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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Oct 09. 2023

학교 가는 길

세상에는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


오늘도 어김없이 학교에 간다. 1교시 수업이라 8시에 집에서 출발했다. 한참 가고 있는데 주유경고등에 불이 들어왔다. 점등된 후에도 50km는 갈 수 있지만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오른쪽에 셀프주유소가 보인다. 휘발유 가격이 1,745원이라니. 우리 동네에서는 보통 1,780원에서 1,790원 사이다. 빠르게 핸들을 꺾어 주유소 안으로 들어가 기름을 넣었다. 계기판에 가득 찬 연료를 보니 든든하다. 


얼마나 달렸을까 클락션이 울린다. 급한 일인가 싶어 차를 오른쪽으로 붙여 주었다. 운전자는 뭐라고 얘기를 하면서 빠르게 지나갔다. 소나타가 지나가면서 뒤쪽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킨다. 사이드 미러로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연료캡을 열어둔 채 달리고 있었다.  


비상등을 켜고 갓길에 차를 세웠다. 98년도에 면허증을 따고 처음 있는 일이다. 셀프주유를 하고 그냥 달리는 차가 많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내가 그럴 줄이야. 당황스럽고, 어처구니가 없다. 


운전하는 내내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온다. 기름이 흘러내리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사람들이 정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누군가를 돕고 싶어 한다. 클락션을 울리며 도와주려고 했던 사람들을 생각하자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오늘따라 앞에 보이는 트럭의 동그란 눈이 한없이 사랑스러워 보인다. 누군가의 졸음을 이겨내 줄 또 다른 눈이다.


생각지도 못한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학교에 도착 후 주차가 쉽지 않은데 오늘은 벽 쪽에 넓은 자리가 비어 있다. 오늘은 운이 참 좋은 날이다. 


담당선생님과 인사를 나눈 후,  교장 선생님을 뵈러 교장실로 갔다. 

“안녕하세요, 학교폭력수업을 진행할 굿네이버스 강사 정미숙입니다.”

“오시느라 힘드시지는 않으셨나요? 주차할 때가 부족해서 힘드셨죠?”

“다행히 제가 도착했을 때 벽 쪽에 넓은 자리가 있어서 주차했습니다.”


담당 선생님이 당황해하시고, 교장 선생님은 웃으신다.

“그 자리에 선생님이 주차하신 거군요. 거긴 교장 선생님 자리랍니다.”

순간 당황스러움에 얼굴이 빨개졌다. 

“선생님들이 더 중요하죠. 오늘 좋은 수업 부탁드리겠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따뜻한 말씀에 힘을 내 본다. 

"오늘 자리값 제대로 하고 가겠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큰소리로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The best and most beautiful things in the world cannot be seen or even touched - they must be filt with the heart.
- Helen Keller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 마음으로 느껴야 합니다. 
-헬렌 켈러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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