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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ChoiceIsMine Jan 24. 2023

[라오스 일상] 미용실 사장님과 마사지샵 사장님

유명 관광지마다 한국사람이 너무 많아 굳이 한국 사람인 것을 티 내지 않고, 

한국사람이라고 반갑다며 "안녕하세요? 한국분이시지요?" 하던 시절은 지난 듯하다.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가끔 한국 교민사회만의 강한 특징이 나타난다. 국제학교의 큰 행사가 있을 때면, 한국인 엄마들이 제일 적극적으로 뭉쳐서 활동하고 떡볶이, 김밥, 잡채 같은 K-푸드들을 푸짐히 준비해서 '한국관'대기 줄이 가장 길기도 하다. 겉으로 보면 그렇게 잘 뭉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한국엄마들이 속사정을 들어보면 서로 말 한마디 할 때도 조심을 한다. 

그래서 교민사회에서는 '한국 사람을 제일 조심해라'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행여나 말 한마디 생각 없이 했다가 뒷말이 무성해지고 오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기에, 한국사람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없었다면 아직 교민사회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마에 한국사람이라고 빡 쓰여있나 보다.

물건을 살 때 얼마냐고 라오스어로 물어봐도 한국말 좀 하는 가게 주인들은 "오만 킵"이라고 한국말로 대답을 해준다.

목소리만 들어도 한국사람 티가 나나보다.

동네에 손님이 많은 듯한 미용실이 하나 있다. 아들이 그곳에서 머리를 한 번 깎아볼까 해서 구글에서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라오스어로 전화하기는 아주 어려운 경지이기 때문에 

아니다. 라오스 말로 내가 물어볼 수는 있다. 문제는 거기서 뭐라고 대답을 하거나 오히려 질문을 한다면

... 난관에 봉착하는 것이지.

영어로 오늘 몇 시까지 영업을 하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대답

오늘 8시까지 합니다.

몰랐는데, 사장님이 한국분이었던 것이다. 

오잉? 근데 전화 목소리만 듣고 내가 한국사람인건 어찌 알지?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듣는 전형적 한국식 영어발음;;;

다음에 딸들도 이 미용실에서 커트를 하려고 갔는데, 딸들 머리는 아무래도 함께 가서 참견을 해야 할 것 같아나도 따라갔다. 보니 전화를 받았던 사장님이 앉아계시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신다. 

아무래도 미용실에서 사용하는 

앞머리는 조금 더 짧게 해 주세요. 
옆에 튀어나온 머리 좀 다듬어 주세요. 
뒤에 층은 많이 내지 말아 주세요

같은 말들은 설명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닌 법인데, 하얀 와이셔츠를 빳빳하게 다려입고 머리를 깔끔하게 빗질한 한국인 사장님이 카운터에 떡하니 앉아 계시니 그냥 마음이 편하다.

이 미용실은 지나갈 때마다 보면 손님이 많아 예약을 안 하고 간 막내는 깍지도 못할 정도였는데, 겨우 부탁해서 깎을 만큼 비엔티안 인기 미용실이다.


동네에 마사지샾이 하나 있다. 엄마아빠 오시는데 어디를 모시고 가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저녁마다 마사지샾 앞에 관광버스들이 즐비한 게 떠올라 한 번 방문했다.

예약하고 오셨어요?

해서 아니요

했더니, 

그럼 잠깐 기다리세요. 

한 후 사장님이 나오시는데 한국분이시다. 

그렇게 알게 된 천연염색인듯한 넉넉한 품의 개량한복을 입고 계시는 인상 좋은 사장님.

이번에 동생이 왔을 때 또 갔다. 그것도 사장님이 오라고 일러주셨던 평일 오후 3시에.

그런데 그 시간에 예약이 꽉 차있었던 것이다.

죄송해요. 예약이 꽉 차서요.

하면서 미안해하신다.

아니요. 다음엔 꼭 예약을 하고 오겠습니다. 그나저나 장사가 잘 되신다니 참 좋네요.

했더니, 사장님

네. 어찌나 돈이 잘 벌리는지 금고가 닫히지 않을 정도예요.

하시는 농담이 우리를 모두 하하 웃게 만든다.


사장님의 농담이 귀에 착 감기는 것을 보니,

이래서 외국에서도 한국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 때 한국 관광객의 발걸음이 딱 멈추어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셨을 텐데

라오스에서 사업하시는 한국 사장님들

이제는 대박 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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