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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ChoiceIsMine Jan 28. 2023

[라오스 여행 ] 루앙프라방 DAY 3

탁밧-빡우동굴-왓 씨엥통-야시장

       <일정>
새벽 5시 반: 탁밧
아침 10시: 빡우동굴, 배 타고 메콩강 
오후 1시: 코끼리 캠프, 라오 위스키 마을
오후 2시: 왕 씨엥통
저녁 7시: 야시장 먹자 거리에서 저녁식사

1. 탁밧(Tak Bat)

새벽 시간 나눔의 선순환, 탁밧 

새벽이 일어나는 것이 힘들고 한편 귀찮기도 해서 루앙프라방 여행 3일 동안 2번의 아침은 그냥 늦잠을 자버렸다. 그래도 절도 많고 그래서 스님도 많은 루앙프라방에 왔으니 탁밧 하는 것은 봐야지..라고 마음을 다잡고 마지막 날 새벽 5시 반 알람을 맞추었다.

운이 좋게 우리 숙소 바로 앞에서 작은 탁밧 행렬이 지나간다. 물론 야시장 있는 곳까지 조금만 걸어가면 더 큰 행렬을 볼 수 있겠지만 굳지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겠나. 

나가니 바깥은 깜깜한테 벌써 앉은뱅이 의자들이 쪼로록 놓여있고 몇몇 사람들이 바구니에 공양물을 준비하고 차분히 앉아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뭘 준비했나 보니, 과자나 사탕 같은 것들이 많다. 아무래도 준비하기도 쉽고 스님께 드리기도 편해서 인 것 같다.

나는 구경만 할 생각이었는데, 우리 숙소 앞은 탁밧 비인기 구역인지 빈 의자들이 많이 눈에 띄고, 무엇보다 몇 명의 아주머니들이 나를 보며 친절한 웃음을 보이며 손짓을 하시더니 찹쌀밥을 보여주며 이걸 사라고 한다. 그래서 찹쌀밥 한가득 사서 나도 공양 대열에 앉았다. 조금씩 거리가 밟아지고 드디어 스님들이 보이는데 비인기 지역(?)이어서인지 어린 스님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살짝 떨리기 시작하는데.. 이유인즉 스님들은 많은데 내가 가지고 있는 찹쌀밥을 어떻게 공평하게 마지막 스님까지 잘 나눌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때문이었다. 탁밧을 보면 앞의 스님 발우는 가득 차지만 뒤의 스님은 반도 못 채우는 상황도 발생하는데, 탁발한 음식은 사원에 돌아오면 한데 모아 골고루 재분배한다고 하니 내가 찹쌀밥을 마지막 스님까지 주려고 했던 노력이 사실 괜한 걱정이었다.

스님들이 지나가면서 발우를 내밀면 우리는 준비한 공양물을 발우 속에 넣는데, 이는 꽤 빠르고 상당한 집중을 요하는 작업으로, 집중 안 하면 음식이 바구니밖으로 또로로 떨어져 버린다. 내가 당황해하며 떨어져 버린 찹쌀밥을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하니, 옆에 계시던 라오스 아주머니가 담벼락 위에 올려놓으라고 하신다. 

그렇네, 담벼락 위에 올려놓으면 고양이나 새나 뭐라도 먹겠지. 

탁밧을 보면서 또 흥미로웠던 점은, 스님들의 발우에 공양물이 너무 많아져서 넘치려고 하면 그것을 따로 담는 통이 있어 공양물을 그곳에 쏟아놓으면 이 음식은 지역의 필요한 이들이 가져가게 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탁밧이라는 것이 나눔의 경제학, 나눔의 선순환이 일어나게 하는 아주 좋은 장치라는 생각이 든다. 

호텔 앞이 비인기지역인 덕분에 번잡함 없이 차분하게 탁밧을 경험할 수 있었다.


탁밧(Tak Bat)은 우리나라에서는 탁발이라고 불리고, 공양과 보시로 수행자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불교적인 의례이며 수행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도 옛날에는 탁발하러 다니는 스님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안 보인다.
탁발이 스님의 품위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탁발과정에서 사이비승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 여 시민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조계종에서 1964년부터 탁발을 금지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다.
코로나 기간에는 라오스에서도 5인이상의 집합이 금지되고 지역 간 이동도 차단되면서 탁밧도 금지되어 라오스 스님들의 삶이 위협받는 때도 있었다고 한다. 
스님들은 탁밧을 통해 음식을 걸식함으로써 자신을 낮추고, 물질에 대한 집착을 끊어내는 과정이라고 하며, 보시을 할 때는 보시하는 마음, 보시물, 보시받는 마음 이 세 가지가 모두 청정하고 집착이 없어야 하는데, 이때 진정한 보시가 되기 때문이다. 


2. 빡우동굴(Pakou Cave)


여행사를 통해 루앙프라방 3일 동안 이용할 기사가 딸린 차를 예약했던 건 어떻게 보면 실수였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이기에 조금 덜 힘들게 해 드리고자 비엔티안에서부터 미리 자동차를 예약했었다. 그런데 오늘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빡우동굴인데, 빡우동굴은 루앙프라방 시내에서 출발하는 배투어가 인당 17만 kip으로 호텔에서 수월하게 예약할 수 있었고, 아침 8시부터 시작하여 내가 좋아하는 배를 타고  한시 간이상 메콩강을 따라가는 것이라 너무 좋은 상품이었다.

그런데, 미리 자동차를 예약해 놓았길래 우리는 이것을 이용하지 못하고 육로로 빡우동굴 근처의 선착장까지 한 시간가량 간 후 선착장에서 약 5분 보트를 타는 코스를 이용하였다. 

Budda Cave로 불리는 빡우동굴은 여행자후기에 보면 '갈 필요 없다', '항상 그런 것처럼, 작고 오래된 불상들만 가득하다'같은 말들이 많아 별로 기대를 안 했던 곳이다. 

보트에서 내려서 아래에 위치한 '탐팅(Tham Ting) 동굴'까지 올라가는 계단에는 강의 작은 물고기를 비닐봉지에 담거나 새를 나뭇가지 통에 담아 파는 아이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 역시 물고기와 새를 굳이 잡아서 관광객들에게 팔아서 방생하라는 얄팍한 상술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아 사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주황색 꽃, 향과 초를 사는 것인데, 향과 초를 피우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질 것 같아 이 여행 무탈히 잘 마무리하게 해달라고 빌었다. 

2개 동굴을 다 보고 나와서 다시 돌아가는 보트를 타려니, 너무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 5만 킵에 30분간 빡우동굴 근처를 배로 돌아보게 해 달라고 보트아저씨와 흥정을 시도했는데, 처음엔 안 된다고 하더니 결국은 OK.

이 배는 작고, 구명조끼 따위는 감히 생각할 수 없으며 가다가 강 중간에서 서버린다 해도 그러려니 여길 만큼 낡은 배라 아빠는 약간 걱정을 하시며, 배의 양쪽 난간을 꽉 잡고 계셨고 우리들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행여나 누군가 움직여서 배의 균형이 무너질까 봐 앉은 바로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30분은 참 평화롭고 좋았다. 

다음에 오면 빡우동굴까지 왕복 2시간 꼭 배를 타리라~


신성한 느낌이 나는 빡우 동굴도 좋았지만 작은 배를 타고 빡우동굴 주위 마을을 둥둥 떠다닌 시간이 좋았다.
빡우 동굴은 루앙프라방에서 북쪽으로 25km 떨어져 있으며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4,000개 이상의 부처상으로 가득한 이 동굴은 메콩강이 Nam Ou 강과 합류하는 지점의 석회암 절벽에 자리 잡고 있다.
빡우 동굴에 가면 Tham Ting이라 불리는 아래쪽 동굴과 Tham Theung이라는 위쪽 동굴, 이렇게 2개의 동굴을 방문해야 한다. 둘 다 강의 정령과 부처를 모시는 사당 역할을 하며 Pak Ou 동굴의 불상은 명상에 열반(누워 있는 부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불상들은 수백 년 동안 지역 주민들이 동굴에 가져다 놓은 것으로 여겨지며, 원하면 본인의 불상을 둬도 된다고 한다.
라오스 설날 "빠마이"가 있는 4월에 가장 많은 방문객이 방문한다.


3. 코끼리 캠프, 라오 위스키 마을


루앙프라방 도심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떤 청년이 커~다란 코끼리를 타고 평화롭게 거닐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순간, 우리는 Stop! 을 외치고 차에서 내려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리고 발견했다, 코끼리 캠프.

루앙프라방에는 몇 개의 코끼리 캠프가 있고 여행사들이 코끼리 트래킹 상품을 운영하는 곳도 꽤 있는 것 같다.  수도가 루앙프라방으로 14세기에서 18세기까지 존재했던 란쌍왕국은 "백만 마리의 코끼리"라는 뜻이니 코끼리가 예전부터 많았나 보다. 하지만, 사람을 태우기까지 코끼리들은 상상도 못 할 고통을 겪으며 복종을 훈련받기 때문에 코끼리를 트래킹을 하지 말라는 동물관광 가이드라인을 읽은 적이 있기에 우리는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바나나를 몇 개 뜯어 코끼리에게 먹여주고, 옆에 가서 슬쩍 만져보고 사진 몇 장 남기고 돌아 나왔다.


그리고 다시 루앙프라방 돌아오는 길에 있는 라오 위스키 마을에서 멈췄다. 실제 이름은 Ban Xanghai이며, 위스키에 뱀이나 전갈등을 담아 팔고 있어서(시음 가능) 라오 위스키 마을이라고 부른다. 이곳은 위스키 외에도 직접 베틀로 짠 스카프, 옷, 가방 등을 팔고 있었는데 직거래인만큼 야시장보다 가격이 괜찮고 질도 좋아 아주 화려한 반바지를 하나 구입했다(이 반바지는 나중에 엄마가 방비엥에서 수영복 대용으로 잘 입으셨다. 그런데 직접 짠 만큼 손빨래 필수. 세탁기 한 번 돌렸더니 천이 윤기를 잃었다.)


4. 왕 씨엥통 (Wat Xieng Thong)


왓 씨엥통은 내가 라오스에서 본 많은 절 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으며,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다. 


절은 크게 대법전(Sim), 붉은 법당(Ho Tai Pha Sai Nyaat)과 봉안당(Royal Funerary Carrage House)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Wat Xieng Thong은 구조 자체도 아름답지만 생명의 나무와 라오스의 시골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모자이크도 주의를 끈다.

우리는 봉안당을 제일 먼저 들어갔는데, 높이가 12m에 이를 정도로 큰 라오스의 마지막 왕, 시사방봉 왕의 납골함을 옮겼던 운구차를 이곳에서 보관 중 이어서 Royal Funerary Carrage House라고 부른다. 

이곳에서 라오스 사람들이 일종의 점을 치는 것을 목격하였다. 젓가락 같은 것들이 들어있는 통을 마구 흔들다가 떨어지는 젓가락의 번호를 보고 여러 종이가 가득 적혀있는 곳에서 떨어진 번호와 똑같은 종이를 집으면 거기에 운세가 적혀있다. 그래서 나도 해본 후 구글 번역기를 돌려보니, "아픈 것이 나으리라" " 충분히 좋다" 뭔가를 본다면 무시하지 마라" 뭐 이런 문장들이 적혀있었다. 마침 엄마가 요즘 설사를 하시면서 컨디션이 좀 떨어지셨었는데 "아픈 것이 낫는다"니, 믿거나 말거나지만, 기분이 좋았다.


대법전에는 이 날 무슨 특별한 날이었는지, 가장 좋은 옷으로 챙겨 입고 온 듯한 라오스 사람들이 가득 대법전을 채우고 있고 스님들은 앞에 모여서 불경 같은 것을 낮게 외우고 계셨다. 스님이 무슨 농담 같은 것을 하셨는지 가끔씩 하하하 웃기도 하였다. 이런 평화로움이 좋아 대법전에 한참을 앉아있다가 나온다.


마지막으로 붉은 법당으로 갔는데, 외벽에 생명의 나무 모자이크가 보인다. 이것은 1957년 절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부처의 열반 2500년 주기를 기념해서 만들어졌다. 또한 붉은 법당 내의 와불상은 1569년에 만들어져서 프랑스 파리로 옮겨졌다가 다시 라오스로 송환되어 프랑스 공관 응접실에 놓였다가 1952년에야 비로소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니 여행을 많이 한 와불상이다. 붉은 법당 내부의 작은 창문으로 밖을 빠꼼히 내다보는 보습을 사진으로 찍었더니 정말 괜찮은 기념사진 하나가 탄생하였다. 숨겨진 포토존이다.

이곳은 남칸강과 메콩강의 교차점에 위치하며, 루앙프라방이 찬란히 빛나던 1560년경 세타틸랏(Setthathilat) 왕이 건립한 이래 오늘날까지 줄곳 루앙프라방의 종교적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으며, 1887년 중국 흑기군이 도시를 침공했을 때 도시의 일부와 많은 수도원이 손상되거나 파괴되었을 때에도 다행스럽게 이 절은 파괴되지 않았다. 20세기 프랑스인들이 참여한 복원작업을 비롯한 여러 복구작업이 진행되었다. 
 음력 8월경에 열리는 분옥판사 축제(Bo un Ok Phansa)는 우기 3개월의 기간 동안 칩거 했던 승려들의 수행이 끝나는 날을 기념하는 것으로, 이 때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5. 야시장 먹자 거리에서 저녁


늦은 점심을 쌀국수로 간단히 때웠기에 저녁은 야시장에서 이것저것 푸짐하게 먹기로 했다. 우리는 7시경에 도착했는데 야시장 먹자 거리의 중간에 위치한 무대에서 공연이 벌어지고 사람들이 많아서 앉을 자리가 없다.

먹자골목 목 좋은 곳에 있는 떡볶이 가게 사장님이 한국분이신데, 우리에게 설명을 해주신다. 1) 금요일과 토요일은 사람이 많아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으니, 조금 일찍 오는 것이 좋고 2) 무대와 가까운 가운데보다는 양쪽 사이드가자리가 좀 있다고 하며 3) 두 사람이 왔다면 한 사람은 먼저 자리를 맡고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말이다.

우리도 결국 좋은 자리를 잡고, 두 팀으로 나누어 음식사냥에 나선다. 

왁자지껄한 야시장에서 음식 이것저것 시키고 냉장고 속 시원한 라오비어 한 병 사서 둘이 나누어 마시면!

이 맛에 여행오는 것이다~



루앙프라방 Day 1  https://brunch.co.kr/@n000225/38

루앙프라방 Day 2  https://brunch.co.kr/@n0002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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