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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예술가의 한마디


언어는 세태를 반영합니다.  


물론 세상의 변화를 반영하는 게 언어만은 아니지만 가장 민감하고 직관적이며 대중적이면서 유용한 매체이긴 하죠. 거기에 상징성도 다분하고요. 연말이 가까워질 때쯤 각국에선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사용된 혹은 그 한 해를 관통한 '올해의 단어 word of the year'를 선정하는데, 이 단어는 자국의 정세·사회 인식·문화 등 다방면의 현상을 포괄합니다. 각국 대표 기관·사전·신문 등에서 자체 투표 및 통계를 바탕으로 선정하는 올해의 단어는 1971년 독일을 시작으로, 현재는 유럽·미주·아시아 각 대륙에서 11월~12월 즈음 결과를 발표하는데, 가장 먼저(2020.11.10) 발표된 영국 콜린스 사전에서 뽑은 올해의 단어는 바로 '봉쇄 Lockdown'였어요.

콜린스 사전 올해의 단어 출처: https://www.collinsdictionary.com/woty


봉쇄를 '여행이나 상호작용, 공공 공간에 대한 접근이 엄격히 제한되는 것 the imposition of stringent restrictions on travel, social interaction, and access to public spaces'으로 정의한 콜린스 사전은 이 밖에도 '코로나바이러스', '일시 해고 Furlough', '필수 인력 Key Worker', '자가격리 Self-isolate', '사회적 거리 두기 Social Distancing ' 등 코로나 19 상황을 반영하는 단어들과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BLM (Black Lives Matter)' , 먹는 방송을 뜻하는 한국어 외래어 '먹방 Mukbang' ,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가 왕실에서 독립한 것을 브렉시트에 빗댄 '메그시트 Megxit', 소셜미디어 틱톡 이용자를 일컫는 '틱톡커 TikToker'처럼 시의성 있는 단어들을 올해의 단어 TOP 10으로 꼽았어요. 2018년 한 번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용기를 지칭하는 '1회용 single-use'과 2019년 '기후 파업 climate strike'이 채택된 것과는 확연히 다른 기조죠. 


또, 2004년부터 한해 가장 영향력 있는 단어를 선정해 오던 옥스퍼드 랭귀지는 올해 처음으로 단어 선정을 하지 않았고, 미국 메리엄-웹스터 Merriam-Webster 사전과 딕셔너리 닷컴 Dictionary.com, 독일언어학회(GfdS)에서는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케임브리지 사전 Cambridge Dictionary에서는 '격리 quarantine'라고 발표했죠. 1660년대 질병 관련 의학 용어로 처음 쓰이기 시작한 팬데믹은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뿌리에 둔 단어로 전체 혹은 모든을 뜻하는 '팬 pan'과 사람 또는 인구를 뜻하는 '데모스 demos'를 합친 말이라는데,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평생 들어볼 기회조차 없을 말들이 2020년에는 여럿 친숙해졌네요, 웃프게도.


정상옥 전 동방대학원 대학교 총장이  예서체로 쓴 '아시타비'.  출처: 국민일보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53421


유럽이나 미주와 달리 동아시아에서는 '올해의 한자'나 '성어'를 선정하는데 일본 자유국민사(출판사), 일본 한자능력검정협회는 '밀 密 (코로나 19 방역을 위해 밀집, 밀폐, 밀접 등 3개의 '밀'을 피하라는 의미 )'을, 대만(연합보)과 말레이시아는 ‘역疫(전염병)’을, 2008년부터 현재까지 중국과 대만이 공동으로 꼽아온 행사에서 선정된 올해의 한자는 '민 闷(답답, 번민))'을, 중국국가언어자원관측 연구센터 国家语言资源监测与研究中心와 상무인서관 商务印书馆 그리고 인민왕人民网이 연합 주관한 汉语盘点 2020에서는 국내외 상황을 대변하는 한자로 '民 (국민)', '脱贫攻坚 (빈곤에서 벗어나 난관을 극복하자)' , '疫', '新冠疫情 (코로나 유행 상황)'이 선정됐죠.


우리나라는 1992년 창간한 '교수신문' 주관으로 2001년부터 '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해왔는데 주로 유교나 불교 경전 등에서 발췌한 성어를 내세운다는 점과 특정 직군에서 선정한다는 점이 앞서 얘기한 해외 매체들과의 큰 차별점입니다. 올해 906명 투표 결과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의 ‘아시타비 我是他非’가 선정됐는데 이 말은 이중잣대를 꼬집는 관용구로 쓰이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한자로 옮긴 것이라고 합니다. 유행어 자체가 신조어인데 굳이 사자성어의 틀에 맞추려 재조합할 필요가 있었나... 싶긴 합니다. 어느 분께서 논평으로 쓴 것처럼 굳이 어려운 한자어보다 순 우리말 '너나 잘해'나 원전 그대로 '내로남불'이 더 와 닿긴 하네요. 참고로 네이버 국어사전 2020년 검색 1,2위 단어는 팬데믹과 언택트입니다.


KBS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이미지 출처: KBS 홈페이지, http://www.newsinside.kr/news/articleView.html?idxno=1089330


위에 언급한 말들만큼 올 한 해 제게 가장 인상 깊었던 말(문장)이 있는데요, 바로 가수 나훈아(1947~, 본명 최홍기)의 노래 가사입니다. 여러분도 한 번쯤은 입에 올렸을 그 가사.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KBS 추석특집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편이 방송되고 '테스 형'은 가히 폭발적인 신드롬이 되어 그야말로 지축을 흔들었죠. 약 3시간 동안 실황 중계처럼 진행된 녹화에서 19벌의 의상을 갈아입고 29곡의 노래를 쉬지 않고 부른 그 무대는 닐슨 코리아 서울 기준 시청률 29%로 감동,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를 장악했어요. 부모님 세대의 가수라는 생각에 사실 음악 한번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그 공연을 통해서 그를 향해 붙는 여러 찬사와 수식어들이 진심으로 이해가 되더라고요. '콘서트장에서 꼭 보고 싶다.'란 생각까지 들게 했으니 그 방송을 보고 매혹당한 사람이 저 하나 뿐은 아니었을 겁니다.


KBS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이미지 출처: KBS 캡처(네이버 기사검색)


목소리, 움직임(퍼포먼스), 표현력 그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았던 그 공연은 연출과 무대 미술로도 시선을 끌었어요. 1400명 랜선 관객을 위해 KBS 홀 관중석과 무대 앞뒤 좌우에 깐 가로세로 50㎝ LED 타일 6000개는 면적만 1500㎡(454평)로 국내 방송 사상 유례없는 규모였고, 수원과 KBS 별관 세트장에서 녹화해 비대면으로 참가한 관현악단과 합창단을 포함 무대에 오른 인원은 500여 명, 이 거대한 스케일에 깨알 같은 디테일을 챙겨 넣은 영상과 무대 소품, 구성도 좋아서 그 한 번의 공연을 위해 그동안 들인 '정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겠더라고요. 무엇보다 변함없는 음색, 다양한 아이디어와 무대 장악력과 집중력으로 그 긴 시간을 무리 없이 소화한 그의 프로다움과 노 개런티 출연이라는 대범함에 탄복했어요.


"관객이 숨 쉴 틈 주면 안 된다, 눈을 못 돌리게 해야 한다, 2시간 40분 공연을 2분 40초처럼 느끼게 해야 한다"라고 매번 강조했다던데 그 노력과 열정이 만든, 그야말로 선물 같은 공연이었습니다.


나훈아 음반 이미지 출처: (왼)  다날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오) 네이버 한국 대중가요 음반 11000


1966년 ‘천리길’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발표한 곡 수가 2,600여 곡, 그 가운데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만 800곡이고 1960~1970년대 남진과 트롯 양대 산맥을 이루며 ‘오빠부대’로 불리는 팬덤을 일으킨 원조라고 하죠. 노래방 기기에 가장 많은 곡을 등록한 가수로 업체별로 211~235곡이 등록돼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많다고 합니다. 블루스, 민요와 트롯을 섞은 스타일로 분류되는 그의 곡들은 한국 가요계에 성인 음악의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트롯은 싱어송라이터가 많지 않아 비평의 영역이 아니었지만, 나훈아는 1973년부터 창작활동을 해 오며 조용필, 심수봉 등과 더불어 자기 영역을 확실히 구축한 가수”라는 최규성 한국 대중음악연구소장의 말을 옮긴 기사도 있었죠. 확실히 이번 공연을 보니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크로스오버 crossover를 즐기는, 연륜은 있지만 낡거나 오래돼 보이지 않는 묵직한 무언가가 있긴 하더라고요. 

그 공연에서 발표한 신곡 '테스 형'은 그야말로 '물건'이었죠.


'테스 형'은 2020년 8월에 발매된 나훈아의 <아홉 이야기> 앨범 수록곡입니다. 네이버 검색 결과에선 총 9곡의 노래 중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명자!' '테스 형!' 3곡이 타이틀로 표시되어 있어요. 저는 이 '테스' 형이 '소크라테스'였다는 말을 듣고 진~짜 놀랬었어요. 전혀 장르적 연결성이 없어 보였던 트롯과 그리스 철학자의 조합이었으니까요, 게다가 '형'이라니. 근데 너무 딱!인 거예요. '너 자신을 알라'했던 2000년도 훌쩍 넘은 그리스의 철학 사상이 영탁의 '니가 왜 거기서 나와'만큼 친숙하게 다가온 순간이랄까?


나훈아 작사·작곡의 '테스 형'은 앨범 소개에 '나훈아가 11년간 무대를 떠나 세상을 떠돌며 살았던 세월 속에 아주 힘들고 아플 때면 찾아가는 아버지 산소에서 쓴 글을 작곡하여 부른 노래로 그냥 부르기에는 가삿말 중에 너무 무겁고 부담스러운 낱말들,“아버지 산소” 또는 “천국”이란 단어들을 노래로 표현하기 너무 무거워서 모두가 아는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를 형이라 빗대어 풀어본 노래'라고 적혀 있어요. '테스 형'이라고 적힌 가사들을 '아버지'로 바꿔 읽어보니 패러디나 개그 소재로 쓰이는 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 와중에 송민호 '겁'에서의 '아버지', 자이언티 '양화대교' 중 '아버지는 택시 드라이버'란 가사는 왜 생각이 나는 걸까요???)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 그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 형 소크라테스 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 형


울 아버지 산소에 제비꽃이 피었다 / 들국화도 수줍어 샛노랗게 웃는다

그저 피는 꽃들이 예쁘기는 하여도 / 자주 오지 못하는 날 꾸짖는 것만 같다


아! 테스 형 아프다 세상이 눈물 많은 나에게

아! 테스 형 소크라테스 형 세월은 또 왜 저래


먼저 가본 저세상 어떤 가요 테스 형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 가요 테스 형


아! 테스 형 아! 테스 형 아! 테스 형 아! 테스 형

아! 테스 형 아! 테스 형 아! 테스 형 아! 테스 형 "


-'테스 형' (나훈아 작사·작곡) , <아홉 이야기>(2020)


(왼) KBS 2 <악인전> 이미지 출처: KBS 홈페이지, (오) 출처: http://dh.aks.ac.kr/Edu/wiki/index.php/%ED%8C%8C%EC%9D%BC:


올 하반기 '테스 형'에 반했다면, 상반기엔 송창식(1947~)의 '담배 가게 아가씨'에 매료됐죠. (근데, 두 분이 동년배 시네요? 새삼스럽다...) KBS 2에서 론칭한 <악인전 樂人傳>(2020.4.25 - 7.25)은 음악적 도전을 하는 선후배 음악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늦은 시간에 방영이 돼서 생소한 분들이 많겠지만 여러 의미 있는 시도들에 관심이 갔죠. 저는 특히 송창식·함춘호·송가인·강승윤의 조합으로 방송된 에피소드를 좋아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담배가게 아가씨'를 원곡 가수의 연주와 노래로 처음 들었어요. 정말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그 원곡의 오라 aura는. 기타 두 대와 목소리 하나로 굉장히 다양한 변주가 어우러진 오리지널의 버전을 보며 '저런 노래였구나'하며 감탄했어요. 이야기가 있는 직접적인 가사가 전해주는 표현의 자유로움은 자연스럽게 가사를 장면 장면으로 치환시켜 머릿속에서 이미지화되고, 때론 경쟁하듯 또 때론 얄밉게 약 올리듯 이어지는 기타 합주는 관현악 규모에 버금갈 만큼 무대를 꽉 채우더라고요. 해학적인 가사를 표현하는 노래와 기타 선율이 가히 신명 나는 배틀이면서 듀엣 같았다고 할까? 굉장히 재밌는 곡이더라고요, 확장의 폭이 무한대인. 그런 부분 때문에 일찌감치 뮤지컬로도 제작된 거겠죠.


(왼) EBS <스페이스 공감> '송창식 편"(2010) (오) EBS <싱어즈> '송창식 편'(2020)


1960-70년대 우리 문화사를 이야기할 때 '쎄시봉', '트윈폴리오'의 이름은 단골로 등장합니다. 저 역시 그들을 문화사의 한 부분으로 먼저 접했는데 근래에 여러 방송들을 관심 있게 보다 보니 인물사적으로 흥미로운 지점들이 아주 많더라고요.


그의 어릴 적 꿈은 가수가 아닌 지휘자였는데 가난했던 집안 사정 때문에 작곡 시험을 치러야 하는 ‘작곡과’에 갈 수 없었다고 해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악보를 직접 쓰면서 작곡할 수 있는 재능은 있었지만 그 재능을 뒷받침할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거죠. 그래서 성악과를 선택했는데 그 역시 정식으로 정통 성악을 공부하고 들어온 다른 친구들과 달리 독학으로 습득한 창법 때문에 선생님들과도 의견 충돌이 생겨 결국은 고등학교를 그만두게 됩니다. 지휘자 금난새와 서울예고 동문인데요 금난새는 인터뷰에서 "학창 시절 송창식은 음악 천재였다"라고 밝힌 바 있어요.


혼자 공부하며 음악적 지식을 쌓아가던 어느 날 우연히 찾아간 명동의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팝송을 부르는 조영남을 보고 반했다고 해요. 이 일을 계기로 클래식이 아닌 대중음악에 빠지게 됐고, 이후 그가 만든 대중음악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스스로 자신의 음악을 괜찮다고 여기던 차에, 우연히 AFKN에서 나오는 블루스 음악을 듣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구나’라는 생각에 밤새 눈물을 흘리며 지새웠다는 일화도 유명하죠.


1968년 ‘나는 너’로 가요계에 데뷔, 청년 문화를 이끌었던 음악다방 쎄시봉 멤버, 윤형주와 '트윈 폴리오' 활동을 하며 ‘하얀 손수건’, ‘웨딩 케이크’, ‘축제의 노래’ 등을 히트, 1970년 솔로로 전향 ‘고래사냥’, ‘왜 불러’, ‘사랑이여’, ‘애인’, ‘담배 가게 아가씨’, ‘맨 처음 고백’, ‘피리 부는 사나이’, ‘가나다라’, ‘푸르른 날’, ‘한 번쯤’, ‘상아의 노래’ 등 200여 곡이 넘는 자작곡 발표. 여기에 아직 미발표한 곡이 1000곡 정도라는 기사도 본 기억이 있는데, 이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하루라도 악기 연습과 목소리, 음정 연습을 하지 않으면 안 돼요. 세월이 흘러도 제가 예전과 똑같이 노래할 수 있는 건, 매일 하루에 3시간씩 연습하기 때문이죠. 전문적으로 노래하는 사람이 되려면 연습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죠.”라고 말하는 가수로서의 그의 품격입니다. 항상심은 정말 정말 정말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1986년 송창식 앨범 이미지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388205&cid=60487&categoryId=60496


"우리 동네 담배 가게에는 아가씨가 예쁘다네 / 짧은 머리 곱게 빗은 것이 정말 예쁘다네

온 동네 청년들이 너도 나도 기웃기웃기웃 / 그러나 그 아가씨는 새침데기


앞집의 꼴뚜기 녀석은 딱지를 맞았다네 / 만화가게 용팔이 그 녀석도 딱지를 맞았다네

그렇다면 동네에선 오직 하나 나만 남았는데 / 아 기대하시라 개봉 박두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담배 하나 사러 가서 / 가지고 간 장미 한 송이를 살짝 건네어주고

그 아가씨가 놀랄 적에 눈싸움 한 판을 벌인다 하라 라  / 오 그 아가씨 웃었어


하루 종일 가슴 설레며 퇴근시간 기다렸지 / 오랜만에 말끔히 차려입고 그 아가씨 기다렸지

점잖게 다가서서 미소 띠며 인사를 했지 / 그러나 그 아가씨는 콧방귀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나면 대장부가 아니지 / 그 아가씨 발걸음 소리 맞춰 뒤따라 걸어간다

틀려서는 안 되지 번호 부쳐 / 하나 둘 셋 오 위대할 손 나의 끈기 / 바로 그때 이것 참 야단 났네


골목길 어귀에서 아래 동네 불량배들에게 /그 아가씨 포위됐네 

옳다고나 이 때다 백마의 기사가 나가신다 아자 자 / 아 하늘빛이 노랗다


우리 동네 담배 가게에는 아가씨가 예쁘다네 /  지금은 그전보다도 백배는 예쁘다네

나를 보면은 웃어주는 아가씨 나는 정말 사랑해 아라 라 /에 나는 지금 담배 사러 간다


-  '담배 가게 아가씨' (송창식 작사·작곡) , <참새의 하루>(1986) 수록곡


아직 다른 가사들을 다 살펴본 건 아니지만, 앞으로 음악을 들을 땐 평론가들이 이야기하는 그의 노래에 담긴 한국적 정서와 표현의 묘미들을 찾아보고 싶어졌어요. 이 글을 쓰기 전에 영화 <쎄시봉>(2015)을 봤는데 꽤 익숙한 노래들이 많더라고요, 대체 저는 그 노래들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요??


오늘 특별한 계획이 없으시다면 <유희열의 스케치북> 497회에 나왔던 송창식·함춘호·송가인·강승윤 조합의 공연 다시 보기 추천드립니다. 다른 채널로 보셔도 되고요, 한번 들어보세요 '담배 가게 아가씨' 그리고 '테스 형'.

그 순간만큼은 코로나 블루를 잊으실 수 있을 거예요.

(여담인데, 임태경이 <불후의 명곡>에서 부른 '푸르른 날'과 강승윤이 <악인전>에서 부른 '나의 기타 이야기'도 정말 좋습니다. 낙원상가 가서 기타 사고 싶게 만든다는.  : ) )



https://www.collinsdictionary.com/woty

http://music.danalenter.co.kr/music/album_view.asp?am_aid=276473

https://www.ebs.co.kr/tv/show?prodId=132264&lectId=20205864

http://lady.khan.co.kr/khlady.html?mode=view&code=5&artid=201011011715421&pt=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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