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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봤다면 아쉬워해야 할 전시》2021년 1월~5월

전시 이야기 

《못 봤다면 아쉬워해야 할 전시》 - 2021년 1월부터 5월까지 



앞으로 세 번에 걸쳐 "못 봤다면 아쉬워해야 할 전시"라는 주제로 2021년 한 해 동안 본 전시를 선별해서 리뷰합니다. 글을 자주 올리지 못하다 보니 쓰려고 했다가 소개 못하고 지나간 것들이 꽤 되더라고요. 그냥 보내기 아쉬운 마음에 짧은 글과 함께 소개 드립니다. 선정 기준은 2021년 1월 ~12월 개막전시로, 제 글에서 이미 소개된 적 있는 전시는 제외했고, 제가 한 해 동안 본 160여 개의 전시 중 개인 취향과 다방면으로 만족감이 컸던 전시들로 선별했습니다. 작품 이미지를 다양하게 넣느라 글을 줄였으니 관련 정보가 필요한 분들은 따로 전시 기사를 검색하거나 관련 홈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


첫 번째 전시는 현대화랑 장욱진 30주기 기념전 <CHANG UCCHIN: 집, 가족, 자연 그리고 장욱진>(2021.1.13~2.28)입니다. 통상적으로 1,2월은 연말부터 이어진 대작 전시가 많은데요, 장욱진(1917-1990)이라는 이름 자체가 브랜드인 데다가 30주기 기념전이었고, 또 그에 걸맞은 좋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죠.

현대화랑 장욱진 30주기 기념전 (2021.1.13~2.28) 출품작 © 네버레스 홀리다

동심, 순수함, 따뜻함, 가족, 사랑 등의 긍정적인 말들이 떠오르는 그의 그림은, 보고 있으면 봄날과 같은 따사로움이 전해집니다. 화폭 속 필선과 형태, 구조는 단순하지만 메시지가 명확하고 그것을 전달하는 이미지가 복잡하지 않아서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죠. 어느 때보다 코로나 시국에 그 울림이 더 잘 전해진 전시였습니다.



두 번째 전시는 국제갤러리 K2 ROBERT MAPPLETHORPE <MORE LIFE>(2021.2.18~3.28)입니다.

국제갤러리 K2 ROBERT MAPPLETHORPE (2021.2.18~3.28) 출품작 © 네버레스 홀리다

금기의 주제와 일상의 풍경을 함께 다룬 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의 사진전으로, 올해 본 160여 개의 전시 중에서도 좋았던 전시 10 손가락 안에 드는, 만족스러운 전시였어요. 이 작가가 살아있다면 그의 전시를 쭉 팔로우하고 싶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할게요.



세 번째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이승택, 거꾸로 비미술>(2020.11.25~2021.03.28)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이승택, 거꾸로 비미술>(2020.11.25~2021.03.28) 출품작 © 네버레스 홀리다

엄밀히 말해 작년에 개막한 전시지만 꼭 소개하고 싶은 작가라 꼽아봤어요. 개막 당시 코로나 방역 상황이 악화돼서 한동안 칩거를 유지하다 보니 해를 넘겨서 본 전시로, 한국 실험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이승택(1932-)의 1950년대부터 시작한 60여 년의 화업을 되짚은 회고전입니다. 구성과 작품 모든 것이 좋았고 N 차 관람 욕구가 마구 생겼던 전시로, 원로작가가 살아온 인생과 예술에 대한, 사회에 대한, 환경에 대한 고민이 묻어난 작품들과 '쇄신'으로 늘 깨어있는 그의 작가성을 되새겼던, 그야말로 눈에 꽉 찬 전시였습니다.



네 번째 전시는 서울옥션 강남에서 열린 나난 개인전 <LONG LONG TIME FLOWER>(2021.3.11~3.28)입니다.

서울옥션 강남에서 열린  나난 개인전 (2021.3.11~3.28) 출품작 © 네버레스 홀리다

작가 나난은 국내 첫 윈도 window 페인터입니다. 꽃다발을 소재로 한 그림 ‘롱 롱 타임 플라워’는 작가의 최신 작업으로, ‘롱 롱 타임 플라워’가 내포한 의미는 ‘시들지 않는 꽃’입니다. 작가는 웨딩 촬영을 앞둔 친구가 그에게 선물 받은 부케를 보고 시들지 않는 부케라고 언급한 데서 그 의미를 찾았다고 해요. 여러 기업들과 활발하게 콜라보를 하고 있어 아마 보셨거나 보게 될 작가입니다. 전시 구성도 좋았고 현장에서 작가의 작품도 소장할 수 있어서 그의 많은 팬들이 다녀가셨더라고요.



다섯 번째 전시는 예화랑 <회洄 - 지키고 싶은 것들> (2021.4.1~4.24)입니다.

예화랑 <회洄-지키고 싶은 것들> (2021.4.1~4.24) 출품작 © 네버레스 홀리다

1921년 4월 1일 최초 근대 미술단체인 '서화협회'의 전시가 중앙중학교 강당에서 열립니다. 그로부터 100년이 되는 날, 상업 화랑인 예화랑이 이를 기념한 <회洄-지키고 싶은 것들> 전시를 열었죠. 일제강점기란 어려운 시대 속에서 글씨와 회화를 공부하고 이를 후대에 계승하고자 했던 이들의 열정을 기억하고자 기획한 전시로, 심전 안중식, 소림 조석진, 청운 강진희, 위창 오세창, 해강 김규진, 우향 정대유, 소호 김응원, 관재 이도영 등의 작품들과 서화협회에서 그림을 배운 이당 김은호, 소정 변관식, 정재 최우석, 수재 이한복 등의 작품을 전관에서 선보였습니다. 그야말로 근대 전통 화단의 올스타전이었고 이상현 작가의 작품도 함께 있어 신구의 조화가 어우러진 전시였어요.



여섯 번째 전시는 현대카드 스토리지 <the Issue: 시대를 관통하는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Magazine Collection>(2021.4.2~8.29)입니다.

현대카드 스토리지 < the Issue : 시대를 관통하는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Magazine Collection>(2021.4.2~8.29) 출품작 © 네버레스 홀리다

10여 년간 현대카드가 수집한 다양한 주제의 매거진 11종, 총 8991권을 한자리에서 모은 전시로, 「라이프 Life」, 「플레이보이 Playboy」, 「도무스 Domus」, 「롤링스톤 Rolling Stone」, 「내셔널 지오그래픽 The National Geographic」 등의 잡지 원본 자료들과 다른 보조 자료들로 꾸민 전시 구성이 매우 알찼어요. 살아보지 못한 시대에 대한 기록을 생생하게 전해준 잡지들이라 여러 세계사 속 현장을 만날 수 있었고 그때의 편집과 지금의 편집이 큰 차이 없는,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잡지들이라 정말 몰입해서 봤습니다. 전시는 끝났지만, 현대카드 라이브러리에서 일부를 볼 수 있으니 넉넉히 시간 갖고 가보길 권해드립니다.



일곱 번째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시대의 초상: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2021.4.29~8.15)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시대의 초상: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2021.4.29~8.15) 출품작 © 네버레스 홀리다

영국 National Portrait Gallery(London) 소장품 중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1564-1616)부터 동시대인인 에드 시런 Ed Sheeran(1991-)의 초상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였죠. 당시 보기 드문 해외 소장품전 및 초상화전이었는데, 내용도 구성도, 전시 디자인도 모두 좋았어요. 전시 관련 스케치 영상과 미술사 강의를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유튜브에 서 볼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여덟 번째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황재형, 회천回天>(2021.4.30~8.22)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황재형, 회천回天>(2021.4.30~8.22) 출품작 © 네버레스 홀리다

3년간 광부로 일하며 그 경험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광부 화가'라 불린 황재형의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작품을 모은 전시입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있었던 것과 알고 있는 것이 아닌 비어내는 현존'이라 말했는데, 그 말처럼 전시장엔 그를 알린 광부 그림과 누군가의 삶의 흔적을 켜켜이 새겨긴 머리카락 작업 등, 사람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했죠. 한 인터뷰에서 그는 대학 졸업 당시 ‘너무 편안한 잠자리를 이루고 있어 삶이 권태로운 사람들에게는 경각심을 주는 그림을, 불편한 잠자리에서 잠드는 사람들에게는 안식을 주는 그림을 그리겠다’라는 생각만 가지고 세상에 부딪혔다는데, 지금은 좀 바뀌었다고 해도 그때의 그 시선을 잘 담은 그림들을 전시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홉 번째 전시는 국립한글박물관 <친구들아 잘 있었니? 교과서 한글 동화>(2021.5.13~10.10)입니다.

국립한글박물관 <친구들아 잘 있었니? 교과서 한글 동화>(2021.5.13~10.10) 출품작 © 네버레스 홀리다

어린이 전문 박물관은 아니지만 (좋은 의미로) 작정하고 준비한 전시였어요. 국민학교나 초등학교 졸업한 세대라면 모두 알만한 교과서 속 한글 동화를 주제로 다루면서 아이들에게 친화적인 전시 기법을 다양하게 사용했고 콘텐츠의 질적인 면과 전시 기법적인 면에서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죠. 내용은 좋은데 관람 온 다수의 아이들이 찬찬히 보지 않고 지나가니, 정말 뛰어가는 등 뒤에 손을 뻗어 휘휘 저으며 '다시 돌아오라'라고, '이거 보고 가'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전시였습니다.



열 번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 <호민과 재환>(2021.5.18-8.1)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 <호민과 재환>(2021.5.18-8.1) 출품작 © 네버레스 홀리다

영화 <신과 함께>의 원작자 주호민(1981-)과 그의 아버지 주재환(1941-) 부자의 이인전입니다. 실험적인 설치. 회화, 콜라주 등을 한 아버지와 한국 정서와 문화가 들어간 웹툰을 그리는 아들, 장르가 다른 만큼 표현하는 매체는 다르지만 예술이라는 틀 안에서 소통하는 행복한 가족 전시였어요. 주재환 작가의 작품에도 재치가 철철 넘쳐나는데, '주호민'이란 이름에 혹해서 갔다가 '주재환'의 작품에 반해 돌아온 전시였습니다.



마지막 열한 번째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정상화>(2021.5.22~9.26)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정상화>(2021.5.22~9.26) 출품작 © 네버레스 홀리다

바르고 쌓고 바르고 쌓고. 켜켜이 쌓인 물감들이 제각각 자신의 방향대로 움직이는 정상화(1932-)의 단색화는 어디서도 볼 수 있는 유명한 작품이 되었지만, 그의 초기작을 본 기억은 거의 없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그의 화업을 정리해서 볼 수 있는 전시였고, 바라보는 재미가 충만했던 전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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