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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Nov 09. 2023

가스가 누출되었습니다

새벽 경보음

한번 잠을 들면 아침이 되어야 일어나는 사람이 나다. 이날은 평소와 달랐다. 느낌이 이상해 눈을 떴다. 삐 소리가 집안 곳곳에서 울리고 있었다. 일어나 불을 켰다. 남편이 없다. 남편을 찾으러 거실로 나갔다. 남편이 창문을 열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눈을 비비며 남편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 있어?”

“가스 누출 경보가 울려서 확인하고 있는데 인터폰에 정지를 눌러도 소리가 멈추지 않네.”


우리는 인덕션을 사용하기에 가스를 끊어놓은 상태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30분 동안 둘이 경보음을 끄기 위해 노력했지만 꺼지지 않았다. 경비실에도 전화해 보지만 새벽이라 전화를 받지 않았다. 화장실 모니터, 주방 모니터, 거실 인터폰에서 경보음이 울린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며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다. 원인은 아파트가 오래되면서 부품이 오작동되어 부품을 교체했다고 한다. 5만 원부터 30만 원까지 다양하게 나와 있었다. 한국 소방 1544-2774에 연락해서 접수 신고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전화번호를 적어둔다.


화장실과 주방 모니터에서는 계속 경보기가 울린다. 관리실에 전화를 해보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드디어 잠에서 깬 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상황을 설명하자 이해했다며 방법을 알려준다.

“우선 인터폰 코드를 빼놓으시고, 내일 한국 소방에 전화를 하셔서 접수하시면 됩니다. 가스를 사용하지 않으시는 세대이므로 가스누출은 없을 듯합니다. 오작동이니 주무셔도 될 것 같습니다.”

관리실 직원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환기를 시키고서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2시가 넘었다. 아이는 세상모르고 잠을 자고 있다.



며칠 뒤 한국 소방에서 직원이 나왔다. 부품이 부식되어서 그렇다며 교체를 해야 한다고 했다. 가격은 13만 2천2백 원이다. 우리 집의 경우엔 가스를 사용하지 않으니 바꾸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질문했지만 소방법에 걸린단다.


다음날 코맥스 직원이 나왔다. 수리하던 직원은 메인 보드가 나갔다며 교체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금액이 22만 원이다. 친정집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멀쩡한데 5년밖에 안된 우리 집은 코맥스 교체를 하다니 어이가 없다. 직원도 집집마다 수명이 달라 언제까지라고 명확히 말할 수가 없다고 한다.


기기는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사람은 점점 수명이 길어진다. 기술이 점점 발전하는데 왜 기기들의 수명은 짧아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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