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페르소나 독서모임ㅡ엄마 박완서의 부엌
6월이 중순에 다다르면 이파리와 구별되지 않던 녹색 열매가 누렇게 익어 하나씩 하나씩 떨어진다. 갓 떨어진 살구를 입에 넣으면 새콤하고 달콤한 풍미, 부드러우면서도 물컹대지 않는 열매의 향취가 즐겁다. 그러나 떨어진 살구는 겨냥 두면 이삼일 후에 곧 상해버린다. 그렇다고 미리 나무에서 따려고 하면 덜 익어 있다. 한꺼번에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매일 떨어지는 것을 찾아 주워야 한다.
-엄마 박완서의 부엌, 호원숙-
냉장고와 싱크대와 도마와 식탁을 오고 가며 하루 세끼를 해결하고 설거지를 마치는 순간, 하루의 의무를 끝낸 듯 마음이 숙연해진다. 어쩌면 그 마침의 순간을 위해서 하루를 지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행주를 빨아 삶는다. 마치 하나의 마침표처럼. 지루함과 곤고함의 상징과도 같은 행주.
-엄마 박완서의 부엌, 호원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