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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ChoiceIsMine Feb 10. 2023

[감사하는 삶] 좋아하는 일을 하는 이의 얼굴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이다.


옆 대학교 수학과에 다니는 고등학교 동기가 아이 대학교에서  올림피아드를 치르기 위해 방문해서 그 친구와 저녁을 함께 했단다.

오랜만에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냐니까, 

오늘 올림피아드에 무슨 문제가 나왔으며

수학과에 다니는 동기와 공대생인 본인의 커리큘럼과 배우는 내용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단다.

그러면서 내린 결론은,

수학과 친구는 수학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기 위해 배우고 깊이 고민하고 있다면,

공대생인 자기는 수학적인 문제의 근사치를 빨리 계산하여 그 근사치를 실제에 적용하려고 한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두 녀석이 A levle의 똑같은 과목을 수강하고 성적도 계속 비슷하게 나와 비숫한 길을 갈 것 같았고, 우리 아이가 그냥 열심히 하는 평범한 아이라면 이 녀석은 선택했던 과목들인 수학, 과학뿐만 아니라 영어와 음악까지도 완벽하게 잘해 정말 천재급인 녀석이라 눈여겨보았었다.

고등학교에서도 같이 공부하고 그 먼 영국까지 가서 다시 만난 것도 신기한 법인데

영국의 대학교에서 만난 풋풋한 새내기 남녀가...

하는 이야기가...

올림피아드 문제라니...

너무 했다

그랬더니,

엄마 제가 얘기 안 했지요?

하면서 조잘조잘 이야기를 시작한다.

얼마 전에 같은 대학 다니는 1학년 한국 학생들 8명이 만나서 식사를 했단다.

6명이 공대이고, 1명이 물리학과, 나머지 한 명은 교육학과인데

공대생과 물리학과생은 모두 꺼머죽죽한 검은색 계열의 옷을 입고 있었고

교육학과 언니만 새하얀 블라우스에 재킷을 차려입고 왔더란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영상통화 화면 뒤로 무슨 해리포터 망토같은 것이 침대 위에 깔려있다.

바로 아이가 최근에 거금들여서 산 이불 커버!

나는  이불커버를 이렇게 Pure 검정색으로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이.. 불... 이 왜 그렇게 까맣니?

저도 처음엔 이상했는데 자꾸 보면 예뻐요.

내가 그렇게 하얀 블라우스를 가져가라고 말했는데도 거무튀튀한 티셔츠 쪼가리만 챙겨가더니...

그나마 다행인 건 아이 주위 친구들이 모두 그렇다는 것이다.


너랑 비슷한 애들 사이에 있어서 좋겠다.

했더니

엄마, 나랑 한 조인 남자애는 심지어 나보다 더 말수가 적어서 프로젝트 같은 거 할 때 내가 먼저 언제 할지, 어떻게 할지 이런 걸 물어봐야 한다니까요.

하면서 웃는다.


공감능력, 사회성이 꽤나 떨어지는 극 내향성, 극 이과 성향의 우리 아이가 주위의 우글우글한 비슷한 녀석들 사이에서 만족하면서 편안하게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 아이보고 세일즈 같은 거 하라고 했으면 본인 얼굴 뻘게져서.. 말도 못 하고... 듣는 사람은 더 민망해지는 상황 발생하여... 먹고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본인 하고 싶은 일 찾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감사한 일이다.


국제학교 초등학생인 막내의 학교 상담이 있는 날이었다.

담임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과목의 선생님들을 만나는데 남자 체육선생님 상담 들어갔다가 깜놀했다.

가짜티가 팍팍 나는 커다란 귀걸이 두 개에, 왼쪽 눈썹에는 피어싱도 했고 야구모자를 연예인처럼 쓰고 있다. 

티셔츠에 가려서 안 보이지만 문신이 팔 어딘가에는 있을 법하다.

아니, 학교 선생님이 이래도 돼?

상담이 시작되고, 아이의 체육 수업시간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어라, 아이를 꽤나 잘 파악하고 있다.

일 년에 3번씩 달리기, 줄넘기, 푸시업 및 멀리뛰기를 테스트를 실시해서 본인의 체육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는지 점검하고 아이들의 신체적 발달 상황도 체크한다며 설명하는데 아주 논리 정연하다.

무엇보다 아이들 수업은 일주일에 3일이지만,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같이 축구 같은 것을 하며 놀기 때문에 아이를 매일 만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매일 만나면서 아이를 더 잘 알 수 있고 혹시나 아이가 혼자서 앉아 있으면 같이 하자고 격려한다고 했다.


"내년에 중고등학교 체육선생님이 떠나셔서 학교에서 저보고 중학교 체육을 맡아보겠냐고 물어보셨지만 제가 안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아이들과 막 뛰어노는 것이 좋거든요."

 그렇게 보면 저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입니다.


체육 선생님의 눈이 마구마구 빛난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얼굴은

기침이나 사랑처럼 그것을 숨기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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