여러 상황하에 아내가 그린 그림은 월터 킨의 작품으로 알려지며 그를 유명 화가로 둔갑시켰죠. 당시 개인 이름을 건 갤러리를 운영할 정도로 성공했고, 원화를 사지 못한 사람들이 인쇄 포스터나 엽서 등을 돈을 주고 살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어요.


이 섹션에 전시된 출품작들은 당시의 오리지널 작품으로 몇몇에는 '마거릿 킨'이라는 이름 대신 액자 틀에 'walter keane'이라고 적혀있으니 유의해서 봐주세요.


'또 다른 자아, 긴 얼굴의 여인' 전시 작품 © 네버레스 홀리다


섹션 2 '또 다른 자아, 긴 얼굴의 여인'에서는 대중 앞에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그의 심경을 대변한 여성 초상들을 보여줍니다. '빅 아이즈' 작품들이 월터의 그림으로 알려지면서 마거릿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1960년대부터 '빅 아이즈'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작품' 두 가지를 동시에 그려냅니다.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듯 성숙한 여성들을 등장시킨 '다른 스타일의 작품'은 당시 저조한 평가를 받았지만, 빅 아이즈에 쓴 KEANE라는 서명 대신 MDH KEANE이라는 서명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었죠. 그는 모딜리아니와 반 고흐, 클림트, 보티첼리, 모네 등을 좋아했는데 섹션 2에서는 그들의 화법이 차용된 작품들이 많아 익숙함과 낯섦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자아, 긴 얼굴의 여인' '이름을 되찾은 작가' 전시 작품 © 네버레스 홀리다


'빅 아이즈' 아이들은 대부분 울타리나 장막에 갇혀 웃음기 하나 없는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이 시기의 여성 초상들 역시 창백한 얼굴에 텅 빈 표정을 드러내고 있죠. 강압적인 남편과 자신의 거짓말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마거릿은 결국 폭력적인 성향의 월터와 이혼하고 딸과 함께 하와이로 이주해 새 삶을 시작합니다. 이때 월터가 내건 이혼 조건 중 하나가 적지 않은 양의 신작(영화에서는 100점)을 자신에게 제공하는 거였어요. 나쁜......


'이름을 되찾은 화가' 전시 작품 © 네버레스 홀리다


하와이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 전과 다른 인생을 살게 된 그는 가족의 지지에 힘입어 진실을 밝히고자 했고, 법정 다툼 끝에 결국 원작자로서의 이름을 되찾습니다. 섹션 3 '이름을 되찾은 화가'의 대표작이기도 한 '증거물 #224'는 1986년 판사와 배심원들이 있는 법정에서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그린 그림으로 자랑스럽게 MDH KEANE이라는 서명이 되어 있죠.

이후 우울하고 공허한 표정과 창백한 얼굴을 내민 아이와 여성 초상 대신 생기 있고 밝은 표정의 아이와 여성 도상으로 화풍이 바뀝니다.


'슬픈 눈에서 행복한 얼굴로' '킨의 현재와 그 영향력' 전시 작품 © 네버레스 홀리다


섹션 4,5 ' 슬픈 눈에서 행복한 얼굴로'와 '킨의 현재와 그 영향력'에서는 다양한 구성의 인물 초상과 동물 그림을 전시합니다. 이 섹션에서도 앞에서 말한 대가들의 흔적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여럿 있어요. 실제로 보면 작품 채색이 은은하면서도 맑고 깊어 보다 보면 조금씩 화폭 속으로 빠져들어요.


영화 <빅 아이즈>를 감독한 팀 버튼은 어린 시절부터 마거릿 킨을 동경했고 '빅 아이즈' 원화도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빅 아이즈'는 내게 아주 가까운 예술이었고, 늘 나를 지켜보는 것 같은 그 큰 눈에서 예술적 영감을 받았다"라며 팬심을 전한 바 있죠. 여러 할리우드 제작자가 관심을 보였지만 결국 팀 버튼에게만 감독직을 수락했으니 진정한 성덕입니다.


1960년대에는 '빅 아이즈'의 인기에 힘입어 닮은 캐릭터들이 무한 양산되었고 결국 비슷비슷한 캐릭터들의 홍수 속에서 조금씩 그 인기가 시들해집니다. 당시 활동했던 대표 작가로 Lee, Gig, Maio, Ozz Franca, Igor Pantuhoff, Eve를 들 수 있는데, 이들의 작품을 보기만 해도 빅 아이즈와의 유사성을 바로 발견할 수 있어요. 현대에는 Craig McCracken가 만든 'Little Miss No Name Dolls', ' Blythe dolls the cartoon Powerpuff Girls'와 Yoshitomo Nara, Mark Ryden, Tim Burton의 영화 <프랑켄위니>, <크리스마스 악몽>, <유령신부> 등에서 작가의 영향을 찾아볼 수 있죠. 우리나라 작가 마리킴도요.


60년대 빅 아이즈 유사 작품들  출처:  pinterest, ebay, etsy.com


킨의 화풍을 보이는 60년대 작품들은 대부분 저렴한 인쇄물로 전해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왜 액자 사면 따라오는 인쇄 그림 느낌이랄까...

아래 예시 중 영화 '주온' 속 아이가 영향을 받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마지막 섹션에 하얀 얼굴 아이와 이미지상으로 유사해 함께 보여드려요. 공포 영화 싫어하는데, 글을 쓰다 보니 자꾸 눈이 마주쳐서... 무섭네요.... 아하... 하.... 밖에 비도 오고...


Yoshitomo Nara,Craig McCracken,  Tim Burton , Mark Ryden 캐릭터 이미지 출처: google 이미지 검색


전시장 마지막에는 이 실화를 증빙하는 뉴스 기사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신문에도 실릴 정도였으니 인기가 대단하긴 했나 봐요. 다큐가 아닌 이상 팩션의 형식을 버릴 수가 없는 게 창작물이지만 그 안에는 분명 FACT가 살아 있긴 하니까요. 그 진실을 신문 기사로 접하니 또 색다르더라고요. 

전시 출품 자료 이미지 © 네버레스 홀리다


예술은 작가 자신의 표현이자 사회의 반영이기도 하죠. 그래서 어떤 작품은 작가의 시대 배경을 이해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때때로 작품을 보고 "왜?"가 담긴 숱한 질문을 던질 때가 있는데, 이런 의문들은 시대상을 알면 풀리는 것들이 많아요.

그러니 이번 전시는 먼저 영화를 통해 시대 배경에 대한 워밍업을 하고 가셔서 두 배의 즐거움을 만끽하길 바랍니다.  



 



http://myartmuseum.co.kr/exhibit/exhibit_ing.php?ptype=view&prdcode=2003300001&page=1&catcode=10000000

http://timburton.com/


#MargaretKeane #Retrospective #마이아트뮤지엄  #빅아이즈 #팀버튼 #bigeyes  #마거릿킨 #마가릿킨




작가의 이전글 뮤지컬<모차르트!>, <루드윅:베토벤 더 피아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