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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장 Nov 20. 2021

대화

김치찌개, 계란말이, 소주3병

요즘 퇴직금 얼마 됩니꺼?


글쎄 한 2억?


그라고 연금도 나옵니꺼?


아니지, 둘 중 하나 선택하는거지


아아 그래가 어쩨 사노. 빚도 못 갚고 죽것네.


주임님, 요즘 빚은 죽을 때 지고 가는 겁니다.


몬살거따. 그래가꼬 어쩨 사노. 매 달 돈을 얼마나 떼있는데.


연금 받고 7년 안에 죽을 거면 퇴직금이 낫고, 아님 연금이 낫고. 연금 받으면 다른 일해서 300만원인가 이상 벌면 안돼. 그거 벌면 연금 못 받거든. 나도 몰랐지. 이제 하나 둘씩 동기들이 퇴직하니까 말해주대.


우쩨 사노.


(이들의 자식들은 모두 아직 취직을 하지 못했다.)


팀장님, 얼마전에 앞에 사무실에 손주임님이랑 얘기하는데, 팀장님이 요즘 많이 우울해 보이신다고.


뭐, 누구?


그 왜 손00 주임님 있잖아요.


(소주 한 잔)


갱년기겠지.


(소주 한 잔 따르고)


난 요즘 죽은 사람이 부러워.


(여전히 팀장님은 농담도 잘 던지고, 잘 웃고, 여전히 저녁때가 되면 술을 찾아 떠나는데, 조금 조용해졌다는 사실 말고는 난 미처 몰랐다.)


갱년기겠지.


병원을 가라고는 하던데 못 가겠더라고. 와이프가 우울증이더니 이것도 전염되나봐.


와이프는 이제 이거 때려치고 오라는데, 나는 안 가. 끝까지 붙어 있을꺼야. 주말부부는 신이 내린 선물이라던데, 와이프 무서워서 못가.


사실 4억 때문에. 예전에 어디 교수님이더라. 무슨 연료를 개발한다 하더라고.


투자하신 거예요?


아니 처음에는 몰랐지. 가랑비 젖듯 넣고 또 넣다 보니까 한 달에 천 만원씨 내야 된대. 그래서 와이프한테 말했지.


그거 2015년~2016년 쯤 아닙니까?


맞아. 그렇게 4억이 됐는데 그 때는 말을 해야겠더라고. 그래서 말을 했지. 죽는 거 말고는 답이 없겠더라고. 말을 하고나서 나 어쩔까, 물었어. 그랬더니 죽으래.


(밥도 이미 다 먹었다)


그런데 어째 비열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와이프한테 다 떠넘기고 죽겠나, 못 죽겠더라고. 내가 가더라도 다 해결은 하고 가야겠더라고.


근데 반장님은 어떻게 아셨어요? 2015년인지?


아 그때 다른 주임님이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뭐시기 연료 뭐 개발한다고.


어째저째 집 팔고 뭐 팔고 다 해결은 해 가는데, 와이프가 무너졌어. 그러고 나니까 내가 못살겠더라고.


지금은 어느정도 해결이 되셨어요?


많이 나아졌지. 뭐 지금 사는 촌에 코딱지만한 아파트 팔면 뭐 다 되겠지. 사람은 즐겁게 살아야 돼.


그래도 터잡고 사는 유일한 집인데 어찌 팔겠습니까.


그렇지.


이제 우리 부모님도 없고, 장모님 장인어른도 없거든.


(최근에 장인어른도 돌아가셨다.)


나는 고아야.


나도 고아다. (씨익 웃으며) 내도 다 돌아가셨다 아니가. 아지매 여기 반찬 좀 더 주쏘. (욕도 착 달라붙게 잘하고, 사람도 잘 꼬우고, 꽁무니도 잘 빼고, 솔직하지만 또 너무 솔직하지 않은, 소리지르는데 이상하게 귀여운 캐릭터인 주임님)


더 사무쳐. 진짜 부모님한테 잘해야돼. 사랑한다고 말해야돼.


반장님은 언니(와이프)한테 사랑한다고 말 해줘요?


흐흐흐. 절레절레.

 

그게 그렇게 후회돼. 근데 돌아가면 또 못할거야. 그지?


그냥 태어난 업보가 그런가봅니다.


그러게.


참 나도 그만 마셔야지 하면서 잘 안돼. 나는 무서워서 병원도 못 가. 한 방에 죽어야 할텐데. 일찍 발견해서 질질 끌다 죽으면 어떡해. 사람은 즐겁게 살아야 돼.


마지막이네. 한 잔 마저 먹고 가자.


그렇게 1시간 동안 소주 3병.

밥먹는 사람은 4명, 술 잔2개.


사람은 알아서 미울 때도 있고

몰라서 미울 때도 있다.

괜히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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