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 시몬 비젠탈
문득 나는 죽은 군인들이 부러워졌다. 그들 모두는 이 세상과 연결되는 해바라기를 한 그루씩 갖고 있었으며, 나비가 그들의 무덤을 찾아와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겐 해바라기가 없었다. 내가 죽으면 그저 다른 시체들과 함께 커다란 구덩이에 던져질 뿐이었다. 내가 누운 어둠 속에 햇빛을 가져다줄 해바라기도 없을 뿐더러, 내가 파묻힌 무시무시한 무덤 위에는 나비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을 것이었다. (p35)
그 외에 제가 유대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확성기에서 나오는 이야기나, 우리에게 배급되는 선전물에 실린 내용뿐이었습니다. 유대인이야말로 우리의 모든 불행의 근원이라고 하더군요... 그들이 우리를 지배하려 하고, 이 전쟁을 비롯해서 가난과 기아와 실업의 주범이라고 말입니다..... (p72)
"아시겠지요." 그가 어렵사리 을 이었다. "그 유대인들은 금방 죽었기 때문에 저만큼 고통을 당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물론 저만큼 죄가 많지도 않았을 테고." (p91)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내심으로는 반대했지만 이웃의 눈초리가 무서워 어쩔 수 없이 동조했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그 '이웃' 또한 마찬가지 핑계를 댔다. 누군가 한 사람이 이런 두려움을 하나로 엮어 놓자, 그 결과 끔찍한 불신이 쌓이게 되었던 것이다. (p147)
나는 분명 마음이 따뜻한 인간이며, 좋은 어머니이며, 좋은 아내였을 그 노부인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억압받는 사람들을 향해 종종 동정을 표시했다는 것은 분명했지만, 그녀에겐 가족의 행복이 무엇보다 우선적인 가치였다. 그저 자기의 작은 보금자리가 평화롭고 안전하기만을 바라는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수백만 명이나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그런 생각을 일종의 발판으로 삼아, 나치 범죄자들은 권력을 획득하고 또 유지할 수 있었다. (p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