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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Dec 12. 2022

하얀 세상 속으로

보드와 스키 이야기

  대학 동기 모임에 갔다가 처음 보드를 배웠다. 두 다리가 묶여서 일어서는 것도 어려웠던 가을(남편). 생각보다 시작이 좋았던 봄(나). 그날 이후 둘은 보드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 당시 봄이 오빠네 가족도 스키를 타기 시작했다. 가족이 함께 스키장을 찾았다. 다들 처음이라 스키복, 스키 장비를 대여해서 탔는데도 그 순간이 행복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다음 시즌에 장비를 구입했다. 오빠네 가족들이 스키 실력이 향상될 때쯤 봄이와 가을이도 보드 실력이 늘었다. 함께 용평 스키장, 휘닉스 파크, 지산 스키장, 오크 밸리, 하이원 스키장의 상급 코스를 섭렵하며 다녔다. 그렇게 봄이와 가을이는 3번의 여름을 보내고 결혼을 했다.


출처. pixabay

 

결혼 후 우리의 취미생활은 계속 이어졌다. 어느 날 남편이 말을 꺼냈다.  

“아이가 태어나면 보드 타는 것은 안전하지 않을 것 같아. 우리 스키로 전향하자.”

그렇게 우리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 스키를 다시 배우게 되었다. 오빠네 가족들이 그동안 레벨 1, 레벨 2 스키 자격증을 땄다. 우린 그들에게 스키를 배우게 되었다. 스키 패밀리가 결성된 거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아이가 우리에게 왔다. 아이가 5살이 되었을 때 남편은 장비를 구입했다. 아이와 함께 처음 스키장에 간 날. 아무런 기대없이 부츠를 신겼다. 아이가 좋아한다. 하얀 세상이 마음에 드는 눈치다. 스키 플레이트 위에 발을 올려놓고 자기보다 큰 스키로 하얀 눈 위를 걸어 다닌다. 엄마 아빠가 끌어주는 스키가 서서 타는 썰매 같다며 신나 하는 겨울이. 리프트를 타고 하늘에 떠 있는 느낌이 좋아 눈이 커지고 소리를 높이던 겨울이. 리프트 아래로 보이는 풍경이 작은 장난감 같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스키를 타는 것보다 리프트를 타기 위해 슬로프를 내려왔다.



아빠가 뒤로 타며 자세히 알려준다. 겨울이는 아빠가 가르쳐 주는 대로 스키를 A자 모양으로 만들고 다리에 힘을 주면서 내려왔다. 힘들 땐 아빠를 의지하며 슬로프에서 쉬었다. 겨울이가 힘 조절이 되자 이번엔 체중이동이다. 아빠의 설명에 따라 오른쪽으로 돌 때는 오른발에 힘을 주며 체중 이동한다. 왼쪽으로 돌 때는 왼발에 힘을 주며 체중 이동한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방향을 바꿀 수 있게 되자, 겨울이가 흥분한다. 겨울이와 매년 스키를 탔다. 이제 5학년이 된 아이는 11자로 타면서 엄마를 이기겠다고 의지를 밝힌다. 아빠는 가족이 함께 전국에 있는 슬로프를 내려오는 게 꿈이다. 또한 다른 나라에 스키를 타러 가고 싶다며 버킷리스트에 적어 두었다.




 아빠가 제일 앞에 선다. 다음은 겨울이다. 마지막에 엄마가 따라가면서 영상을 찍는다. 아빠가 타는 모양 그대로 겨울이도 따라서 슬로프를 내려온다. 뒤를 이어 엄마도 똑같이 따라간다. 이렇게 가족이 슬로프를 함께 내려올 때는 세상에 우리 밖에 없는 느낌이다. 무전기를 헬멧에 붙이고 이어폰을 끼고 셋만 이야기 나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스키와 보드를 즐기는 장소이다 보니 엄마 아빠는 겨울이를 더 잘 지키기 위해서 준비했다. 아이가 위험할 때는 무조건 몸으로 달려가 막는다. 겨울이와 동갑내기 남자아이가 작년에 스키를 타다가 보드 타는 사람이 달려와 크게 다쳤다. 다리가 부러져 큰 수술을 했다. 아직도 완치되지 않았다. 스키 레벨 1 자격증이 있는 아이였지만 갑자기 달려드는 사람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 부모가 꼭 같이 타야 한다.


 

가족이 함께 하는 취미가 생기자, 겨울이 춥지 않다. 사랑의 온도로 가슴까지 따뜻하다. 가족이 함께 하는 하얀 세상 속 여행은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 준다. 서로를 의지하며 그곳에서만 쌓을 수 있는 추억이 생긴다. 올 겨울도 우린 매주 스키장에 간다. 우리의 잊지 못할 추억을 쌓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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