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울린다. 아빠다. 11년 전에 수술했던 손목이 다시 저리다며 아주대병원에 예약해 달라고 하셨다. 이번에는 엄마와 함께 오셨다가 우리 집에 며칠 계시기로 했다.
예약을 했지만 의사 선생님을 만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4년 만에 만난 의사 선생님은 엑스레이를 보며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재수술을 원했던 아빠는 말씀대신 그저 한숨만 내실뿐이다. 집에 도착해 쉬고 있는데 아빠가 부른다.
“주말에 사돈과 식사를 하려고 하니 식당을 알아보렴.”
갑작스러운 통보에 어리둥절하다. 굳이 식사를 함께 하지 않아도 될 듯한데 아빠는 올라온 김에 식사를 함께 하겠다고 하셨다.
토요일 아침 시댁으로 갔다. 세 분은 10년 만에 만나셨다. 나의 세 번째 수술이 끝난 후 시부모님을 모시고 강릉으로 여행을 갔었다. 양가 어른들과 함께 한우를 먹고, 유람선을 타면서 다시 건강해진 나를 두고 서로 감사함을 나누셨다. 2년 전 아버님이 돌아가셨고, 어머님은 요양병원에 3년 동안 계시다가 퇴원하셨다. 다시 만난 어른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으며 안부를 물으셨다.
“사돈 건강하셔서 다행입니다.”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양가 어른들은 이야기를 나누시느라 바쁘시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요양보호사한테 유튜브를 배워서 새벽 2시까지 보고 있어요. 참 신기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어찌 알고 계속 보여주는지. 폰을 열기만 하면 계속 임영웅이를 보여줍니다.”
“유튜브 신기하네요. 전 넷플릭스로 트로트와 드라마를 보고 있답니다. 참 좋은 세상입니다. 역시 오래 살아야 합니다.”
두 분의 대화가 예사롭지 않다. 여든이 넘은 어른들의 대화치고는 상당히 남다르다.
조용히 듣고 있던 겨울이가 다가온다.
“엄마 할머니들 정말 멋지세요.”
"인생은 여든부터라고 하더니 공감 100%."
겨울과 함께 웃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뒤처지지 않고 적응해 가는 어른들을 보며 놀랍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다. 얼마나 이야기를 했을까. 어른들은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면서도 이야기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언제 또 만날지 알 수 없기에 지금 이 시간이 소중한 분들이다.
“사돈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오늘 찾아와 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 인생 마무리 잘하고 나중에 다시 만납시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아빠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부모는 부모다. 부모는 진짜 어른이었다.
아빠의 깊은 생각을 이제 알겠습니다. 아빠의 가르침을 통해 세상을 조금 더 넓게 봅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