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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미술과 사회  1900-2019>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이야기 

2019년, 전시 얼마나 보셨나요?

작년 기준 최대 관객을 동원한 유료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로 35만이 넘는 관람객이 전시실을 찾았죠. 2004년 샤갈전 70만 명, 2007년 반 고흐전 83만 명 관람객 돌파라는 기록과 비교해보면 수치상으로는 줄어든 거 같지만 대중에게 좀 덜 알려진(?) 동시대 미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 충분히 많은 분들이 미술관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돈을 지불하고 미술 문화를 관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고, 이런 수요가 늘어나면 양질의 공급이 늘어날 확률이 더 높아지니까요~


그럼 작년 기준 최다 작품을 보여준 전시는 뭐였을까요?

바로 국립현대미술관 <광장 : 미술과 사회 1900-2019> 3부작입니다. 국내 미술계에서 어지간해선 국립현대미술관 보다 많은 작품을 선보이긴 어렵죠. 서울시립미술관.... 정도면 될 것 같긴 한데,  언뜻 생각하기에 국립과 시립 미술관의 규모 차이는 분명 있을 거 같아요. 국립현대미술관 2019년 예산은 632억 원(국립현대미술관 50주년 기념사업(10억 원), 덕수궁미술관 리모델링 사업(10억 원) 포함)이었고, 2020년도 예산은 633억 원으로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적지 않은 투자로 운영되는 기관이니 종종 들려서 전시도 자주 보시고 개선사항이나 의견 등 기관에 피드백도 주면서 더 많은 문화 향유 권리를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과천관, 덕수궁관, 서울관 ©네버레스 홀리다


<광장 : 미술과 사회 1900-2019>는 덕수궁, 과천, 서울관 3곳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전시 기간이 꽤 남지 않았나.. 싶었는데 아니더라고요. ㅎ 서울관 / 덕수궁관은 2020.02.09까지 과천관은 2020.03.29까지 열리는데요, 완벽한 3부작을 한 분이라도 더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둘러 소개드립니다.


1969년 개관 후 2019년 50주년을 맞이한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미술 100년을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를 마련해 건립 50주년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지난 50년의 활동을 되짚어 보고 한국미술과 국립미술관이 나아갈 방향을 국민과 함께 그려본다는 취지'로 마련된 <광장> 전시는 회화, 영상, 설치, 사진, 공예 등 전 장르의 작가 320여 명의 작품 570여 점을 빌어 '사람이 모이는 곳'이자 '다양한 이데올로기가 어우러지는' 상징적 공간인 광장과 그 공간 안에서 논의되었던 100년에 걸친 화두들을 꺼내놓고 있습니다.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1부는 1900 -1950년, 과천관에서 열리는 2부는 한국전쟁부터 현재, 서울관에서 열리는 3부는 2019년 동시대 미술 작품으로 '광장'이 갖는 의미를 탐색하도록 하는데요, 미술계는 물론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도 함께 볼 수 있으니 취미나 흥미가 없으셔도 봐 두면 좋을 전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만한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서 보여드리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1부 덕수궁 <광장> 전시 작품 이미지  © 네버레스 홀리다


덕수궁 전관에서는 개화기, 일제강점기, 해방이라는 격동의 시대에 '의로움義'을 지킨 역사적 인물과 그들의 유산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 보입니다. 의로운 이들의 기록, 예술과 계몽, 민중의 소리, 조선의 마음을 키워드로 채용신, 오세창, 안중식, 김용준, 김환기, 이쾌대 , 이중섭 등 80여 명의 작품 120여 점과 각종 근대 시각자료 180여 점을 선보이고 있죠. 특히 우리가 잘 몰랐던 의병 화가의 이야기가 인상 깊게 연출되었고 예술 범주에 속하는 다양한 작품과 자료를 함께 구성해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학창 시절에 배웠던 것들을 다시 되새기는 시간도 되었고요.


1부 덕수궁 <광장> 전시 작품 이미지  ©네버레스 홀리다


저는 3.1 운동 100주년을 기념한 커미션 작품인 장민승(1979-) 작가의 '미상'이 가장 와 닿았어요. 3.1 운동과 관련하여 옥고를 치르고 일제의 감시 대상으로 등록된 576명의 얼굴 사진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상으로 나라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른 선조들을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고귀한 영혼에 대한 존경을 담고 있는 작품이지만 혼자 보기는 좀 무서울 정도로 압도적인 영상 구성을 보여줍니다. 2층 전시 마지막에는 대표 작가 40인에 대한 설명이 영상으로 제공되는데 동선이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먼저 보고 작품을 감상해도 좋을 거예요.


1부 덕수궁 <광장> 전시 작품 이미지  ©네버레스 홀리다


덕수궁은 원래 임진왜란 때 의주로 피난 갔던 선조가 한양으로 돌아온 후 머물러 임시 행궁이 된 고관의 집이었죠. 이후,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했던 고종이 정궁인 경복궁 대신 선택한 궁궐이기도 하고요. 외세에 꺾이지 않는 나라를 꿈꾸며 '대한제국'을 선포한 장소인 경운궁(현 덕수궁)은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나라의 운명과 함께 수탈과 침탈을 겪어냅니다. 자주독립국가를 꿈꾸며 들였던 모든 공과 희생들은 결국 강대국들이 짜 놓은 판에 휩쓸려 온전한 자주독립국가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그러한 과거로부터 이어진 현재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결정적 장소로서 기억되고 있는 공간이죠.

현실을 직시했고, 희망을 노래했고, 아픔을 그려내며 기록한 그때의 광장에서 우리 마음은 과연 하나였을지 궁금합니다. 


2부 과천관 <광장>전시 작품 이미지 © 네버레스 홀리다


과천관에서는 전쟁과 애도, 혁명과 열정, 치유와 공존 등의 주제로 수집된 국내외 주요 작품들을 전시합니다. 김환기, 이중섭, 이승택, 성능경, 오윤, 윤석남, 안상수 등 220여 명의 작품 400여 점과 자료 300여 점을 보여주는 2부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3곳 중 가장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실 이전에 보았던 작품들도 상당수이지만 한국미술 올스타전을 보는 느낌이랄까? 몇 번 봐도 좋을 전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부 과천관 <광장>전시 작품 이미지 © 네버레스 홀리다


또, '최인훈(1936-2018)의 소설 『광장』(1960) 이 담은 '광장-밀실-바다'와 '사회-개인-이상향'의 관계를 한국 사회라는 '광장'에서 예술가들이 권력을 비판하고, 새로운 양식을 통해 이상향을 찾으려 했던 노력을 비추는 핵심 개념으로 차용'했다고 적은 전시 소개와 소설에서 빌려온 '검은, 해', '한길', '회색 동굴', '시린 불꽃', '푸른 사막', '가뭄 빛 바다', '하얀 새' 를 전시의 소주제로 구성해 소설과의 연관성이 높인 전시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 공간인 1, 2, 전시실과 중앙홀에서는 1950년 6.25 전쟁을 시작으로 동시대 한국미술과 관련 자료들을 보여줍니다. 경제적 번영, 민주화 등 당시를 반영하고 있는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은데, 저는 1988년 올림픽과 관련된 자료들이 특히 새롭더라고요. 호돌이 인형을 관심 있게 본 건 처음이었는데, 얼굴이 둥그래서 그런가? 문득 카카오 프렌즈 라이언이랑 콜라보하면 멋진 작품이 탄생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ㅎㅎ 생뚱맞죠? ㅎ작품이 많다 보니 그냥 휙~ 지나가고 싶은 유혹이 들 순 있는데, 편안한 마음으로 3-4시간 투자하면 다 보실 수 있습니다. 


2부 과천관 <광장>전시 작품 이미지 © 네버레스 홀리다


원형전시실에서 선보이는 2번째 공간은 ' 이름 없는 사람들이 사회의 진보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른 곳', '기억과 애도를 위한 장소'의 의미를 담은 실제 광장을 구현해 대중들의 참여를 유도합니다. '세월호' '위안부'등의 키워드가 떠오르는 작품들을 보면 다른 작품들보다 더 큰 울림을 느끼게 되는데, 동시대인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너무나 당연한 정서적인 반응이겠죠. 시간이 가면서 무수한 것들이 쌓이고 덮여서 무뎌지는 것들이 많지만, 절대 잊히면 안 되는 역사적 사실과 지키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늘 망각하지 말고 광장에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3부 서울관 <광장>전시 작품 이미지 © 네버레스 홀리다


서울관에 준비된 3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광장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광장을 움직인 공동체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개인이 맞닥뜨리는 문제와 상황은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는 구성이죠. 오형근, 송성진, 함양아, 홍승혜, 에릭 보들레르, 날리니 말라니 등 작가 19명 25점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것 외에도 소설가 7명(윤이형, 박솔뫼, 김혜진, 이상우, 김사과, 이장욱, 김초엽)이 전시를 위해 ‘광장’을 주제로 집필한 단편 소설 7편을 묶은 소설집 『광장』(워크룸 프레스)도 만날 수가 있습니다.  최인훈 『광장』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전시는 통합관람권을 매표소에서 판매합니다.  순서대로 보면 좋지만 여유가 안되면 종료일이 빠른 서울관과 덕수궁관 먼저 보세요~ 참고로 과천관은 서울관과 덕수궁관에서 평일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됩니다.







https://www.mmca.go.kr/exhibitions/progressList.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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