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회전초밥집이 생겼다. 남편은 새로 개업한 식당은 꼭 가본다. 먹는 것에 완전 진심인 사람이다. 아무 기대 없이 들어간 초밥집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20분 대기후 자리를 배정받았다. 한 접시당 2,200원이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을 먹을까 고민하는 사이 남편은 벌써 3 접시를 비웠다.
골라 먹는 재미 만점, 회전초밥!
첫 번째, 고른 파란 접시는 구운 새우다. 토치로 살짝 탄맛을 내서인지 맛이 좋다.
두 번째, 고른 빨간 접시는 장어초밥이다. 빨간 접시는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워준다. 따뜻해서 장어가 훨씬 부드럽다. 세 번째, 고른 파란 접시는 간장 새우다. 짭조름한 맛에 자꾸만 손이 간다.
내가 세 접시를 먹는 동안 남편은 9 접시를 먹었다. 역시 남다르다. 남편이 작은 소리로 말을 건넨다.
"이렇게 먹다가는 여기 있는 거 다 먹고 가겠다. 아무래도 술 한잔 해야겠어요?"
"그냥 술이 드시고 싶은 건 아니신가요?"
남편이 윙크를 하며 맥주를 시킨다.
아이가 커갈수록 둘만의 시간이 늘어나니 다시 연애 때로 돌아간 것 같다. 잠시 옛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초밥을 먹을 때마다 "겨울이도 초밥 좋아하는데."라고 말하는 나를 보며 남편이 다음엔 꼭 같이 오자며 강조한다.
10 접시를 먹고 났더니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연인, 가족들끼리 많이 왔다. 저기 노부부가 보인다. 정갈한 옷차림에 서로 마주 보며 하나씩 나누어 먹는 모습에 부모님이 떠오른다.
'우리 엄마 아빠도 이런 곳에 와 보셨을까.'
항상 익숙한 음식만 먹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처음 결혼하고 빕스에 부모님을 모시고 갔을 때가 생각난다.
"립이 정말 맛있네. 강릉에도 있니?"
아쉽게도 강릉에는 없었다. 이후 엄마는 우리 집에 올 때마다 빕스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 그렇게 몇 해 동안은 부모님과 빕스를 자주 갔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여행을 다니는 것이 효도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갑자기 유난히 부모님이 보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
"엄마, 이번주에 회전 초밥집에 갈래요?"
"갑자기 초밥 먹자고?"
"우리 집 근처에 생겼는데 가성비도 괜찮고, 깔끔해서 검색했더니 엄마집 근처에도 있길래요."
"그래 가자."
"엄마, 회전 초밥집 가보셨어요?"
"안 가본 것 같은데."
맞다. 엄마는 나 말고 같이 갈 사람이 없다. 친구분들과는 성산대구머리찜, 장칼국수, 추어탕, 간장오리구이집에는 가지만 빕스, 아웃백, 초밥집은 가지 않는다. 이런 곳은 딸과 함께 가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