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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ChoiceIsMine Jul 12. 2023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도 좋을 곳,
이진아 기념 도서관

[2023년 여름]

이진아 도서관으로 가려면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에서 내려 공원길을 따라 올라와야 한다.

올라오다 보면 오른쪽에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이 보이는데, 아이들의 역사 교육이나 외국인들의 관광장소로 좋아서인지 학생들과 외국인들이 제법 보이고 동네분들이 편하게 입고 산책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막내 녀석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이 형무소 역사관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꽤나 충격적이었던 모양인지 무서웠다며 아직도 이 곳에 대해 생생히 기억을 한다.

이제 산 중간자락 즈음에 위치한 이진아 도서관이 보이면 도서관의 문을 열고 살포시 들어간다.

요즘처럼 찌는 여름날에는 도서관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들어가자마자 왼쪽으로 돌면 작은 카페가 위치하는데, 나는 이곳에서 커피를 자주 마시는 편이다.  

장애인 복지관에서 운영을 하며 이 순수한 청년들의 직업훈련 장소라는 취지가 좋고 무엇보다 커피맛이 훌륭한데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참, 배가 고픈 날에는 5분에서 10분 정도를 걸어 내려가, 

영천시장의 수많은 가판대 중에서 뭔가 따끈한 것을 먹으면 좋은데, 

개인적으로 마트 맞은편 떡볶이집에서 먹는 '떡오순' 세트의 궁합이 훌륭하다고 본다.


이제 반층 정도 살짝 올라가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좌우로 위치해 있다.

오른쪽은 더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편하게 앉아서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어린이 열람실이 마련되어 있어,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이 방으로 들어와 책을 자주 읽어주곤 했다.

요즘 우리 아이들이 자주 가는 곳은 2층으로 바뀌었는데, 

2층에는 다문화 자료실이 있어 신간 영어책을 빌릴 수 있고 막내는 전자정보 열람실에서 가끔 끌리는 영화 제목을 발견하고 시간도 많다는 두 가지 조건을 다 충족하는 날에는 영화도 보고, 

둘째 녀석은  컴퓨터를 이용해 정보도 찾고 시험준비도 하곤 하기 때문이다.

나는 3층을 지나 4층으로 올라간다. 보통 3층 서가에서 소설책을 찾거나 4층에서 자기 개발서를 뽑아서 4층의 내 자리에서 책을 읽거나 필요하면 컴퓨터 작업도 살짝 하는데, 

4층 내 자리 나 혼자 마음으로 지정함 에서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면 커다란 초록 나무 잎들이 보인다. 바람이 불면 나뭇잎들이 크게 오른쪽 왼쪽으로 흔들리는데 그러면 그 움직임이 마치 나에게 

나는 잘 있으니, 너는 니 할 일 열심히 해라~

하는 것만 같다.

그럼 나는 한참을 나무들을 바라보다가 다시 나의 일로 돌아가곤 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커다란 나무들을 보는 것이 참 좋다. 


오늘 우연히 읽은 책의 한 구절에는 이러한 내용이 있었다.

"두려움이나 불안이 엄습할 때는 눈을 뜬 채 맑은 하늘과 지평선 너머를 쳐다본다.

그러면서 현재 경험하고 있는 것에 아무 판단 없이 주의를 기울여보라.

머리가 맑아지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을 때의 감정들이 사라지고 있음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아마 내가 이런 비슷한 경험을 나무를 보면서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런 분들이 더 눈이 뜨이는지, 

아니면 한국이 노인 인구가 그만큼 늘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머리 하얗게 세어 꽤 나이 들어 보이시는 분들이 책을 필사하거나 공부를 하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본다. 

나도 저렇게 공부하면서 나이들어 지혜로 가득찬 노후의 시간이 되면 좋겠다라고 생각해 보았다.


집에 가려고 나오는 길에는 한 번씩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진아 도서관은 미국에서 딸을 잃은 부모님이 책을 좋아하던 딸을 위한 마지막 선물로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볼 때마다 나도 자식이 있어서인가... 울컥한다.


서울에서 태어나다 19800915

                                             맑고 순진한 천진난만한

                                             무너지는 슬픔

20030602 미국에서 영원한 나라로 가다.

                                            마지막 선물을 준비하다

책 좋아했던 딸을 그리며

                                            가슴에 묻는 대신 영원히 살리기로 결심하다

20050916 아빠엄마언니가 건립 기증하다.

요즘, 도서관에 자주 오면서 자꾸 드는 생각인데,

다음에 집을 살 기회가 생긴다면

도서관 바로 옆에 집을 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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