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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의 순간>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전시 이야기

<ㄱ의 순간>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 한가람미술관(2020.11.12 - 21.02.28) 



쓱---지나가 버린 2020년.

빠른 세월이 새삼스럽네요. 나름 잘 살고 있다고 느꼈던 순간순간의 만족감, 자부심 이런 것들은 이미 기억 저 너머 어딘가에 깊숙이 묻혀버렸고 자꾸 떠오르는 못다 한 일들에 소스라치게 놀라기를 반복하고 있어요. '이건 분명, 내 시간을 도둑질당한 거야'라고 누군가에게 책임을 미뤄버리고 싶을 만큼, 하찮은 암시나 흔적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날들이 참~ 많이 있네요, 심지어 다이어리를 쓰고 있는데도 말이죠. 어제가 오늘 같은 매일의 연속이라 그런가 봐요. ( 저희 엄마는 이 말을 듣고 이렇게 얘기하시더라고요, '그게 늙는 거야.' ) 생물학적으로 늙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그래도 마음만은 쉽게 늙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이던 취미던 흐름이라는 게 있죠. 소위 말하는 '감'을 유지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저한텐 전시가 그렇습니다. 일로써 마주한 기간이 더 길긴 하지만 다행히 취미이기도 해서 찾아다니며 보는 것을 꽤 즐기죠. (얼리버드로 구매한 티켓들이 아직 여럿인데... 언제쯤 맘 편히 갈 수 있을는지..) 오늘 소개드릴 이 전시는 '100주년 기념전'이라는 타이틀에 끌려 얼리버드 표를 구매해 두고 개막일 즈음 맞춰서 보고 왔어요. 현재도 관람 가능하지만 주변 상황 보면서 일정을 정하기를 권해드립니다, 기간도 넉넉하니까요.


(왼) <ㄱ의 순간> 전시  포스터 (오)전시장 사진 : 네버레스 홀리다

  “ <ㄱ의 순간>은 말이 글이 되는 지점이다. 

다양한 작가와 작품들을 통하여 언어가 예술의 본령임을 확인하고 본래는 하나였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간 한글을 주제로 한 전시들은 한글의 형태와 의미에 초점을 맞추었고, 

서예가와 타이포그래피 작가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리고 문자예술 서(書)는 전통미술의 핵심이었지만, 현대미술과의 관계에서는 거의 단절되었다”

 “ <ㄱ의 순간>은 이러한 관습적인 맥락에서 탈피하여, 문자로서의 한글이 예술과 결합하는 지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기획자의 말-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 특별전 <ㄱ의 순간>은 현대미술의 툴로 풀어낸 한글 주제 전시입니다. 한글 창제에 담긴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ㄱ씨, ㄴ몸, ㅁ삶, ㅅ얼, ㅇ꿈'을 소주제로 구성한 전시죠. 한글의 의미, 글자체, 조성 원리 등을 회화·서체·사진·설치·미디어 등으로 다룬 작고·현역 작가 47명의 작품과 역사유물 자료(말모이 원고는 12/22까지만) 등 고대부터 현대, 시각·청각·후각을 채워주는 작품 총 120여 점을 전시한, 그야말로 한국 미술계의 올스타전입니다. 박물관과 미술관 두 곳의 성향을 대변하는 작품들이 함께 있어 다른 전시보다도 참관 연령대가 다양하더라고요.

오늘은 관람날 제게 가장 가깝게 와 닿았던 작품 몇 점만 소개해 드리지만 이외에도 의미 있고 괜찮은 출품작들이 넘치니 추후에 꼭~ 현장에서 감상해 보세요.


태싯그룹 ,LED, 철판, 컴퓨터, 5채널 스피커, 166 x166 x 50cm / 3개,  2020  사진 : 네버레스 홀리다

첫 작품은 태싯그룹 Tacit Group의 <Morse ㅋung ㅋung>(2020)입니다. 훈민정음 창제 원리인 역리易理·상형象形·자방 고전字倣古篆과 소리의 관계를 통찰하는 ‘ㄱ씨’ 섹션 도입부에 설치된 작품이죠. 2008년, 작곡가인 장재환과 가재발(이진원, 1970)의 의기투합으로 결성된 태싯그룹은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 장르를 실연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들입니다. <Morse ㅋung ㅋung>은 소리와 글자의 이치가 다르지 않다는 훈민정음 창제 원리를, 6000개의 LED 전구가 만들어 내는 빛 글자와 그에 상응하는 소리로 그들의 생성·변이·소멸 과정을 보여줍니다. 철자가 화면에 송출될 때 그 글자에 해당하는 전자음이 스피커를 울리는 방식인데요 악기 대신 컴퓨터 언어인 코드 code를 입력해 음악 생성 기반을 만든 뒤, 이를 글자와 소리의 합주를 통해 즉흥적인 변주까지 가능하게 프로그램화했어요. 작업 초기엔 프로그래밍 언어로 화면을 수놓는 '라이브 코딩' 위주였는데 일반 관객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해 한글을 도입했다고 합니다, 결과도 좋았고요. 2009년, 한글 자음과 모음이 소리로 치환되고 공연자가 채팅으로 건네는 대화가 음악이 되는 퍼포먼스 <훈민정악訓民正樂>이 <Morse ㅋung ㅋ ung>의 전신입니다.


<Morse ㅋung ㅋung>은 원래 공연용으로 창작한 작품으로 작가는 “길고 짧은 두 음으로만 뜻을 전달하는 모스 부호에 흥미를 느꼈고, 이걸 한글에 대입했다. 한글도 디지털 요소가 강하다. 제한된 조합의 가능성 속에서 구현되고, 직선·네모·세모 등 기하학적 연상을 불러일으킨다."라며 기획의도를 설명했죠. 서체로서의 한글의 예쁨이 시각적으로 주는 즐거움이 있고 또 서체가 검은 면 위에서 조각조각 부서지고 연결되었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변주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전시로 처음 설치하면서 특별 개발한 움직이는 글꼴 ‘태싯그룹체’까지 적용하는 등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어요.


이슬기 <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 ,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서당 개 삼 년에 풍월을 읊는다> , 195x155x1cm, 2020 사진 : 네버레스 홀리다

두 번째 작품은 통영 누비이불 장인과 협업한 이슬기 작가의 연작 <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2015) ,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 <서당 개 삼 년에 풍월을 읊는다> (2020)입니다. 초성·중성·종성이 네모꼴로 시각화되는 한글의 구조원리를 풀어간 ‘ㄴ 몸’ 섹션 거의 끝 쪽에 있습니다. 설명이 벽에 부착되어 있지만 공간 구조와 배치상 보기가 꽤 부담스러워서 실제로 보신 분이 계셨는지 모르겠네요.


기하학적 패턴과 해학적 시선이 가미된 작업을 하고 있는 이슬기 작가에게 이불이란, 꿈과 현실의 구분선으로써 그 이불을 덮고 자는 이의 꿈속으로 연결해 주는 일종의 매개체라고 합니다. 1992년 프랑스 파리 유학 시절에 지인으로부터 얇은 통영 누비이불을 선물 받았는데 색감과 질감도 너무 좋았다고 하죠. 그 이후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선물용으로 사고 싶어 찾아다녔는데 구매가 쉽지 않아 직접 제작하게 되었고, 2014년부터는 통영의 누비 장인과의 협업으로 이불 연작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작가가 상세 설명서를 보내면 통영에서 제작해서 보내주는 방식으로요. 우리 전통 속담을 오방색의 기하학적 형상으로 이불에 기워낸 이번 작품 역시 그렇게 제작되었죠. 처음엔 구체적인 형태나 제목보다 누비이불의 전반적인 디자인과 질감이 눈에 들어와서 멈춰 서게 되더라고요.


한국 속담을 시각적 은유로 풀어낸 누비이불 연작은 제목을 알고 봐야 작가가 의도한 형상이 보입니다. 벽에 걸린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2015)는 속담 뜻처럼 무지몽매함을 드러내려 흑백만 사용했고, 왼쪽 바닥에 놓인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사진을 찍어 세워서 보면 위아래로 짙은 갈색 개와 황토색 개의 옆모습이 보입니다. 바닥에 있을 땐 잘 안 보이더라고요. 오른쪽 <서당 개 삼 년에 풍월을 읊는다> 역시 연보라색 귀를 늘어뜨린 개 한 마리를 표현한 뒤 초록·빨강·파랑의 원색으로 여백을 채운 작품인데요, 전체 작품 사이즈는 처음으로 선물 받은 누비이불 크기와 같다고 해요.


조형의 색감과 바느질 방향 역시 작품 구성의 큰 요소로 “늘어진 귀는 수직으로, 얼굴은 앞을 바라보고 있어 수평으로 누볐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구석에 있는 누런 삼각형은 살짝 기울어진 채 꽂힌 ‘책’을 사선으로 바느질했고, 여백은 3년이라는 시간성을 강조하려 세로로 누볐다.”라며 수공에 담긴 의미를 풀어줬죠. 어쨌거나 이 작품들은 바닥에 놓는 것보다 세워서 벽면에 부착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긴 합니다. 더 이미지가 잘 들어오니까요.


오인환 <남자가 남자를 만나는 곳- 서울>,향가루, 620x436cm, 2020  사진 : 네버레스 홀리다

전시장 중반에 이르면 어디선가 오묘한 향 내음이 납니다, 은은한 듯 묵직하게. 요즘엔 전시실마다 다른 향기를 입힌 것도 트렌드라 '그런 건가 보다' 하고 걷다 보면 전시장 바닥 한가득 깔린 초록색의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죠. 오인환(1965~) 작가의 <남자가 남자를 만나는 곳- 서울>(2020)은 향가루로 구성된 작품으로, 바닥에 향가루를 깔고 그 위에 글씨를 쓴 뒤 천천히 타들어가게 하는 작품인데요, 초록색이 강하고 텍스트가 뒤섞여 있어 의미를 바로 알아채기는 어렵습니다. 다행히 타들어 가는 재가 글씨를 점점 또렷하게 해 지금쯤 가시면 꽤 많은 글자가 눈에 들어올 거예요.


전시 시작과 함께 타기 시작한 향가루 글씨는 서울에 산재한 게이바의 이름들입니다.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타자화된 문화를 성찰케 하는 작품인데,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장소일 수 있는 이 낱말들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단어들의 나열로 다가오죠. 작가는 언어와 문자가 사회적 소통의 도구라고 하더라도 결코 구성원 모두에게 보편적이고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 있고, 지배 문화가 허용치 않는 다양한 행위들이 출몰하는 장소로서의 ‘문화적인 사각지대’에 대한 탐구물을 공간을 활용한 설치물로 보여줬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결국 문화의 사각지대가 아이러니하게도 일상 속 현실임을 강조하는 작업인 거죠.


내용과 조형이 일체 된 한글이 시서화와 가무악의 주체로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ㅁ 삶’ 섹션에 있는 이 작품은 개방된 공간에 놓여 있어 살짝 옮기는 발걸음에도 흩어져 버릴 듯 관람자를 더 조심스럽게 만듭니다. 저는 그보다 '화재 위험성은 없나?'라는 생각에 살짝 불안감을 느꼈는데, 뭐 이 작품을 설치하면서 그런 고려 역시 충분히 했을 테니 기우이겠지만 언어가 가진 또 다른 성질들을 보여주는 기재 같아서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이진경 <새로운 청구영언: 수많은 사람 수많은 노래>, 오래된 다양한 크기의 나무 판재와 각재, 한지, 갱지, 오디오 공간 설치, 2020  사진: 네버레스 홀리다

‘ㅅ얼’ 섹션은 일제강점기의 억압과 죽음 속에서도 버텨 낸 우리말과 글을 풀어줍니다. 나라는 잃었지만 글을 지켜내려 했던 움직임을 이육사, 신채호, 한용운 육필, 조선 말본 말모이 원고(보물 지정), 우리말 큰사전 등과 현대 작가들의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죠. 이 중 이진경 작가의 <새로운 청구영언 : 수많은 사람 수많은 노래 >(2020)은 우리가 익히 들어온 노래 가사들을 한지와 판재에 적어 그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합니다.


2017년 열린 국립한글박물관 기획특별전 《순간의 풍경들, 『청구영언』 한글 노랫말 이야기》에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최초의) 가곡 노랫말 책인 김천택(金天澤, 1680말?-?)의 『청구영언靑丘永言』(1728년), 김수장(金壽長, 1690-?)의 『해동가요海東歌謠』(1755년), 박효관(朴孝寬, 생몰년 미상) · 안민영(安玟英, 1863-1907)의 『가곡원류(歌曲源流)』(1872년)가 출품되었죠. 이들은 우리나라 3대 가집으로서 이를 통해 옛 노랫말의 감정을 느껴보도록 꾸며진 전시였어요.

『청구영언』은 김천택이 개인 문집에 실려 있거나 구전되던 가곡 노랫말 580수를 모아 한글로 기록한 책으로 ‘청구’는 ‘우리나라’, ‘영언’은 ‘노래’라는 뜻입니다. 『청구영언』의 구성은 악곡을 중심으로 시대별, 인물별 노랫말 580수를 분류하여 한글로 기록했고, 시기적으로는 고려 말부터 『청구영언』 편찬 당시까지, 작가로는 임금과 사대부 · 여항인 · 기녀 · 무명 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실려 있어요. 특히 마지막에 실린 「만횡청류」는 솔직하고 꾸밈없는 노랫말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감정을 다뤘는데 김천택은 「만횡청류」 노랫말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별도 항목으로 다루었죠. 『청구영언』의 「만횡청류」에 실린 노랫말 중 일부는 노골적인 표현이나 남녀의 성적 욕망 등을 소재로 해 김천택이 노랫말 580수를 수집하면서 수록 여부를 고민했던 노래라고 전해지는데 2017년 이 전시에 참여한 이진경 작가는 「만횡청류」에 적힌 사람들의 솔직한 생각들은 붉은 색의 손글씨로 적어 작품화했었죠.


김천택의 『청구영언』 편찬으로 우리말 노래를 쉽게 익히고 전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한글 노랫말의 가치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는데, 이번 이진경 작가의 <새로운 청구영언 : 수많은 사람 수많은 노래 >를 통해서도 지난 우리의 역사, 기억, 고향, 친구 등 많은 것들을 떠올리는 노래 가사들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마치, 오래된 사진첩을 넘기다가 잊고 살았던 반가운 친구의 모습을 발견한 것처럼 눈앞에 손글씨로 쓰인 가사들이 정겹게 다가오는데, 한편으로는 눈앞에 보이는 텍스트가 머리 위에 개인용 지향성 스피커를 달아 둔 듯 BGM처럼 귓가에 울리는 착각을 불러일으켜, 쉬이 자리를 뜨지 못하고 가사를 곱씹게 됩니다.


강익중 <트롯 아리랑>(2020) 사진 : 네버레스 홀리다

서예박물관 로비에 전시된 이 작품은 2020년을 강타한 트로트의 인기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보면서, ' 작가도 '미스터 트롯'의 열혈 시청자 셨나? ' 하는 궁금증이 들더라고요. 강익중 작가가 바탕에 특정 인물의 이미지를 사용한 건 처음 같거든요, 제 기억으론. 백자 달 항아리와 트롯맨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벽면 앞에는 스탠드 마이크가 놓인 1인 무대가 있어 누구나 그 위에 올라가서 트롯맨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할 수 있습니다. 비대면 시대에 익숙해진 온 택트 방송 장면을 연상케 하는 이 작품은, 확실히 이들이 올 한 해 동안 얼마나 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현대미술 전시장에서 보기 드물었던 연령대의 관람객들이 많이 오셨더라고요. 작품도 신기해하고 각자가 좋아하는 가수 앞에서 사진도 찍으시는 데 보기 좋았습니다, 작품을 제대로 즐기시더라고요. ‘미스터 트롯’ 가수 6인의 노랫말과 6곡의 아리랑 가사가 적힌 색색의 한글 타일을 12m 길이로 벽면에 펼쳐둔 이 작품에서 가수 영탁은 구성진 가락을 뽑았다고 하고 누군가는 장미 꽃다발을 두고 가셨다는데, 작품 아래 영상 이미지도 함께 송출되어 팬들에게는 정말 좋은 추억이 되었을 것 같아요. 가수들에게도 정말 좋은 추억이었을 거고요. 예전에 강익중 작가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반인의 참여를 받아 작품을 완성한 적이 있었는데 저도 그때 제 이름을 찾아보며 짜릿했었거든요, 그 작품 너무 갖고 싶었지만... 네... 사진만 ^^.

원일 <ㅂㄷㅊㅅ>(2020) 작품 이미지: 네버레스 홀리다

마지막 작품은 원일 작가의 <ㅂㄷㅊㅅ>(2020)입니다. 국악인·영화음악 감독·타악 그룹 푸리 대표로 활동 중인 그는 동서양 음악을 아우르는 작곡가·싱어송라이터입니다.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ㅇ 꿈’ 섹션에 설치되어 있는데 여기엔 암각화, 가야 토기, 청동 거울 등 고고유물과 추상 문양 그리고 이를 재해석한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어우러져 있어요. 포스터 이미지로 사용된 최정화 작가의 작품도 여기 있고요.

<ㅂㄷㅊㅅ>은 고려 시대부터 쓰인 옛 악보 육보(肉譜)를 한글로 시각화한 작품으로 육보는 국악에서 악기의 소리를 흉내 낸 구음(口音)으로 기록한 악보입니다. '태곳적 인간이 갈망하던 하늘, 거기서 반짝이는 북두칠성의 형태와 훈민정음의 조형적 유사성을 교차시키며 소리를 시각화' 한 작품이라는데, 글이 참~ 어렵습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여인이 부르는 노래는 조선시대 정가正歌로, 정가는 노래로서의 정악(正樂)을 뜻하고 가곡, 가사, 시조가 여기에 속합니다.

원일 작가는 장선우 감독이 <한국 영화 씻김>의 영화 음악을 맡긴 후부터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는데, 대종상 음악상을 수상한 영화 <꽃잎>을 비롯해 <강원도의 힘> <아름다운 시절>의 영화 음악을 맡았고, 독집 음반 <아수라>에서는 가수 겸 작곡가로서의 그를 만날 수 있으니 궁금한 분들은 찾아서 들어보세요.


'특별전' '기념전' '회고전'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전시는 대부분 내용이 충실합니다. 출품 작품 수준 역시 일반 이상이고요. 이 전시도 기대만큼 내용도 작품도 좋았습니다. '이렇게 다 모으기 힘들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물·사료적 가치를 지닌 자료부터 올해 제작된 신작들,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희귀작까지 출품작의 폭도 장르도 다양하죠. 단지, 이 모든 작품을 제대로 보여주기엔 서예박물관과 한가람미술관 7관은 좁은 느낌입니다, 잘 배치하셨음에도 전반적으로 빽빽하다는 인상이 강하거든요,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유물과 작품이 꽤 있다는 게 아쉽더라고요. 몇몇 작품에 설명이 붙어있긴 하나 설명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고요. 

근데, 작품은 좋습니다, 비록 작가의 의도대로 관람자가 작품을 읽어내지 못한대도 말이죠. 




http://www.sac.or.kr/SacHome/exhibit/detail?searchSeq=41124

http://tacit.kr/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mal_moi/2020/12/02/53AAVEEPORHKBFUVISJ3EQPJN4/?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https://www.chosun.com/culture-life/art-gallery/2020/12/09/7GTV7KMRY5B25KJURUK37VMHDU/?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0/11/24/NOOUZEQFO5EQ7NTOI5VHYFGPQI/?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252656&memberNo=424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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