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미숙 Feb 22. 2024

엄마와 딸은 무엇이 닮았을까

조금만 천천히

우리 엄마는 친구 엄마들보다 나이가 10살 많다. 어릴 적엔 그 사실이 싫었다.

나이가 들자 엄마가 좋다. 20대에는 엄마가 주는 용돈 덕분에 편히 대학을 다닐 수 있었다. 30대에는 엄마의 배려로 아이를 쉽게 키울 수 있었다. 40대가 되어서는 엄마의 삶이 짠해 눈물이 나왔다. 한 해가 또 지나간다.


엄마와 딸은 무엇이 닮았을까.


첫 번째는 흰머리다. 엄마는 40대에 새치염색을 시작하셨다. 나는 37살부터 두 달 반에 한 번씩  염색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염색주기는 점점 짧아졌다.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한다. 염색주기가 짧아지자, 미용실에 가는 돈이 아깝게 느껴졌다. 지금은 집에서 혼자 한다. 아이가 몇 살쯤 되면 염색을 하지 않아도 될까. 여든 인 엄마는 아직도 염색을 한다. 아빠는 환갑 이후 염색을 하지 않는다. 아빠의 백발머리는 매력이 넘친다. 쉰이 넘은 오빠는 흰머리와 검은 머리가 5 대 5로 섞여있어 멋스럽다. 나도 환갑 기념으로 백발선언해 볼까.


두 번째는 발뒤꿈치의 갈라짐이다. 엄마는 발뒤꿈치의 갈라짐으로 인해 항상 족욕을 한다. 각질을 제거하고 발에 풋크림을 듬뿍 바랐다. 여러 제품을 사용해도 건조함으로 인한 갈라짐은 나아지지 않았다. 엄마는 해결하기보다는 그냥 함께 살아가는 것을 택한 듯 보인다.


마흔이 넘은 어느 날, 발뒤꿈치에 각질이 생겼다. 발각질 제거기를 구입했다. 한번 사용하자 사용 횟수가 점점 늘었다. 깨끗한 발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발뒤꿈치를 밀었다. 어떤 날은 너무 세게 밀어 제대로 걷지 못한 적도 있다. 그렇게 매일 발크림을 바르며 고와지길 간절히 바랐다.


며칠 전부터 발뒤꿈치에 통증이 심해졌다. 자세히 보니 건조함이 심해 갈라진 사이로 피가 나고 있었다. 그 발은 엄마의 발과 참 많이 닮아있었다.


무딘 발


인터넷 검색 시 바세린을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속는 셈 치고 매일 자기 전에 바세린을 바르고 양말을 신고 잤다. 아침이 되면 발은 언제 그랬냐는 듯 촉촉해져 있었다. 엄마와 딸은 이렇게 매일 바세린을 바른다.


엄마와 닮아간다는 건 엄마와 헤어질 시간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난다. 엄마가 없는 세상은 한 번도 상상해 보지 않았다. 언제나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은 욕심이겠지. 조용히 눈물을 훔친다.



엄마, 조금만 천천히.






사진 출처.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생일날 남편이 사라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