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기억을 찾아 길게 늘여 봅니다
오늘은 도서관을 꼭 가야겠다 마음 먹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지, 차를 몰고 갈지, 걸어 갈지 고민했다. 차를 몰기에는 가깝고 걷기에는 먼 거리, 버스를 타기에는 너무 노선이 길고 지하철으로는 갈 수 없는 곳에 도서관이 있었다. 선택이라기 보다는, 결심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그래, 걸어 가야지. 처음 가 보는 길이고 오늘은 너무 춥지만, 처음 가는 길은 설레니까.
익숙한 길을 지나 처음 가보는 길까지는 뛰어 갔다. 찬 기운이 바람이 되어 볼을 스쳤다. 처음 보는 돈까스 집은 손님 없이 한산했다. 배달 책자에서 보던 반찬 가게가 보였다. 미용실 사장님은 손님용 의자에 앉아 티비 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어떤 집은 담벼락을 베이지 색으로 칠하고 유럽 풍의 등을 달아 놨다. 어떤 집은 높은 담을 쌓아 놓고 그 안에 도자기로 만든 돼지와 푸른 이파리가 늘어져 있는 나무로 화려한 조경을 해놨다. 오래된 벽돌에 지나간 시간이 영글어 있는 3층 짜리 빌라, 내 나이만큼은 나이를 먹었음직한 5층 짜리 아파트, 어색한 색조화장 처럼 파아랗게 페인트칠을 한 단층 집을 지났다. 뒤에서 차가 오면 남의 집 담벼락에 몸을 붙여야 했다. 차가 지나가면 또 다시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도서관이 가까워올 수록 카페가 많아졌다. 큰 찻길을 하나 지나 도서관에 도착했을 때는 30분이 흘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