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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ChoiceIsMine Jun 15. 2023

[라오스 문화] 삶과 죽음도 자연스러운 과정

지난주 금요일 즈음 동네 길 초입에 있는 집에 커다란 트럭이 서더니 짐칸에서 차곡차곡 쌓인 하얀 플라스틱 의자와 동그란 식탁들을 내려놓는다. 잠시 후 이 플라스틱 식탁들과 의자들은 완전히 그 집 앞 길거리에 세팅되어 길을 막더니 사람들이 음식을 할 준비를 시작한다.

그 길은 아이들 학교를 갈 때도, 남편이 회사를 갈 때도 슈퍼를 갈 때도 지나칠 수밖에 없는 길이기에 자전거를 탈 때는 내려서 조심히 요리조리 건너고, 오토바이나 자동차들은 별 수 없이 길을 돌려 가야 했다.

라오스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척들 간에 서로 모여서 나누어먹고, 친구들 불러서 라오맥주 마시며 노래 부르는 것이 일상이므로 좀 파티를 거나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그 사이 하루가 지나고 이틀, 삼일... 오일이 지났는데, 그 집 앞 길은 여전히 손님을 치르는 본인들 사유지가  되는 것이다.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오다가 아이들 다리가 긁히고, 모기떼에 물리고, 자동차로 나갈 때는 매번 다른 길로 가야 하니 번거롭다. 무엇보다 그 사이에 비가 와서 길이 엉망진창에 물이 고여있는데 거기서 재료를 다듬고 썰고, 음식을 해서 먹고, 씻은 후 설거지 한 물을 다시 길에 버리니 그곳은 파리와 모기떼가 드글드글거린다.

오일째 되었는데도 길을 완전히 막아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못하고, 파리떼가 드글대는 그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라오스 사람들은 착해서 말을 못 하나.. 하는 생각에 약간의 정의감도 발동하여 결국은 이야기를 했다.

지나다닐 수 있게 길을 좀 만들어주세요.

그랬더니 주섬주섬 식탁 하나를 조금 치워 한 사람 겨우 지나다닐 공간을 만들어준다.


오늘 라오스 친구가 집에 왔길래 그 집이 뭐라고 생각해? 결혼식이야? 장례식이야?

하고 물어봤더니 바로 장례식이지 한다.

어떻게 알았어?라고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 온 사람들은 우울하거나 침울해 보이는 기색이 전혀 없이 미소를 띠고 있었고

라오비어와 만든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옷도 검은색이나 그런 것이 아니고, 메리야스를 입고 있었단 말이다.

친구는 골목 앞에 흐안디라고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장례식인 것을 알았어라고 한다.

흐안디, 직역하면 좋은 집이다.

라오스 인들은 불교라 윤회를 믿어서인지, 

슬퍼하지 마라, 이 또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라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 상갓집을 흐안디라 부른다고 했다.

누군가가 돌아가시면, 

가족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목욕 의식으로 씻어주고 장례식 1~3일 전에 집에서 모신다. 

만약 사고나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을 때는 안 좋은 기운이라 하여 절로 옮긴다고 한다.

그 후 화장을 하고 흩어진 화장된 유해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는다.

화장을 마친 후 가족들은 지폐를 삼각형으로 접고 화환을 준비한다. 

승려가 기도해 주는 의식이 끝나면 승려에게 화환을 탁발하거나 헌금하여 사랑하는 사람이 이 생에서 다음 생으로 가는 여정에 참여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시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승려는 영혼이 이 세상에서 다음 세상으로 가는 것을 도와주는 분이라고 한다.

라오스 장례식에 대해 알아야 할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음식과 음료에 대한 믿음인데, 

장례식 동안 식사를 위해 어떤 동물도 죽여서는 안 되고 

장례가 끝날 때까지 국수를 만들면 안 되는데 이는 고인을 전생으로 묶는 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며

또 장례식에서 제공되는 음식과 음료를 가져오면 안 된다고 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동네의 길 전체를 막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니?

우리는 다 이해해

한다.


길은 오늘은 내 것이고 내일은 니것이 될 수 있고

행사를 하는데 차량들이 지나다니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기에 일부러 막는 것도 있으며

이 길이 막히면 다른 길로 돌아가면 되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라오스에 산 지 

거의 일 년에 되어가는데 그런 것도 모르고 그 가족에 결례를 범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든다.


라오스에서는 아이들 생일파티를 잘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최근에 들었다.

아이들 생일날은 오히려 부모님의 친구들이 오고 아이들은 음식 같은 것을 해서 자기를 낳아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다고 한다.


2013년 KOTRA 자료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나와있다.

라오스 산모 사망률은 신생아 10만 명당 470명으로 세계에서 모성보건이 가장 열악한 나라 중 하나임. 
인접국 캄보디아 산모 사망률의 2배이며, 베트남 산모 사망률보다는 거의 8배나 높은 수치임. 
높은 산모 사망률의 주된 원인으로 임산부 건강검진, 병원 분만, 산후조리와 같은 주요 모성보건 서비스에 대한 낮은 이용임. 
산모에 대한 열악한 의료서비스는 라오스 의료체계의 주요 문제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선진국들에서 이러한 이유로 모자보건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현재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다.


이렇게 산모 사망률이 높기에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은 엄마가 피를 많이 흘리는 것이고 그러다가 사망하는 경우를 봐왔기에 라오스 사람들은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축하하지 않았던 듯싶다.


그래도 요즘 라오스 아이들이나 젊은 사람들은 생일파티를 조금씩 하나보다.

젊은 라오스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우리는 New Generation이잖아, 한다



조금 더 이곳에 살다 보면

조금씩 더 알아가서

더 잘 이해해서

몰라서 실수하는 일은 점점 줄어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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