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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ChoiceIsMine Jan 18. 2023

[라오스 일상]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눈물 콧물...

러닝머신 20분 뛰기가 너무 지루해서 넷플릭스 영화나 시리즈를 보면서 뛰기 시작했는데, 우연히 뛰면서 보기 시작한 '가재가 노래하는 곳'


처음 몇 분을 보면서 알았다, 이 영화 그냥 시간 죽이기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영화는 주인공 '카야'의 어린 시절과 습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습지는 물이 흐르다 불투수성 내지는 흐름이 정체되어 오랫동안 고이는 과정을 통하여 생성된 지역으로서, 완벽한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갖추고 다양한 생명체를 키우는 완벽한 하나의 생태계이다.
 많은 생명체에게 서식처를 제공하고, 또한 습지의 생명체들은 생태계가 안정된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국 습지 학회' 참고)

하얀 새들이 떼 지어 날아다니고 아이들은 작은 배를 타고 습지를 돌아다니고 엄마는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이젤 앞에서 그 자연을 그리고... 여기까지 보면 비록 습지에 떨어져 살지만 카야의 어린 시절은 행복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아빠는 너무 폭력적이었다. 멍든 눈을 가리기 위해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고 큰 가방을 들고 무거운 발걸음음 옮기는 엄마, 카야는 엄마가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었지만, 엄마의 빈자리 때문인지 언니 두 명, 오빠가 차례차례 떠나고 마지막으로 아빠까지 사라져 버린다.

카야 혼자 밤에 누워서 이야기한다.

완전히 혼자가 되자 모든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들렸다.

어린 카야는 습지에서 홍합을 캐서 가게를 운영하는 흑인부부에게 팔며 혼자 살아가게 된다. 카야에게 이 부부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이때가 1950, 60년대 배경이라 처음에 카야가 가게에서 홍합을 팔려고 할 때, 가게의 주인 여자는 교회에 기부 들어온 헌 옷과 신발을 주고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남편은

백인들 일에 끼어들면 안 돼. 조심해야지.

라고 하면서도, 뒤로 갈수록 가게 주인 남자의 깊은 정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것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도 취약한 환경에 놓여있고 외로웠을 카야의 마음을 두드리는 한 명이 등장하는데 이름이 '테이트'다. 카야는 아빠가 반복해서 주입시켰던 대로 처음에는 테이트를 멀리하고, 두려워하지만 테이트는 사람에게 가까이 가는 방법을 아는 듯하고, 카야에게 글을 가르쳐주게 된다. 

테이트와 카야가 깃털을 주고받으며 친구가 되는 순간. 카야 인생에 테이트가 없었다면...

그리고 테이트는 카야의 인생에서 정말 필요한 순간순간에 가장 적절하게 카야가 앞으로 나이 가고,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준다.


어렸을 때 가족들에게 버림받았던 아이가 하는 사랑이야기는 마음이 아프다. 똑같은 이야기나 상황이라도 어렸을 때 힘든 일을 겪은 아이는 인생에 트라우마가 되거나 낙인이 찍혀 두고두고 영향을 주어 뒤틀리게 만드는 것 같다. 핑크색 드레스를 입고 바닷가에서 테이트를 밤새 기다리다가 안 온다는 것을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 울음은 깊고 깊은 속에서부터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는 듯했다. 

또 떠나버렸구나... 다 이렇게 떠나는구나...


주인공의 깊고 선한 눈이 카야를 다 설명해 주는 것 같아 좋았다. 세상에 때 묻지 않은 눈.


그리고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새들과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들과 사랑과 쫒고 숨고, 모든 사건의 배경이 되는 습지도 참으로 좋았다.

중간중간 마음이 저리는 부분들이 많이 나와 눈물 콧물 다 쏟았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내가 이 영화를 소설로 이미 봤다는 데 있다.


영어 공부를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하면서, 내가 잘 안 되는 '듣기'부분을 돕기 위해

오디오 북 Audible로 소리를 들으면서 영어 소설을 읽은 지가 꽤 되었다.

이때 소설을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책의 수준이 나의 영어 수준보다 많이 높으면 그 아무리 재미있는 스릴러라도, 모두가 읽는 뉴욕타임스 No. 1 베스트셀러라 해도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Where the crawdads sing" 이 그러한 경우였던 것 같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읽고, 평점도 높아 읽었지만 부끄럽게도 지금 책 내용이 그렇게 많이 기억나지를 않는다.

일단, Crawdad(가재)라는 용어를 우리가 쓸 일이 언제 있을까? 


그러니까 책의 스토리는 알지만 그 작은 보물들, 즉 슾지에 대한 내레이션, 당시의 시대적 배경, 사건에 대한 장치, 대화의 깊은 의미.. 들을 나는 다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책으로 읽을 때와 영화로 볼 때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표시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영어책으로 읽었을 때는 무엇인지는 알 수는 있지만 흐릿하다면, 영화로 봤을 때는 물속 풀들 한 올 한 올까지 보며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한글책으로 읽었더라면 영화보다 더 생생하고 자세했을 수 있다.

소설의 원작자가 평생 생태학자이자 동물학자이며 일흔에 이 소설을 출간했다니, 그래서 이런 글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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