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업 후 미영은 수업에 나가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수업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갈까 말까 고민하며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용기를 내 문을 열었다. 환한 미소를 건네면 반갑게 맞아주는 미소쌤. 첫날 앉았던 미영 자리가 비워져 있다. 미영 자리뿐만 아니라 모든 멤버들의 자리가 첫날과 동일했다. 미영의 걱정스러운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오늘 준비한 책은 <100 인생 그림책>입니다. 낭독해 드릴게요. 난생처음 네가 웃었지. (생략) 삶은 갖가지 경험으로 가득 채우지 않으면 공허할 뿐이라고 작가는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그림이, 말이 기억에 남으셨나요?"
모두 조용하다. 자신의 지나온 삶과 현재의 삶, 미래의 삶을 떠올려보는 듯하다. 미소쌤은 조용히 누군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햇살이 살짝 미소를 띠며 이야기를 한다.
"아기가 태어날 때 울음소리는 엄마에게 건강하게 태어났음을 알리는 소리입니다. 아이는 자라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랍니다. 때론 넘어지기도 하고 일어서기도 하면서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위로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삶에 정답은 없다란 생각이 듭니다. 그냥 순리대로 살면 되는 것 아닐까요. 저는 나비가 되어 날아가는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역시 우리의 왕언니답게 통찰력 있는 말씀을 해주셨다.
"인생에는 두 가지 힘이 있다. 누군가 끌어주고 있니? 밀어주고 있니? 이 부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이 끌어주었고 지금은 아이가 밀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엄마가 된 후 성장한 것이 많네요."
나무에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자기가 악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이 부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제 댓글로 공격당했거든요. 자신이 악당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깐 그렇게 글을 남겼겠죠."
우리가 무심코 한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악당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어느 날부터 쓴 커피가 맛있어졌는데 작가도 안다는 게 재미있네요. 관찰 능력이 뛰어나네요."
씨앗의 커피 얘기에 분위기가 살짝 밝아졌다.
"저는 행복은 상대적이란 말이 와닿았습니다. 독일의 어떤 철학자는 '부러운 사람이 불행할 때 행복함을 느낀다.'라고 했습니다. 근데 며칠 전 잘난 척하던 언니가 대학원에서 떨어졌는데 괜히 행복한 거예요. 인간의 심리가 그런 건가 싶네요."
솜사탕의 말에 다들 맞다며 맞장구를 친다.
"저는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산다는 건 스트레스 넘치는 일이란 말에 공감이 되네요."
나무의 말에 서로 자신들의 스트레스 이야기를 하느라 강의실 안이 시끌벅적하다. 모두 웃고 즐거운 데 단 한 사람만 표정이 어둡다. 미영이다.
"이번에는 활동으로 인생그래프를 그려보겠습니다. 발표하지 않으셔도 되니깐 자신의 인생을 잠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실게요."
미소쌤은 잔잔한 음악을 틀어주신다. 음악 소리와 빗소리가 섞여 사람들의 마음을 감성적으로 만들었다.
미영도 종이를 보며 선을 그어본다. 미영은 첫째 딸이라서 많은 것을 책임지고, 양보하면서 켰다. 동생들을 위해 마음을 숨기며 살았다. 미영이 치위생과를 간 것도 빨리 독립하기 위해서였다. 정말 악바리처럼 공부했다. 그렇게 과에서 제일 먼저 취업을 했다. 병원에서 인정받기 위해 가장 일찍 출근하고 제일 늦게 퇴근했다. 그렇게 미영은 노력만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
결혼 후 그래프는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플러스였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는 마이너스로 표시되었다. 미영은 자신을 삶을 보며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남은 인생에 플러스를 표시하며 살짝 미소 짓는다.