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꽤 놀라운 경험들을 하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나에게 맞는 자리가 났다. 그래서 어제오늘 열심히 영어 이력서를 썼다.
알잖아. 영어로 쓰는 이력서 얼마나 어려운지...
오늘 저녁 6시경 다시 보고 또다시 본 후 제출하려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그 공고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오늘 4시에도 확인했는데
그 공고는 4일 전에 올라온 공고인데... 그 사이에 누군가를 뽑았을 리도 없는데...
약 한 달 전에 서류합격한 곳에서 면접날짜가 마침 13시간 비행기 안에 있는 바로 그때 잡혀서 면접을 놓쳤다.
약 반년 전에 합격한 곳에서는 내가 지원한 곳보다 훨씬 더 좋은 곳으로 발령이 났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나는 가지 못하는... 곳이라는 것.
낮에 친구에게 연락을 받았다.
곧 내가 졸업한 학과의 30주년 기념행사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함께 졸업한 나의 절친이 30주년 기념행사의 강연자로 나오기 위해 미국에서 온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우리 4인방은 30주년 행사에서는 오랜만에 꼭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돌아서니...
기분이 요상하다.
친구는 학교에서 특별 연락하여 강연자로 나오고
나는 학교에서 연락조차 주지 않는 무명 씨 청자로 앉아있게 되는 것이다.
친구가 카톡으로 전달해 준 30주년 행사의 내용을 읽어보니 맨 밑에 즈음에
우리 학과 교육과 연구환경 개선 및 단독 건물 건립 지원을 위한 후원 계좌입니다.
하며 계좌번호가 나온다.
학교에서는 나에게 연락도 안 했지만 조금 삐짐
나는 이번에 후원을 할 생각이다.
CC로 대학교 2학년때부터 남편과 사귀었던 나는 학교가 아니었으면 이 사람을 못 만났을 것이고
그랬으면 요 세 보물들도 못 만났을 것이니
학교가 중매쟁이다.
설거지를 하면서 강연자인 친구와 나의 상황을 자꾸 비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너 다시 한 20년 전으로 돌아가, 친구랑 인생 바꾸라면 바꿀 거야?
하고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내 속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니~~~
잘나도 못나도, 나고
미워도 고와도, 내 가족이지.
뭐 어쩔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