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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ChoiceIsMine Nov 03. 2022

[라오스 일상] 한 발은 라오스에 한 발은 한국에

대학원 소논문을 쓰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갑자기 두통이 몰려온다.

요 며칠 지속되는 저녁 늦게까지 지속되는 줌 미팅, 보고서 작성과 이태원 사태에 울적해져서 잠을 잘 못 자서 그런지 잠을 못 자서 커피를 좀 더 많이 마셔서 더 그런지...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

대학원의 과제 자체가 그렇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교수님이 한 말씀하시면 그것을 150% 구현하려고 하는 학생들(아니 고3도 아니고 나보다 나이도 많고 대부분 직업이 따로 있으신 분들이...)과,

 다른 팀과 우리의 진행 상황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우리도 이렇게 해야 한다며 우리 만의 기준이 형성되고 그 기준은 딴 팀이 잘하면 잘할수록 높아져만 가는 것이다. 정말 '악착같다'는 말이 딱 맞다.

(아니, 우리 팀원들의 학구열이 유난히 높을 수도 있다.)

재미있게 공부하면서 석사를 따 보려던 나의 바람은 저 멀리 도망가고 팀원들과 줌 미팅 시간을 맞추고 미팅 이후에 새로 생성되는 과제를 따라가기만도 헉헉대는 와중에 

나의 역할을 너무 못하면 민폐 조원이 될까 봐 중간중간 자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옛날부터 배워왔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원동력은 이렇게 넘치는 교육열과 절대 빠지지 않는 근면성이라고....



그런데 나는 지금 라오스에 산다.

없어도 준비하지 않고 그냥 만족하며 사는 곳.

라오스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베트남 사람들은 벼를 심고, 

캄보디아 사람들은 벼가 자라는 것을 보며, 

라오스 사람들은 벼 익는 소리를 듣는다.”라는 말이 있다.

베트남 사람처럼 굳이 뭘 하기보다는 

어수선함을 떠나 조용히 바라보고 들으며 사는 라오스 사람들을 표현하는 말이리라.


나는 이렇게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라오스에 한 발을

그리고 전례없이 빠른 경제성장의 나라, 그래서 고령화도 빠르고, 저출산도 초고속으로 진행되는, 

"빨리빨리'의 나라 한국에 한 발을 두고

균형을 잡으려니... 머리가 아픈가 보다.


한국에서는 일을 하려고 카페에 가곤 했다.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 시켜놓고 컴퓨터 켜고 일을 하면 그 소란 속에서 신기하게 일이 더 잘 되는 것이다.


오늘은 우리 집 앞마당에 나와보았다.

더울까 봐, 모기가 있을까 봐 지래 짐작에 

마당 탁자에 앉아본 적이 없는데

두통 덕분에 한 번 나와보니 바람이 선선히 불면서 예쁜 새소리가 들린다.

(물론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도 들린다)


커피 한 잔 내려서 옆에 두고 글을 쓰고 있자니 

두통이 조금씩 조금씩 사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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