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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Oct 02. 2023

마음의 여유

이번 추석은 달라달라

휴대폰이 울린다. 엄마다.

"전화 통화 가능하니?"

엄마의 목소리는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엄마,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최서방이 아빠가 좋아하는 감이랑 홍삼을 보냈어.”


이게 무슨 일인가. 남편은 결혼 후 단 한 번도 처가에 뭔가를 보낸 적이 없다. 내가 남편이 보낸 것처럼 보낸 적은 있지만 말이다.

“엄마 좋겠네. 사위가 선물도 보내고. 맛있게 드세요. 우린 자주 만나니깐 명절 지나고 들를게요.”

엄마는 시간 될 때와도 된다며 기분 좋게 전화를 끊었다.


남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휴대폰 단축번호 1번을 눌러본다.

바쁜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2시간 뒤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남편, 바쁘신가요?”

“아니요. 무슨 일 있어요?”

“엄마한테 전화가 왔어요. 추석 선물을 잘 받았다고 하시던대요. 상의도 없이 갑자기 왜 선물 보냈어요?”

매번 업체 선물과 상품권을 사서 보내는데 장인 장모님께는 한 번도 챙겨드린 적 없는 것 같아서요.”

“갑자기 심경의 변화가 생긴 이유가 뭘까요?”

남편은 뭔가를 생각하는지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실은 이제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그동안 치열하게 사느라 주변을 돌볼 여유가 없었어요.”

남편은 좋은 아빠, 좋은 남편, 좋은 아들이 되고 싶어 했다. 그러기 위해 부단히 애 남편을 생각하니 마음 한 편이 짠하다. 이제라도 자신의 속마음을 보여 남편이 고맙다.


“곁에 있었으면 꼭 안아주었을 텐데. 마흔이 넘자 이제 진짜 어른이 되네요. 항상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나도 정말 고마워요. 아무것도 없는 나를 사랑해 줘서."

남편은 이렇듯 따뜻한 온기가 있는 사람이다.




이번 추석에는 가족들을 위한 맞춤형 음식이다. 어머님이 좋아하는 갈비찜, 남편이 좋아하는 꽃게찜, 아이가 좋아하는 꼬치전, 내가 좋아하는 미역국을 준비했다.


추석 명절에 가족들과 함께 햅쌀로 빚은 송편, 햇과일을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번 추석은 마음도 음식도 완벽다.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기쁨이 있지만,
그중 가장 빛나는 기쁨은
가정의 웃음이다.

- 페스탈로치 -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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