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 F.스콧 피츠제럴드
개츠비는 옳았다. 내가 잠시나마 인간의 짧은 슬픔이나 숨 가쁜 환희에 대해 흥미를 잃어버렸던 것은 개츠비를 희생물로 이용한 것들, 개츠비의 꿈이 지나간 자리에 떠도는 더러운 먼지 때문이었다. (p11)
그녀의 음성은 마치 다시는 연주되지 못할 음정의 배열인 양 그 높낮이에 따라 귀를 오르락내리락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반짝이는 두 눈과 정열적으로 빛나는 입 등으로 인해 슬프고도 사랑스럽게 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음성에는 그녀를 사랑해 본 남자라면 좀처럼 잊기 힘든 어떤 흥분이 깃들어 있었다. 즉 노래하는 듯한 충동, "자, 들어봐요."하는 속삭임. 방금 즐겁고 신나는 일을 했으며 다음에도 즐겁고 신나는 일이 생길 거라는 약속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p21)
그녀의 목소리가 더 이상 억지로 내 주의를 끌려고 하거나 신뢰를 얻으려 하지 않고 뚝 끊기는 순간, 나는 그가 한 말이 근본적으로 진실하지 못하다고 느꼈다. 마치 오늘 저녁 시간 전부가 내게서 자신에게 유리한 감정을 이끌어내려는 일종의 속임수였던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p33)
그는 두 팔을 어두운 바다를 향해 뻗었는데 나는 멀리 떨어져 있기는 했지만 그가 부르르 몸을 떨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무의식중에 나도 바다 쪽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조그맣게 반짜기는, 부두의 맨 끝자락에 있는 것이 틀림없는 단 하나의 초록색 불빛을 빼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p38)
개츠비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이 집에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요, 형씨,"
"데이지는 목소리에 조심성이 없어요."
내가 말했다.
"그 애의 목소리에는 뭔가 가득..."
나는 머뭇거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어요." 갑자기 그가 말했다.
바로 그것이었다.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었다. 데이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안에서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그 끝없는 매력, 그 딸랑거리는 소리, 그 심벌즈 같은 노랫소리... 하얀 궁전 저 높은 곳에 임금님의 따님이, 그 황금의 아가씨가.....(p171)
악수를 나눈 뒤 나는 걸어 나왔다. 울타리에 다다르기 직전에 나는 무슨 생각이 나서 돌아섰다.
"그 인간들은 썩어빠진 족속이오," 나는 잔디밭 너머로 소리쳤다. "당신 한 사람이 그들을 모두 합쳐놓은 것만큼이나 훌륭합니다."
나는 지금까지도 그때 그 말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하는 행동에 찬성한 것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 그에게 한 유일한 칭찬이었다. (p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