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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Nov 23. 2023

생일날 남편이 사라졌다

반백살 남편의 즐거움

16년 만에 처음으로 남편이 생일날 사라졌다. 어디로 갔을까. 지인들과 함께 1박 2일 골프여행을 갔다. 이번 골프여행의 목적은 잘 먹고, 잘 치고, 잘 노는 거다. 며칠 전부터 목적을 위해 남편에 철저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택배가 도착했다. 알록달록한 커다란 우주복.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궁금해 가까이 다가갔다.


텔레토비.


내 눈을 의심하며 다시 봐도 확실히 텔레토비가 맞다. 남편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이 입을 색을 고르던 남편이 짓궂은 표정을 짓는다. 그리곤 방으로 사라졌다. 반백살 배 나온 보라돌이를 보는 순간 놀랍고, 당황스럽고, 부끄럽다. 남편은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드디어 1박 2일 골프여행이 시작되었다.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사진을 보내는 남편.

남편이 간 골프장은 '코스모스 링스'다. 아직 정식 오픈전이다. 로봇카트가 사람을 졸졸 따라가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그린과 티샷에만 들어가지 못하고 다른 곳은 어디든 따라간다.


7명이 여행을 갔지만 부끄럽다며 어린순으로 4명이 당첨되어 입게 되었다.


티샷을 하는 멤버를 응원하는 텔레토비들.

그린에서 공을 넣지 못하게 방어하는 텔레토비들.



'코스모스 링스'는 텔레토비 동산도 있고, 분화구도 있다. 의상 덕분에 골프장에서 인싸가 되었다. 퇴근해야 하는 직원들은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퇴근 후에도 텔레토비들을 기다렸다. 팬서비스 차원으로 다양한 포즈를 취해준 텔레토비들. 부끄러운 것은 알았는지 누구도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다.


불량 텔레토비, 배 나온 텔레토비, 개구쟁이 텔레토비.


남편은 잊지 못할 생일을 보냈다. 남편의 1박 2일을 돌이켜본다.

남편들도 쉼이 필요했구나. 가장의 삶, 직장인의 삶, 아들의 삶, 남편의 삶에서 잠시 잊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짠해진다. 어른도 아이도 놀권리가 있다. 놀이를 통해 어른도 아이도 성장한다.


현재 살고 있는 모습이 미래 모습인 것을 알면서 자꾸 나중으로 미루는 현대인들에게 가끔은 모든 것을 잊고 마음껏 놀아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신나게 놀고 나면 다시 살아낼 힘이 생긴다.


right now!






사진 출처. 최가을외 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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