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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ChoiceIsMine Feb 01. 2023

[라오스 일상] 라오스 사는 소소한 재미

바람이 많이 부는 저녁에는...

요즘... 라오스도 나름 겨울인지라 밤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그런 밤에는 개들이 합창을 하는데, 왜 꼭 그렇게 모여서 슬픈 소리를 내는지, 가끔씩은 그 소리에 닭들도 합세하면 정말 난장판이다.

그러다가 가끔씩 둔탁한 쿵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그런 날이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문으로 마당을 확인한다.



망고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예전에 페루의 삐우라라는 북쪽 해안가 도시에 살았는데, 그곳이 유명한 망고 산지였다(적어도 페루에서는). 망고가 종류도 다양하여 동그랗고 빨간색을 띠며 새콤달콤한 맛을 내는 망고는 애플망고, 샛 노랗고 길쭉하며 단맛 자체인 망고는 에드와르 망고라고 불렀는데 당연히 이 노랗고 긴 망고가 당도가 제일 높고 맛도 일품이라 가격도 비싸고 애플망고는 황색망고가 다 들어가는 시즌에만 어쩔 수 없이 사 먹는 망고였다, 그 시절에는..

망고시즌에는 살짝 안 익은 상태의 망고를 한 박스씩 사다가 별채에 놔두고 익혀가면서 먹었는데 망고 익어가는 달콤한 냄새가 집안까지 넘어오면 참 황홀하다.



우리가 학교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라오스의 이 집을 선택했었는데, 어느 날 집 마당에서 멍 때리고 있다가 나무줄기의 끝쪽으로 작고 동그란 초록 무리들이 마구 자라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깜짝 놀라 자세히 보니 생김새가 마냥 동그랗지만은 않고 약간 길쭉한 것이 딱 아기 망고다.

알고 보니 이 나무는 망고나무였던 것이다.

모두 초록색이지만 어디 숨어서 익어가는지 가끔씩 샛노랗고 덩그런 망고가 떨어진다

바람이 많이 부는 밤이 지나면 아침에 나무 밑으로 망고가 하나둘씩 떨어져 있는데, 눈으로는 아무리 봐도 전부 초록색이지만 어디서 익었는지 샛노란 것들이 떨어지면 횡재한 기분이다.

시장에서 사 먹는 라오스 망고는 대부분 맛이 별로다. 겨울에 파는 망고들은 태국에서 수입한 것들이 대부분이라 하는데, 수입해서인지 아니면 억지로 익혀서인지 단맛보다는 신맛이, 가끔씩은 어떤 케미컬의 맛도 느껴져서 입맛을 버릴 때가 있다.

그런데 집에서 나는 망고는 자연에서 충분히 익은 후 떨어져서인지

깊은 단맛이 난다.


라오스는 3,4월이 가장 덥다. 그나마 우기가 시작되면 비가 와서 더위를 어느 정도 식혀주지만 3,4월은 40도까지 올라가는데 비도 안 오는 동남아 특유의 습한 더위라 정말 어쩔 줄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3, 4월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그때가 망고철이라 우리 집 망고가 노랗고 통실통실 여물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저 앞에 초등학생 정도되는 자그마한 녀석들이 한 스무 명 정도 있다.

나는 이 녀석들을 지나쳐서 갔는데 뒤에서 녀석들이 뭐라고 소리를 지른다.

무슨 일일까 하면서도, 자전거도 운전인지라 운전하면서 딴 눈 팔면 안 되고, 나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 같지만 딱히 그릴 일도 없기에 '외국인 처음 보니?'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계속 페달을 밟았다.


그런데 한 녀석이 끈질기게 나를 따라왔는데 헉헉거리며 하나를 보여준다.

헉, 우리 집 열쇠다.

주머니에 넣은 열쇠가 페달을 밟으면서 스르륵 떨어진 것을 요 조그만 녀석이 주겠다고 더운데 자전거를 따라 뛰어온 것이다. 

아이고 이 열쇠 잃어버렸으면 나는 집에도 못 들어가는데, 정말 고맙구나.


라오스 사람들은 이렇다.

시장에서 배추 한 포기를 사도 겉의 시들거나 살짝 병든 잎들은 먼저 떼어내고 저울에 달고,

행여나 내가 고른 과일이 겉보기에만 번드르르하고 맛이 없는 것이라면 '그거보단 이게 좋아'라면서 작고 볼품없을지라도 맛난 걸로 골라준다. 

이렇게 해서 돈 벌겠나?


그래서 나는 이제 시장 가면 어설프게 내가 고르려고 하지 않고, 골라달라고 한다.


이런 것이 간간이 우리 입술꼬리 올라가게 하는 소소한 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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