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마이아트 뮤지엄

전시 이야기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마이아트 뮤지엄(2021.4.16-7.11)



벌써 우기인가 싶을 정도로 비가 참 자주 내리는 요즘입니다. 물론 비 온 뒤엔 맑고 깨끗한 하늘과 유혹적인 날씨가 이어져 보상이 되기도 하지만, 1주일에 3일은 우산을 들고 다닌 것 같아요. 이번 주에도 3번의 비 예고... 지난 토요일에 일정이 많아 걷기도 많이 걸었지만 의도치 않게 한 장소에서 에어컨 찬바람을 너무 오래 맞았더니 몸이 살짝... 탈이 났어요. 이런 때 감기 걸리면 크게 민폐인지라 약 먹고 쉬고 있는데, 내내 누워있기 지겹기도 하고, 기분 전환도 필요해서 쓰던 글에 앞서 산뜻한 전시 소식을 먼저 전해드립니다. 먼저 쓰던 글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생각을 깊게 하면서 써야 해서... 근데 오늘은 깊게 생각하고 싶진 않은 날이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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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슨 달튼, 영화의 순간들》 전시 포스터와 리플릿 등 포스터(좌) 출처:마이 아트 뮤지엄 홈페이지


오늘 소개할 전시는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인데요, 이미 본 분들이 많은지 블로그 글이 꽤 많이 올라와 있더라고요. 저는 보통 미술관 문을 열자마자 들어가서 보고 나오는 스타일이라, 비교적 조용한 환경에서 보고 나오는데, 이 전시는 프라임 타임인 오후 2시 즈음에 보러 들어가서 오래간만에 군중 속에서 전시 관람을 했네요. "군중"이라 표현하긴 했지만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나름 한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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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슨 달튼 사진 이미지(좌) 출처: 마이아트 뮤지엄


맥스 달튼(Max Dalton, 1975-)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 겸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우리나라엔 아트북인 『웨스 앤더슨 컬렉션』과 『웨스 앤더슨 컬렉션: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연이어 출간되며 대중적으로 알려졌죠. 아마 이번 전시회를 찾은 분들 대부분은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봤을 텐데, 그 포스터를 그린 사람이 바로 맥스 달튼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총 220여 점으로, 첫 대규모 전시랍니다. 그러다 보니 꼭 한국에 오고 싶었다는데 아쉽게 성사되지는 못했고, 대신 전시실을 가득 채운 그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어요.


전시는 5부 구성으로, 주요 테마는 작가의 독창적 일러스트로 표현한 '영화의 순간들'입니다. 마이 아트 뮤지엄 커미션 신작 2점과 미공개 작품, 초안 드로잉 등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 38점도 포함되어 있어요. 영화를 테마로 하고 있지만 음악 거장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린 LP 커버도 있고, 미술 거장들과 동시대 아티스트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려낸 작품들과 동화책도 있어, 섹션별 작품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그의 인생 영화들과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어떤지 읽어낼 수 있어 좋았습니다.


'1부 우주적 상상력'에서는, 공상과학 키드로 자라며 SF 영화에 매료된 그에게 영향을 준 영화를 오마주 하여 그린 등장인물과 포스터를 선보입니다. 말 그대로 기념비적인 작품들이라 아마 여러분들도 대부분 본 영화일 거고, 보자마자 '아 저건 누구' '저건 그거다'라고 할 정도로 추억 돋는 작품들입니다. 저 역시 오래전에 본 영화들이 많아 줄거리가 가물가물했지만, 영화를 보지 않았다고 해도 영화 속 캐릭터를 그의 그림체로 만나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더라고요. 또, 1부에는 3D 색안경을 끼고 봐야 하는 유일한 작품인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가 있는데요, 일러스트 작품을 입체 안경을 쓰고 보게 하자는 발상이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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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를 그린 작품들 ©네버레스 홀리다


전시장 한쪽 벽면엔 100년에 달하는 공상과학 영화의 계보가 정리되어 있어, 지난 기억을 되짚어 보는 데 도움을 줍니다. 영화뿐만 아니라 유명 tv 시리즈까지 함께 다루고 있어 더 다채롭고요. 보다 보면, '저 작품은 다시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어요.


'2부 우리가 사랑한 영화의 순간들'은 1970년대부터 2010년까지 손꼽히는 명작들을 그린 섹션입니다. 로맨스, 공상과학영화, 스릴러 등 장르가 다양한데, 화면 속 구성도 특별해서 영화 전체 스토리와 결정적 장면이 한 화면에서 드러납니다. 어떤 관람객은 한 작품을 보며 친구에게 영화 작품의 전체 줄거리를 소개하더라고요. ㅎㅎ 일러스트로 그린 포스터는 스필버그, 마틴 스콜 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스파이크 리 등 자기 색이 확실한 감독들 영화가 대부분으로, 작품이 주는 첫인상도 좋지만 디테일을 살펴보면 볼수록 새로운 게 보여서 구석구석 뜯어보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제 기억 속에서 영화 장면들이 쭉~ 스쳐가고, 그림을 보고 있는데 영화를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포인트를 잘 잡아냈어요. 거기에 이미지와 텍스트가 함께 들어가 있어 음성지원이 되는 것 같은 환청도~. 이 섹션에 전시된 작품부터 캐릭터의 특성과 공간에 담은 내러티브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니 디테일에 더 집중해서 보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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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명작들을 그린 작품©네버레스 홀리다


2부 섹션에는 미술관 커미션 신작 2점이 포함되어 있는데, 하나는 <기생충> 다른 하나는 <반지의 제왕>입니다. <반지의 제왕>은 보드게임으로 재탄생했고 <기생충>은 영화의 모든 시퀀스가 들어간 아트 포스터로 탄생했어요. 방대한 영화의 스토리가 한 장에 담길 수 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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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커미션 작품인 <반지의 제왕>과 <기생충> © 네버레스 홀리다


' 3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리고 노스탤지어'는 아름다운 미장센과 판타지 동화와 같은 영화를 제작하는 웨스 앤더슨(Wes Anderson, 1969-) 감독의 영화를 주제로 그린 그림들입니다. 맥스 달튼은 웨스 앤더슨의 영화 <로열 테넌바움>을 시작으로 그의 영화 세계에 빠져 들었고 그 작품을 모티프로 <111 아처 애비뉴>를 그립니다. 이후 『웨스 앤더스 컬렉션』아트북 작업을 함께 하면서 인연이 더 깊어지죠. 이 책은 아마존에서 선정한 '이번 달 최고의 책'이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어 맥스 달튼의 이름을 알리는데도 톡톡한 역할을 했어요.


웨스 앤더슨은 알다시피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감독입니다. 저는 그의 영화 중 <문라이즈 킹덤>(2012),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 <히치콕 트뤼포>(2015), <개들의 섬>(2018) 등을 인상 깊게 봤어요. 소피아 코폴라(Sofia Coppola, 1971- ),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 1969-) 등과 함께 가장 패셔너블한 감독 겸 영화계 비주얼리스트로, 굉장한 완벽주의자라고 합니다. 스태프들이 그를 ‘엄청나게’ 꼼꼼한 사람이라 평했다고 하니, 우리 봉테일과 비슷한 성향을 지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두 분 다 개인적 친분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요 ^^::) 그는 촬영 현장에서도 맞춤양복과 수제 구두를 챙겨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는데, 특히 코듀로이와 트위드 양복을 즐겨 입고, 시나리오 집필 과정에서 이미 각 캐릭터 의상부터 염두에 둔다고 하니, 그의 영화 속 디테일은 역시 감독 성향의 발현!

프라다 수석 디자이너인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 | Miuccia Prada Bianchi, 1949-, 이탈리아)는 소문난 웨스 앤더슨의 열성팬으로 <프라다: 캔디>(2013), <카스텔로 카발칸티>(2013) 같은 단편영화를 의뢰했고, 프라다 재단 미술관 내에 있는 카페 ‘바 루체’ 역시 앤더슨이 인테리어부터 메뉴, 디자인까지 모두 맡아서 화제를 모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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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앤더슨의 작품으로 그린 영화 포스터, 드로잉 © 네버레스 홀리다


2001년 영화 <로열 테넌바움>과 2012년 <문라이즈 킹덤>으로 아카데미 최고의 각본상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2009년 <판타스틱 Mr. 폭스>로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는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그 절정의 미학을 보여준 작품이란 평을 얻으며 2014년 아카데미 어워드 4관왕, 골든글로브 작품상,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 런던 비평가 협회 작가상, 미국 작가조합 및 전미 비평가 협회 각본상 등을 모두 휩쓸었어요.

전시 작품 중엔 아직 우리나라 미개봉 작품의 포스터도 있는데, 이 역시 웨스 앤더슨이 감독·각본·제작한 <프렌치 디스패치 The French Dispatch>(2020)입니다. 이 작품 역시 기대됩니다.


'4부 맥스의 고유한 세계'에서는 고딘 출판사에서 출판한 그의 동화 일러스트 네 권과 한국 전시를 위해 최초로 선보이는 <화가의 작업실> 시리즈를 전시합니다. 그의 첫 번째 동화책인 『외톨이 공중전화기』는 피터 애커먼(Peter Ackerman, 1946-) 이 글을 쓰고 맥스가 책 표지와 삽화를 그린 것으로, 2010년 스미스소니언 선정 '주목할 만한 어린이 도서에 선정'되었죠. 그 외 ·『외톨이 타자기』와 『소리 지르는 요리사』 역시 피터 애커먼과의 협력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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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과 화가의 작업실 시리즈©네버레스 홀리다


<화가의 작업실> 시리즈는 모두 제 방에 걸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탐이 났어요. 아마 인쇄 포스터 색이 조금 더 정밀했다면 실제로 그런 일이 생겼을 수도 있죠. ㅎㅎ 원화로 보면 그러데이션이나 색조의 깊이가 더 시선을 사로잡아요.


'5부 사운드 오브 뮤직'은 어릴 적 뮤지션을 꿈꿨던 그의 애호가 담긴 섹션입니다. 그림을 그릴 때 항상 음악을 듣는 그는, 듣는 음악이 곧 작품에 표현 및 반영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어요. 각각의 포스터에는 전설로 불리는 기타리스트, 보컬리스트, 재즈 연주자를 담았는데, 지미 헨드릭스 가족과 협력하여 제작한 공식 라이선스 인쇄물은 한정판 포스터로 최단 시간에 매진된 기록이 있답니다. 마이클 잭슨이 여럿 등장하는데, '스토리텔러'라는 포스터 그림에는 그 외에도 주목할 아티스트들이 많아요.

그 외에 LP 커버 작업도 적지 않은데, 비틀스, 밥 딜런, 찰리 파커와 같은 80-90년대에 활동했던 아티스트에게 헌정하는 의미로 그렸다고 합니다. 전시장에서는 LP를 통해 음악이 계속 흘러나와 분위기가 꽤 정감 있고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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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커버와 뮤지션 포스터 ©네버레스 홀리다


이밖에도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하는데, 로비에는 팝업 설치로 포토존을 만들었고, 휴게실 겸 작가 리미티드 판화를 전시 및 판매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미술관 앞 카페에서 진행되는 프로모션인데요, <그랜드 부다페스트>를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한눈에 알아챌 수 있는 포장으로 베이커리를 한정 판매하고 있어요. 내부에는 스크린을 통해 전시 관련 영상을 송출하니, 안팎으로 형성된 동화적 분위기가 꽤 괜찮더라고요. 아트숍에도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굿즈들이 많아요.


마이 아트 뮤지엄은 정규 도슨트가 잘 되어 있어요. 워낙 설명을 잘하다 보니 1시간여의 설명에도 이탈하는 관객이 거의 없습니다. 저도 들으려고 했는데, 당일이 장날이었는지, 사람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 무리에 끼어봤자 집중하긴 어렵겠다 싶어서 그냥 전시장을 한 바퀴 더 돌아보면서 사람에 가려 잘 못 봤던 작품들을 다시 보고 나왔습니다. 정규 도슨트가 아니더라도 전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니까요, 기간 내에 들려 전시 꼭 봐보세요.

원화를 꼭 보라고 하는 이유는, 일단 모니터가 잡아낼 수 없는 원화만의 색과 깊이가 있어서이고, 전시 분위기와 조명도 큰 역할을 하니까요. 출판물로 이미지를 볼 수는 있지만 원작의 오라 aura와 디테일을 보길 원한다면, 꼭 전시장에서 전시를 보길 권해드립니다.


어제 쓰다가 졸려서... 오늘 이어서 마무리. ㅎ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



http://max-dalton.com/about.php

http://www.myartmuseum.co.kr/exhibit/exhibit_sch.php?ptype=view&prdcode=2011200001&page=1&catcode=11000000

https://www.aladin.co.kr/search/wsearchresult.aspx?SearchTarget=All&SearchWord=%EB%A7%A5%EC%8A%A4%EB%8B%AC%ED%8A%BC&x=0&y=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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