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ChoiceIsMine Sep 27. 2022

[영국 유학] 아이가 날아오를 때

꼭 안아주더라~할미를

엄마 아빠는 라오스에 있고

아이는 한국에 있고

아이가 영국에 혼자 가야 할 때

다른 집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아니다, 요즘 외국 학교로 유학 가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 많은 아이들이 처음에 어떻게 그 과정을 헤쳐나가는지 너무 궁금하다.


한국사람이 라오스에서 영국 학생비자받기가 불가능에 가까움을 깨닫고 아이는 한국의 외할머니 집에서 비자 신청을 하기로 했고 인천행 비행기를 타고 가는 날은 마침 힌남노가 온다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던 날이다. 이런 강력한 태풍은 없다며 국민들을 벌벌 떨게 했던 힌남노가 라오스의 한 국립공원 이름이라는 것을 아시는지. 

왜 하필 우리 아이 비행기 타는 날 힌남노가 오는지,,, 가기 전부터 기사를 읽으며 불안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래도 부모가 불안하면 아이는 더 불안할까 봐 아이 앞에서는 말을 아끼고 있었지만

아이가 비행기 타기 전날 우리는 불교국가인 라오스에 많은 절 중 가까운 절 하나를 방문했다. 아이들은 신기한지 외부를 돌며 사진을 찍고 했지만 나와 남편은 절 안으로 들어가 어떻게 절을 하는 건지 이렇게 들어가도 되는 건지도 모른 체 들어가서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했다. 얼마 안 되지만 주머니에 있는 돈도 다 돈 넣는 박스에 넣고 왔다. 

다행히 아이는 한국에 잘 도착했고 번개가 그리 많이 치더라며 비행기에서 찍은 비디오를 보내왔는데, 보는 내가 다 아찔하다.


아이는 한국에서 비자 신청도 하고 영국에서 어떤 은행을 이용할 지도 정하고 영국 유심도 장단을 살펴서 하나를 미리 배달을 시켜놓았다. 마침 이때 난 사랑니를 (잘 된 일인지 모르겠다.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사랑니 때문에 이가 말썽이라면 영국의 의료시스템도 잘 모르는 상태이고, 치과 의료기술을 한국이 더 낫다고 들었다) 작은 병원에 가서 진료의뢰서를 받아다가 대학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고 수술 날짜를 정하고, 뽑고, 실밥까지 뽑고 왔다. 아이가 혼자 병원에 가서 자신의 상태를 상담하고 치료를 마치고 돈까지 내고 온다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온 가족이 토론을 했던 가장 큰 문제는 히드로 공항에 도착해서 학교까지 어떻게 가는가였다. 공항 도착시간이 저녁 5시 반경이라 인력문제로 카오스라는 요즘 히드로 공항 상황을 생각하면 7시는 넘어야 나올 것 같고 학교까지 기차를 타고 가면 큰 짐 2개를 끌고 밤 11시는 넘어야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 어머님과 남편은 여자애 혼자 장거리 택시를 타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극구 반대하셨다. 그래서 남편은 히드로 공항 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새벽같이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을 알아보았는데 영국 물가는 역시 후덜덜해서 도저히 공항 호텔에서 묵는 것은 무리였다. 

그 와중에 어머님이 "그래도 엄마가 따라가야 하지 않겠니?" 하신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비행기 타는 것이 무섭다. 예전에 페루, 아프리카 여행할 때 터뷸런스를 만나 아찔했던 순간들이 몇 번 있은 후에는 비행기 타는 것이 영 즐겁지가 않고 조금이라도 비행기가 흔들리면 손에 땀이 촉촉이 배이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를 따라가려면 라오스-> 한국-> 폴란드-> 영국으로 갔다가 올 때는 영국-> 유럽 어딘가-> 태국이나 베트남-> 라오스로 오게 되는 여정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11월에 한국에 가게 될 일이 생길 것 같아 그 사이에 외국에 다녀오는 것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랬더니 어머님이나 남편이 따라가는 것이 낫겠다고 하셨다. 

이러한 토론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이는 "괜찮아요, 혼자 갈게요"라고 하고, "그럼 택시를 함께 타고 갈 아이들 구해봐"라고 했다. 부모의 사회성이 떨어져서인지 아이도 사회성이 떨어지는지라 한 번 만나지도 못한 아이들에게 이런 것을 물어보고 부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안다. 

그래도 아이는 그 대학교를 가는 카카오톡 단체 그룹에 몇 월 며칠 도착하는데 같이 택시 타고 갈 사람?이라고 문의를 남겨놓았지만 대답이 없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보통 엄마가 함께 따라가는 듯하고 아니면 많은 아이들이 이미 런던에 도착해서 살 것들을 사고 적응을 한 후 기숙사 입소일에 맞추어 들어가는 듯했다.

그래서 아이는 다시 학교의 국제학생들 그룹 챗에 몇 월 며칠 도착하는데 같이 택시 타고 갈 사람을 용기 내어 물었다. 그런데 바로 연락이 왔다. 아이의 이름은 죠쉬. 죠쉬는 싱가포르 국적의 수의학과 학생이라는데 죠쉬의 학교에서는 이 대학교로 오는 선배나 동기들이 많은지, 선배들을 통해 아이들이 함께 택시를 타면 돈과 시간이 절약된다면서 자기가 친구들을 더 모아보겠다고 했단다. 휴유~ 죠쉬 덕분에 비행기 값과 우리의 고민의 시간과 깊이가 줄었는지 죠쉬는 꿈에도 모를 것이다.

죠쉬는 아주 발이 넓은 아이인지 그렇게 모인 아이들이 한 여섯 명이 되었다고 하고 히드로 공항에서 모인 후 택시 2대에 나누어서 타고 가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정말 한숨 돌렸다.

 

24일 아침 8시 출발이라 아이는 23일 저녁 일찍 짐을 다 싸놓고 잠 잘 준비를 했고 우리와 저녁 인사를 마쳤다. 그런데 밤늦게 문자가 왔다. 

"비행기가 지연된다고 메일이 왔어요"

당시 인천-런던 비행기표를 알아봤을 때 직항이 너무 비싸고 맞는 시간도 없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경유하는 티켓을 샀다. 


문제는 바르샤바에서 경유시간이 1시간 반 정도로 적당했는데 이번에 인천발 비행기가 지연되면서 경유시간이 15분으로 줄어드는 것이었다.

공항까지 함께 가기로 한 외할아버지는 새벽 4시 반으로 예약했던 공항행 택시를 6시로 변경하시고 

나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검색에 들어갔다.


경유 시 비행기 연착에 대하여 3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

1. 연착으로 다음 비행기를 탈 수 없는 경우

; 항공사가 다음 비행기 좌석과 그 시간이 길어질 경우 호텔과 식사를 제공한다.

2. 다음 비행기를 타기까지 얼마 안 남은 경우

; 이런 경우를 자주 목격하는데, 비행기를 내릴 때 항공사 직원이 피켓을 들고 나와 다음 비행기를 타기까지 함께 해주고 수속이 빨리 이루어지도록 도와준다. 시간이 촉박할 경우 항공사 직원과 함께 뛰어야 할 수 있다.

3. 연착했지만 다음 비행기까지 시간 여유가 있는 경우

; 시간이 넉넉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혼자서 다음 비행기까지 수속이 빨리 이루어지도록 발에 땀나도록 뛰어야 한다.

(이것은 비행기표를 경유 항공편으로 같이 구입한 경우이며, 경유 비행기 편을 따로 끊었을 때는 비행기 연착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므로 그때는 비행기표를 날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인천발 지연으로 아이의 경유시간이 15분으로 줄어 다음 비행기를 탈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바라건대 다음 비행기가 런던행 경유 승객들을 기다려주기를... 그러면 조금 늦더라고 히드로 공항에서 만나기로 한 아이들과 만나서 택시를 타고 가면 될 것이다. 남편과 나는 오늘 또 절에 가서 기도했다(사실 우리는 무교다...)


이러한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아이가 이러한 상황에서 혼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걱정이 된다.

조금 비싸더라도 직항을 끊어줄 것을 후회가 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그 나이 때 조금이라도 싼 비행기표를 사기 위해 경유행을 사는 것은 기본이었고 공항에서 노숙하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 

헤쳐나갈 것이다.


아이가 비행기를 탄 후

어머님은 뭘 못해준 것만 같다고 하신다. 꽃게 철인데 아이에게 꽃게찜을 해서 먹일 것을, 이것도 줄 것을, 저것도 줄 것을...


엄마는 아이가 간 후 아이가 머물던 뒷 방이 휑하다 하신다.

그러면서  " 꼭 안아주더라~ 할미를" 하신다. 


아이가 날아오를 때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안절부절 못 하지만

아이는 날아오를 때인 것이다.


응원한다 너의 앞길을.




작가의 이전글 [라오스 일상] 해치지 않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