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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Feb 02. 2023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

알록달록 크레파스 나라, 남이섬

 아이가 태어나면 다시 남이섬에 방문하기로 했다. 그 약속은 아이가 9살이 되어서야 지켜졌다. 설렘 가득 안고 여행길에 올랐다. 빨간색 스마일 라운드 티가 우리의 여행을 축하해 주듯이 활짝 웃고 있었다. 배를 타고 남이섬까지 들어가는 길. 아이는 연신 사진을 찍으며 풍경을 담고 있었다.


 남이섬에 도착하자 아이가 소리를 지른다.

“엄마, 아빠 온 세상이 알록달록 크레파스 나라 같다.”

“크레파스 나라.”

 아이의 표현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신기하게 우리는 매번 가을에 남이섬을 찾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둘의 시간을 맞추다 보니 11월에 오게 된 거다. 이번 여행도 가을이다. 남편의 생일 기념 여행으로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중. 남이섬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여행지로 결정되었다.


 노랗게 물든 메타세쿼이아 길을 걷자, 동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높게 뻗은 나무의 높이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그곳에서 찍으려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우리만의 추억을 담았다. 겨울연가 속 주인공들처럼 다정한 포즈도 취해 본다. 삼각대를 세우고 가족사진도 찍어본다. 좀 더 멋스럽게 찍기 위해 구도를 잡고 또 잡았다. 아이는 사진 찍기 좋은 포즈를 잘 취한다. 아이가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는다. 덕분에 사진이 더욱 마음에 든다.



 아이가 떨어진 은행잎을 관찰한다. 엄마는 놓칠세라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아이가 엄마를 향해 환하게 웃어줄 때 엄마의 손은 빠르게 셔터를 누르고 또 누른다. 아이의 얼굴로 햇살이 비치자 아이가 더 반짝거린다. 엄마는 생각한다. 아이가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는 삶을 살기를 말이다. 아이는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랑스런 표정을 짓는다.




 아이가 가던 길을 멈췄다. 어딘가를 한참 응시하던 아이가 말을 꺼낸다.

“엄마, 아빠 하늘 자전거 타요?”

“하늘 자전거. 그래. 위에서 남이섬을 보면 느낌이 또 다를 거야.”

아이가 기쁨에 환호성을 지르며 뛰어간다. 엄마와 아이가 한 팀이다. 아빠는 모녀를 찍기 위해 앞에서 먼저 간다. 모녀의 사랑스러운 모습과 자연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온다. 이 순간을 담기 위해 아빠는 열심히 찍고 또 찍었다.


하늘 자전거


 아이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어릴 적에도 에스컬레이터 타는 것을 좋아해 매일 아빠 회사로 놀러 갔다. 스키를 처음 배울 때도 리프트를 타고 주변 풍경 보는 것을 좋아했던 아이는 이후 스키장에 자주 갔다. 남이섬에서는 하늘 자전거가 좋아서 또 오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엄마 아빠는 행복하다.


 아이와 함께 우리의 추억이 담긴 곳을 다시 여행하는 기분은 또 다른 기쁨을 가져다 주었다. 예측할 수 없는 아이의 말과 행동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시간.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 우리 가슴에 꽃이 활짝 피었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 마르셀 푸르스트 -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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