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ChoiceIsMine Oct 21. 2022

[영국유학] 밥심

예전에 한 40대의 지인과 점심을 먹으려고 한식당을 찾았을 때였다. 나는 청국장을 시키고 이 분은 비빔밥을 시켰는데 음식이 나오자마자 사진을 찍는거다. 난 이런거 익숙해져서 머얼찍이 지켜보며 인스타그램에 올리려나보다..했다. 그런데 "엄마한테 보내려구요. 하루 세끼 뭐 먹는지 궁금해 하셔서 찍어서 보내는데, 오늘 비빔밥 먹은거 알면 좋아하실거예요" 한다.

엄마의 마음이어서 그런지...

40대에 왠일이야? 가 아니고 그렇구나... 하게 된다.



아이가 영국으로 공부하러 간 후

전화 할 때마다 물어보는 것이 아침은 뭐 먹었어? 점심은 뭐 먹었어? 저녁은 뭐 먹을거야? 이다.

그럼 착한 녀석, 아침은 뭐 먹었고, 점심은 뭐 먹었고 저녁 메뉴는 뭐라고 다 말해준다.


이렇게 뭘 먹는가에 신경쓰는 이유가 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토피였다. 

우리 집안, 남편 집안 아무도 아토피라는 건 없어서 모르고 살았었는데 우리 첫째가 아토피인 것이다.

속상한건 너무 귀여운 아기가 아기 자체로 보이지않고 아토피있는 아기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겉모습만 불편했다면 참고 살았을 수도 있을텐데 어린 아기가 간지러움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간지러워 하는 아이를 재우기 위해 밤에 업고 나가 노래를 불러줬던 일들이... 기억에 안 남을 수가 없다.

나는 출산 3개월 후 복직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어린 아빠축에 속했던 남편은 자기가 늙는것 같다고 했다. 

한마디로 양방, 한방, 민간요법 안 해본 것이 없다. 기본적으로는 유기농 음식을 먹이고 심할때는 스테로이드,안티 히스타민, 면역 억제제 연고도 처방받고 한약도 지어보고, 풍욕, 반신욕, 쑥 목욕, 무슨 크림, 야채 녹즙...많이 해봤다. 

다행히 아이는 아주 천천히 좋아졌고 

아토피의 작용으로 사춘기에 다른 애들 온 얼굴 여드름에, 코기름 번질번질할 때 여드름 하나 안나는 매끈한 피부였고 지금도 뽀얗다.


그래서 내가 아이에게 너는 그냥 큰 애가 아니다, 니 피부에 든 돈과 노력이 장난아니야. 말하곤 한다.

아이가 아토피로 고생한 후에야 알게 되었다. 좋은 재료로 정성껏 요리해서 가족이 함께 먹는 한끼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래서 나같은 귀차니즘 엄마가 다른 건 안해도 밥은 신경썼다. 아니, 신경쓸 수밖에 없었다.


하도 뭘 먹는지 물어봐싸서 그런지...가끔씩은 본인 요리 사진을 보내주곤 한다.

보아하니 대부분이 느글느글 느글이들이다. 이런 식성은 날 닮았나?

(주위의 기숙사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이 삼시 세끼를 사먹는다고 하니...이것만으로도 대견하게 여겨야 하나...)

그래도 시작치고는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자;;;


이번 겨울에 방학을 맞아 이리로 오면 간단하고도 쉽게 만들어먹을 수 있는 몇가지 레시피를 함께 개발하고, 필요한 양념과 요리 재료를 가방 그득이 딸려 보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라오스 일상] 우리가 이동하는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