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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 May 24. 2022

아프리카에 에너지 VC펀드를 만들어보자

power sector and clean cooking

오랜만에 돌아온 브런치에는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이야기를 하나 더 남겨볼까 한다. 내가 처음부터 거의 끝까지 함께한 AfDB 프로젝트가 오랜 과정을 거쳐 최근 마무리되었고, 간단하게나마 정리해보고 싶다.


AfDB는 이름 그대로 은행이라 loan이 주요 사업이지만, Limited Partner (LP)로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에 투자하는 지분 투자도 꽤 비중있는 영역이다. AfDB 에너지 팀에 근무하면서도 사모펀드에 투자하고 관리하는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을 것이라면 clean cooking 섹터에 투자할 펀드를 우리가 주도해 조성하고 디테일을 만들어간 과정이다. Spark+ Africa Fund: A Clean Cooking Ecosystem Fund. 오랜 시간 많은 분들이 고생한 끝에 지난해 말 이사회로부터 투자 승인을 받았고, AfDB 외에도 여러 투자자들이 모여 지난 3월 $40 million 규모에 첫 펀드결성이 마무리되었다. 



Equity Investment


Equity investment - 지분 투자는 주력상품인 loan보다 리스크가 훨씬 높기 때문에 투자 한도도 제한되어있다. AfDB의 지분 투자는 대부분이 사모펀드/벤처캐피탈에 Limited Partner(LP)로 참여하거나 또는 지역 내 금융기관의 증자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펀드를 거치지 않고 AfDB가 특정 기업에 직접 지분투자를 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그런 사례 자체가 굉장히 제한적임. 이는 개별 기업에 투자하고 이사회 참여 등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기엔 조직의 여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고, 펀드나 금융기관을 통해 간접투자하면서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내 기업이나 스타트업에 직접투자가 가능했다면 정말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했겠지만 아쉽게 펀드에 투자하는 경험 정도로 여기에서는 만족해야 했는데, 사실은 그것도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과정이었다. 입사했을 즈음엔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운용되는지 아무런 감이 없었다면, 펀드 실사와 투자를 진행하고 또 투자자의 입장에서 펀드매니저와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는 업계의 순리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프리카는 투자펀드의 불모지처럼 여겨질지도 모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규모가 턱없이 미미하지만) 최근 몇 년간 민간 섹터의 급성장에 힘입어 굉장히 많은 펀드가 조성되고 있다. 사실 자본만 있으면 금방 뚝딱 만들 수도 있는 게 펀드이기도 한데, 한 가지 여담이라면 이런 펀드가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특히 파트너 급이라면) 굉장히 좋은 직장이기 때문에 AfDB의 많은 private sector investment officer들이 최종 착륙지로 탐색하는 곳이기도 하다. 



Energy (Infrastructure) Fund


나는 에너지 팀 소속이라 자연스럽게 에너지 & 기후변화 포커스를 맞춘 딜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아프리카 시장에 에너지 섹터만 다루는 펀드가 그렇게 많을까 싶지만 비슷비슷해 보이는 정말 많은 펀드를 보게 되고, 펀드레이징 중에 있는 것까지 합치면 수십 개는 가볍게 넘길 것이다. 


많은 에너지 펀드가 민자발전사업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이고, 조금 더 나아간 게 off-grid 에너지 회사들에 투자하는 경우. 두 비즈니스 모델이 굉장히 다른데, 민자발전사업은 말 그대로 인프라 사업이고 이런 프로젝트의 비용과 수익모델은 거의 확정되어 있기 때문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20-25년에 걸쳐 얼만큼의 전력이 생산될지 거의 정해져 있다) 크게 대박을 노릴 수 있는 투자는 아니다. 다만 아프리카 민자발전사업이 아직도 초기 단계이고 전반적인 risk capital의 부족이 시장의 성장을 막고 있기 때문에 이런 펀드가 유용하게 활용될 여지는 크다. 몇 배수의 수익까지는 아니더라도, 리스크가 큰 시장에 진입하는 만큼 타 지역에 비해서 좋은 수익률을 목표로 해 볼 수 있다. 


Off-grid 에너지 회사의 경우 사실상 스타트업 투자이기 때문에 venture capital의 영역에 들어온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지난 10여년에 걸쳐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였고, 그 경제성에 대한 우려와는 달리 많은 회사들이 수익을 내면서 산업을 안정시키고 있는 추세. AfDB가 투자한 펀드는 이같은 스타트업들의 equity raising에 참여하기도 하고, 또는 대출을 제공하기도 한다.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펀드는 일반적인 VC들과는 굉장히 다른 성격이지만, 스타트업이 대출을 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역시 중요한 갭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특히 solar home system과 같은 제품을 수입해 판매해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working capital loan을 조달하는 게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에서는 굉장히 드물지만 전력기업 자체에 투자하는 사례가 있기도 한데, 이 정도 규모가 되면 일반적인 사모펀드 딜이라 봐야 하고 또 통상 정부와의 복잡한 네고를 거쳐야 하는 난이도 높은 사업이 되곤 한다. 의외로 사모펀드가 전력기업을 인수해 성공적으로 운영한 사례들이 있는데 (e.g. 코트디부아르), 이 곳 많은 전력공기업들이 얼마나 엉망으로 운영되는지 안다면 차라리 사모펀드에 맡기는 게 나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Spark+ Africa Fund: A Clean Cooking Ecosystem Fund


에너지라 하면 보통 전력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종종 잊혀지는 더 심각한 에너지 문제가 있다. Cooking energy. 매일 빼놓을 수 없는 밥 먹고 사는 문제에 바로 연결되어 있어 피부에 가깝게 와 닿는 문제이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전력 문제에 밀려 주목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부분 지역에서 cooking은 (대도시 지역으로 가더라도) 나무나 숯을 모아 불을 피우는 경우가 많다. 이러느라 실내에서 연기를 마셔 호흡기 질환으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이고, 이 부담이 압도적으로 여성에게 전가된다는 것, 에너지 효율도 떨어지고 나무를 베어 숯을 만드느라 환경 파괴도 심각하고, 숯을 태우는 과정에서 black carbon이라 부르는 강력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등 여러 문제가 얽혀있기도 하다. 이런데도 변화가 더딘 이유는, 대부분 소비자들이 여기에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굳이 돈을 써서 가스나 전기스토브를 쓰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 (vs. 전기는 당장 안 들어오면 대체재가 없음). 


어떤 솔루션이 있을까. 크게 1) 나무와 숯을 단번에 막을 수는 없으니 더 깨끗하고 효율적인 스토브를 판매하는 것 2) 아예 새로운 cooking fuel (가스, 전기, 에탄올, 펠릿 등등)을 보급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이걸 공짜로 그냥 뿌리는 건 불가능하고 (물론 바람직하지도 않고) 결국 시장에 편리하고 새로운 제품이 나와 가격 경쟁력으로 사용자들에게 어필해야 하는 것이다. Off-grid 에너지 회사들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듯이 clean cooking 분야에도 다양한 스타트업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대부분은 아직 초기 성장 단계에서 어려운 시장을 뚫어가고 있는 중이다. 


Types of Clean Cooking Company


AfDB가 이 섹터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뒤 좋은 기업이나 프로젝트를 열심히 찾았지만, 인프라사업 위주로 돌아가는 AfDB 특성상 우리와 바로 fit이 맞는 투자처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기획된 것이 바로 clean cooking 섹터에 투자하는 펀드. 성장성이 큰 기업에 VC로써 지분을 투자하거나 스토브와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에게 working capital loan을 제공하는 펀드를 Clean Cooking Alliance와 함께 기획하기 시작했고, 이를 운용할 펀드 매니저를 찾아 펀드의 형태를 만들어가기 시작헀다. LP가 펀드를 만드는 과정부터 참여하는 게 흔하진 않은데, 처음 기획을 시작하면서 펀드의 구조를 짜고, 다른 상업 투자자들의 리스크를 커버해줄 수 있는 공공자금 투자도 우리가 끌어들여 파이를 키우고, 펀드 실사를 거쳐 투자 결정이 이루어지기까지 2년 이상의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길고 험난한 과정을 거쳐 바로 얼마 전 USD 40 million 규모로 펀드가 런칭되었고, 최종 USD 50-70 million 규모에 이를 때까지 펀드레이징을 계속할 계획에 있다. 


https://www.afdb.org/en/news-and-events/press-releases/spark-africa-fund-reaches-its-first-financial-close-40-million-invest-clean-and-modern-cooking-solutions-africa-50065


AfDB 근무 기간동안 이런저런 일을 했지만, 통틀어 가장 뜻깊었던 하지만 가장 고생했던 프로젝트를 하나만 꼽으라면 바로 Spark+ Africa Fund를 꼽겠다. 지금껏 많이 주목받지 못했던, 아직은 리스크가 크지만 임팩트도 그만큼 큰 섹터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초기자금으로 잘 활용되기를 바라고, 또 몇 년 뒤 더 규모가 커진 스타트업들의 니즈에 부응하는 새로운 펀드로 스케일하는 시작점이 되었으면 한다. 훌륭한 펀드 매니저와 전문가들이 조인한 팀이라 기대가 크고,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많은 투자자들을 펀드로 끌어모을 수 있어서 보람도 있었다. 펀드 조성과 투자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면서 성장했던 과정이라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감사히 여기는 경험이기도 하다. 




Take aways


아프리카 사모펀드+벤처캐피탈 업계는 앞으로 갈 길이 굉장히 멀다. 하지만 펀드라는 것은 결국 투자 중간자에 불과하고, 펀드 업계가 성장하려면 결국 시장 자체가 커지고, 혁신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인수합병 등 엑싯의 옵션이 늘어나야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AfDB와 같이 LP 역할을 하는 DFI에 투자를 받고자 찾아오는 펀드가 상당히 많고 AfDB도 꾸준히 매년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아프리카 투자펀드 업계의 진짜 문제는 펀드가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의 숫자와 퀄리티에 비해 펀드의 수가 훨씬 많다는 것. 앞에서 말했듯이 펀드 자체가 워낙 고소득 직종이고 (실적이 나쁘더라도 management fee는 몇 년간 꼬박꼬박 받아간다) 그럴듯한 펀드에 돈을 부어줄 준비가 된 DFI 그리고 공적자금들이 늘 있다보니 투자업계를 위주로 돌아가는 sub-optimal 구조가 완성되어버린 느낌이다. 심지어 최근까지의 활황을 타고 실리콘밸리 등 순수 테크업계 자금도 쏟아지기 시작하는 중. 


어디에나 마찬가지인 어려운 이야기겠지만, 아프리카와 같은 시장에는 투자펀드보다는 혁신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훨씬 더 많아져야 하고, 그들이 진짜 가치를 창출하며 파이 전체를 키우고 시장을 하드캐리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시장 전체에 엑싯 경험도 늘어야 하고, 인수합병에 참여하는 기업/투자자들도 더 많이 들어와서 성공의 경험이 축적되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해외 기업과 자본에 엑싯을 의존할 수 밖에 없겠지만 아프리카 내에도 big player들이 탄생하기 시작하면 산업 구조의 다이나믹이 달라지지 않을까. 그 때가 아주 먼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굉장히 고무적인 성공 스토리들이 최근 몇 년간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나이지리아, 케냐 등을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의 급성장과 메인스트림 진출을 보면 소위 말하는 tipping point가 의외로 순식간에 찾아오는 게 아닐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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