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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Nov 02. 2023

가을 소풍

하늘에서 낙엽이 떨어진다

2022년 9월 우리의 첫 만남은 화성시 롤링핀 카페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줌에서 만났던 우리들은 단번에 서로를 알아보았다.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사이처럼 서로 손을 잡고 웃고 이야기하던 시간이 떠오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진을 찍고, 별것 아닌 것에 까르르 좋아하던 우리들.


그녀들과 함께  성공습관, 나다움을 공부하며 많이 성장했다. 2022년 10월 북클럽을 만들어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1년 동안 12권의 책을 읽고 토론했으니 우리는 12배만큼 성장한 거다. 1주년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다.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겨본다.


1주년 기념으로 '오산 물향기 수목원'으로 소풍 가요.


멤버들은 모두 좋아했고, 이벤트로 2만 원 이하 선물도 준비하고, 도시락도 각자 싸 오기로 약속했다.





드디어 모임날이다. 매표소 앞에서 만난 우리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통 큰 그녀들은 한 끼 도시락 스케일이 남달랐다. 적당한 자리를 찾기 위해 수목원 이곳저곳을 걸었다. 적당한 자리에 자리를 펼치고 앉아서 북토론을 빠르게 마치고, 도시락을 꺼냈다. 돗자리 위에는 준비한 풍성한 음식들로 가득 찼다. 떡과 다양한 과일, 수박빵, 밤빵, 드립커피, 모과차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


그녀들 먹성도 장난 아니다. 순식간에 음식을 해치우더니 산책을 하잔다.

돗자리 위에 물건을 두고 가볍게 수목원 여기저기를 걸어본다. 인스타그램에 많이 나오던 영상을 정쌤이 찍는다. 그냥 지나가면서 폰을 풀숲에 쓱 넣었다 빼고 가까이 갔다가 멀리 갔다가 하니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찍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완성된 영상은 생동감 있어서 가을을 느끼기에 훨씬 좋았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와서일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가을가을한 풍경과 반짝거리는 빛 덕분에 눈이 호강한다. 가을냄새를 맡으며 얼마나 걸었을까. 멤버 중 한 명이 소리를 친다.


"우리 남은 음식 좀 먹을까요?"

뭐 또 먹는다고. 못 말리는 그녀들이다. 못 먹을 것 같던 나도 음식을 보자 또 들어간다.


이럴 수가.


하늘에서 낙엽이 떨어진다. 낙엽을 손으로 잡았다.


으악! 송충이!


여기저기 소리가 들린다. 송충이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놀란 우리는 급하게 짐을 쌌다. 그 모습이 어찌나 웃겼는지 모른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송충이를 발로 발고, 송충이가 가방 안으로 떨어지고, 머리 위에 떨어져 고개를 흔들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우리의 아름다웠던 가을 소풍은 송충이 덕분에 급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5분이면 가는 주차장을 우린 아쉬워하 20분 이상 또 걸었다.






사진. @스공더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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