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감사장을 주러 갔는데
거기 직원들이 환호하고 반겨줘서
팀장님이 좋아했다
표정이 밝아지고
말씀이 많아지고
돌아오는 길 나지막이 후회했다
"더 있다가 올걸.."
돌아와서는
만나는 직원마다 자랑했다
마음에 안 드는 것 투성이라며 눈을 흘기는 팀장님도 이렇게 귀여운 면이 있다
인간은 다 아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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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짓누르는 건 부재의 감각이다
허공에다 말을 던지니 공중부양이 필요한 게다
조각난 말은 피로하다
어제 택시에서 쓰레기차 28년 몰고 신발공장에서 5년 일하고 딸 셋과 손주를 위해 하루 13시간 일한다는 복천아저씨를 만나 실컷 손주 자랑을 들었다
조각나지 않은 말은 이런 거다
자의식 없이 무한한 애정
내가 오늘 평생 처음으로 로또 5만 원을 탔소
이게 다 기사님 만나라고 그런 갑소
선물이오 다 가지소 우연히 다시 만납시다
인사하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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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막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새장을 붙들고 있는 까닭에 꿩은 나갈 수 없다
내가 붙들고 있는 새장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 아니다
원하는 데 갖지 못하는 대상이 아니다
내가 지고 있는 책임이나 의무도 아니다
내가 붙들고 있는 새장은
타인에게 애정과 인정을 바라는 마음이다
그것은 나의 잘못은 아니고 부끄러운 것도 아니나
부재를 견디지 못하고 상실을 두려워하는 고통의 근원이므로 나의 관심을 끈다
자비심을 가져야 될 일이다
삶의 조각을 붙들고 강아지 같이 구질구질하게 애정해 달라 조르는 것도 부끄럼 없이 해야 끝내 알게 되는 것도 있지 않을까
이외수 소설에서 지상에 강림한 신은 바보였고
'백 년의 고독'에서 승천한 여신도 바보였다
타인에게만 친절할 것이 아니라
다소 바보 같고 모지란 나에게도 친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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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부터 이상의 시를 좋아했다
이상의 얼어붙은 마음은 꼭 내 마음 같았다
이상은 부모에게 절한 적도 없고 강아지처럼 귀염 받아본 적 없다고 슬퍼했다
이상도 바보가 되고 싶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