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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Oct 19. 2023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일찍 가기 위해 칸데오 호텔 조식을 이용했다. 조식 비용은 성인 2750엔, 아동 1650엔이다. 가격대비 우리 가족의 만족도는 낮은 편이었다. 아이가 빵 하나, 멜론하나, 오렌지 하나, 우유 한잔을 먹고 더 이상 먹지 않았다. 우유는 한국 우유가 가장 맛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종류는 많았지만 두 번 먹고 싶은 음식이 없었다. 멜론과 오렌지가 가장 맛있었고, 커피로 마무리했다.(커피는 테이크 아웃이 가능했다. 맛은 보통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갈 때는 오사카 주유 패스나 사철 패스를 사용할 수 없다. 반드시 JR선으로 이동해야 한다. 호텔에서 5분만 걸어가면 닛폰바시역이 있다. 탑승 후 환승 1회만 하면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에 도착한다.


탑승 후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마나 더 가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노선표를 펼쳤다. 이럴 수가. 환승역을 지나쳤다. 우리는 급하게 전철에서 내렸다. 반대편으로 가서 전철을 기다렸지만 생각보다 전철은 빨리 오지 않았다. 우리는 역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전철을 탈 수 있었다. 남편과 아이가 노선표를 보며 열심히 의견 조율 중이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오자, 서로 협력하는 모습에 흐뭇하다.


두 손을 꼭 잡고 다니는 아빠와 딸


우여곡절 끝에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서 나온 걸까. 같은 방향으로 함께 걸어간다.  높은 건물과 화려한 색깔에 동공이 확장되었다. 여기는 딴 세상이다. 다행히 티켓을 미리 끊어두어서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다만 갑자기 진행된 여행이라 어트랙션에서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는 익스프레스 패스를 구입하지 못했다. 아이의 빠른 판단으로 어트랙션은 포기하고 꼭 보고 싶은 테마를 관람하기로 했다.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포터와 유니버설 원더랜드, 슈퍼 닌텐도 월드다.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포터로 다가가자, 압도적인 스케일에 놀랐다. 영화 속 장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호그와트 마법 학교에 발을 들이자, 기분이 짜릿하고 흥분되었다. 7000원짜리 버터맥주를 사서 맛을 보며 목을 축였다. 자신과 딱 맞는 지팡이도 구입했다. (지팡이 가격은 5만 5 원원, 망토는 16만 원, 카디건은 12만 원) 고가의 금액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입고 있는 모습에 놀라웠다. 우리는 지팡이만 사서 정해진 장소에서 지팡이로 마법 체험했다.  지팡이를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깃발이 움직이기도 하고, 연기가 나기도 해서 더욱 흥미로웠다.


울창한 숲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론의 자동차, 하얀 수증기를 내뿜는 호그와트행 특급열차, 지붕마다 새하얀 눈이 쌓인 호그스미드 마을을 비롯해 강물에 비친 호그와트성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여행에서 묘미는 예측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나에게도 잊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뭔가 허전하다. 폰이 없다. 남편에게 폰을 달라고 하자, 남편은 받은 적이 없단다. 폰이 어디로 사라졌을까. 배터리가 10%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남편과 아이가 어디를 갔었는지 물어본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갑자기 뇌가 멈춰 버린 듯하다. 화장실에 갔을 때 셀카봉에 달아놓은 휴대폰을 뒤에 올려놓았다. 그래 화장실이다. 화장실로 뛰어갔다. 들어갔던 칸에 가보았지만 없다. 나오는데 청소하는 아주머니를 발견했다.

“Excuse me. Did you see the phone?"

"I didn't see it."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에 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남편과 아이가 다가온다.

“엄마 찾았어요?”

"아니."

남편이 뭔가를 계속 찾아본다.

“구글 아이디와 비번 알려줘요?”

갑자기 구글 아이디와 비번이라니. 남편에게 뭔가 좋은 생각이 있는 것 같아 알려주었지만 계속 틀렸단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로그인이 되었다. 구글을 통해 내 기기 찾기를 할 수 있다. 폰이 있는 위치가 나왔다.


호그와트 성 상점.


이상한다 분명 상점에서 휴대폰을 내려놓은 적이 없다.

상점 안으로 들어가 직원에게 분실물 중에 폰이 있는지 사진으로 보여주었다. 직원은 잠시 기다리라는 말만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다시 돌아온 직원 손에는 나의 폰이 들여 있었다. 감사합니다를 수십 번 외치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 본다. 구글 시스템 최고다.


남편과 아이가 동시에 말한다.

“엄마 오늘 한 건 제대로 했는대요!”

“당신 덕분에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절대 못 잊을 거예요.”

누군가 발견하고 상점에 맡긴 거다.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

나이가 들어감에 실수는 늘고, 세상은 빠르게 변화한다.


※ 핸드폰 분실 시 구글 위치 찾기로 쉽게 찾는 방법

- 설정에서 구글로 들어가면 <내 기기 찾기> 앱을 설치한다.
- <내 기기 찾기> 앱을 누르면 구글로 로그인하라고 나온다. 이때 폰을 분실했기 때문에 <게스트 로그인>한다.
- 분실한 폰의 계정으로 로그인하기.
- 앱 사용할 때만 허용을 누른다.
- 10미터 안쪽으로 정교하게 나옴. (소리 켤 수도 있음)


2020년에 개장한 수퍼 닌텐도 월드 에어리어는 많은 인파로 인해 정리권 매진으로 추첨권을 통해서만 입장이 가능한데 추첨 방식이다 보니 떨어져 보지 못했다. 멀리까지 갔지만 갑작스러운 여행으로 인해 제대로 보지 못한 아쉬움은 많이 남는다.


다만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퍼레이드는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닌 함께 나와 다 같이 춤을 추며 하나 됨에 더욱 즐거웠다. 마지막으로 나오면서 유니버설 원더랜드에서 스누피, 헬로 키티 등을 구경했다. 알록달록 예쁜 색감 덕분에 잠시나마 동심에 빠져 보았다.


주말답게 많은 사람들로 인해 걷고 또 걸었더니 발이 끊어질 듯 아팠다. 폰을 확인하니 3만보를 걸었다. 힘들었을 텐데도 한 번도 투정 한번 부리지 않은 아이가 기특하다. 아이는 이번 여행으로 또 한 뼘 성장했다.


내일은 오사카 성과 덴덴타운이다.



사진 출처. @misookjung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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